이태원 간 친구 있을 텐데…'대면수업' 20대들 함께 식사·농구

신희은 기자
2020.05.14 08:33

[르포]곳곳 허술한 방역…"무증상 감염자도 많다는데 굳이 대면수업 해야하나" 학생들 불안 호소

고려대 인문계 캠퍼스 정문 앞 중앙광장에 마련된 '발열검진소'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은 열화상카메라를 통해 발열 여부를 체크할 수 있다. /사진=신희은 기자.

13일 오전 고려대 캠퍼스가 있는 서울 성북구 지하철 안암역 출구 앞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면수업을 듣기 위해 학교를 찾은 20대들로 붐볐다.

여전히 원격수업을 진행 중인 강의도 있는 탓에 평소보단 학생 수가 줄었다. 하지만 대면수업으로 전환한 강의를 듣기 위해 단과대 건물을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꾸준했다.

고려대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부터 대면수업을 강행했다.

이에 재학생·졸업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 등에선 상당수 학생들이 학교가 학생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면수업에 나섰다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황금연휴 기간 이태원 일대를 찾은 사람들 중 대부분이 20대이고 이들에 대한 검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수업을 예정대로 시작한 데 따른 반발이다.

"최소한의 방역으로 안전할까…곳곳서 마스크 미착용·밀접접촉"
고려대 인문계 캠퍼스 학생들이 이용하는 한 도서관 앞에 붙은 공지. 발열검진소에서 발열 여부를 체크한 후 이상이 없을 시 발급하는 스티커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사진=신희은 기자.

고려대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학내에 필요한 조치들을 했지만 실제 캠퍼스 상황은 언제든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불안한 여건이었다.

고려대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대면수업이 이뤄지는 단과대와 학생회관 등 건물 입구에 인력을 배치해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하고 학생증과 교직원증을 일일이 체크했다. 외부인이나 발열 증세가 있는 사람은 체온을 체크해 출입을 금지했다.

강의실 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게 하고 과도한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스티커가 붙은 자리에만 앉도록 했다.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에탄올 티슈로 본인의 자리를 소독하게 했다. 구내식당에서도 거리를 두고 식사를 하게 하는 등 기본적인 방역 수칙은 지켰다.

인문계 캠퍼스와 자연계 캠퍼스에 각각 3곳, 2곳의 발열검진소도 운영했다. 검진소에 가면 열화상카메라로 체온을 체크할 수 있다. 도서관에 들어가서 공부하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발열검진소서 체온을 체크해 이상이 없을 때 발급해주는 '스티커'를 제시해야 한다. 스티커는 하루만 유효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방역 지침을 지켜도 코로나19 집단감염 가능성은 여전히 컸다. 중앙광장 내 카페나 식당에선 학생들이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음료를 마셨다. 캠퍼스 곳곳에서 마스크를 벗은 학생들이 보였고 아예 마스크 없이 농구를 하는 일행도 있었다. 강의실 이외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1m 이상 거리두기는 실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이태원·홍대 방문 잦은 학생들 무증상 감염 우려…학생들 '불안' 호소"
고려대 인문계 캠퍼스 민주광장에 설치된 발열검진소. 발열, 기침 등 증상여부에 대한 체크는 가능하지만 무증상 감염자나 최근 이태원 클럽 등지 방문 여부는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신희은 기자.

연휴 기간 이태원 일대 방문 여부에 대한 체크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했던 이태원 클럽과 주점 일대에 있었던 사람이 1만905명에 이르고 이들 중 상당수가 여전히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감염자가 무증상인 상태로 캠퍼스를 거닐고 수업을 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이태원 클럽에 방문한 인천 지역의 20대 대학생 학원강사로 인해 이 강사에게 수업을 들은 학생과 학생의 가족 등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례 등으로 학생들의 대면수업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는 실정이다.

재학생 A씨는 "20대는 무증상 감염자도 많다는데 이태원 다녀온 친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로 이렇게 대면수업을 진행해도 되는건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날 학교를 찾은 재학생 B씨도 "교수님이 갑작스럽게 대면수업을 통보해 어쩔 수 없이 학교에 나왔지만 불안감에 결석한 친구들도 있더라"며 "이럴 땐 온라인 수업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4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에 따르면 이태원 클럽발 감염 확산세로 지난 11일 대면수업을 계획했던 대학 중 11개교가 수업을 연기했다. 수업을 강행한 대학은 고려대, 동국대 등 9개교다. 4년제 대학 193개교 가운데 대면수업을 진행 중인 학교는 23개교(11.9%)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될 때까지 온라인 원격수업을 하겠다는 학교는 74개교(38.3%), 1학기 전체를 아예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진행키로 한 학교는 71개교(36.8%)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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