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논인지 자갈밭인지…사흘째 물속에 잠긴 나주 다시들녘

뉴스1 제공
2020.08.11 14:10

배수펌프 여전히 고장…자연배수에 의존
벼 피해율 55%…"올해 농사 사실상 끝났다"

11일 오전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앞 들녘은 흡사 토석 채취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은 최대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오후 영산강의 지류인 문평천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사흘 동안 침수됐다.2020.8.11 /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나주=뉴스1) 박영래 기자 = "사흘 넘게 벼가 물속에 잠겨 있다. 논인지 자갈밭인지 구분이 안된다. 올해 농사는 사실상 끝났다."

11일 오전 찾은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앞 들녘은 흡사 토석 채취장을 방불케 했다.

상당수 논은 여전히 물에 잠겨 있고, 벼가 심어진 논인지 자갈밭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였다.

특히 문평천 제방이 무너진 인근의 논은 말 그대로 집채만한 바위가 논 곳곳에 흩어져 있을 정도다.

가흥리 주민 성금만씨(65)는 "어렸을 때 한 번 앞뜰이 물에 잠긴 적이 있었지만 60평생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라면서 몸서리를 쳤다.

가흥리 앞뜰 침수는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오후 시작됐다.

전날부터 최대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영산강의 지류인 문평천의 제방이 붕괴됐다.

영산강으로 흘러나가야 할 물이 역류하면서 버티지 못한 가흥리 앞 제방이 붕괴되면서 인근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

마을 주민인 최귀임 할머니(85)는 "마을 앞에 위치한 정자의 지붕이 거의 잠길 정도로 물이 들어찼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1일 오전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앞 들녘은 흡사 토석 채취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은 최대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오후 영산강의 지류인 문평천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사흘 동안 침수됐다.2020.8.11/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다행히 나주시가 영산강 범람을 우려해 제방 붕괴 직전에 가흥리를 포함해 인근 저지대의 6개 마을(회진·복암·신석·가흥·죽산·동당) 주민들에게 대피 행정명령을 발동하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가흥리 앞 들녘이 침수된 지 사흘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완전한 배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배수를 책임지는 4개 배수장이 폭우에 모두 침수돼 작동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침수된 논은 50㏊로 파악하고 있다.

김신환 농어촌공사 나주지사장은 "배수장과 양수장이 모두 폭우에 침수된 상황"이라며 "배수장이 정상 가동되는 데는 앞으로 5일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벼가 사흘정도 물에 잠겨 있으면 사실상 올해 농사는 끝났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오전 전남 나주시 다시면 가흥리 앞 들녘은 흡사 토석 채취장을 방불케 했다. 이곳은 최대 500㎜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진 지난 8일 오후 영산강의 지류인 문평천의 제방이 붕괴되면서 사흘 동안 침수됐다.2020.8.11/뉴스1 © News1 박영래 기자

이곳에서 만난 이금자씨(76?여)는 "지금은 이삭이 패는 중요한 시기인데 사흘 동안 물속에 잠겨 있으니 제대로 성장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다시면사무소 관계자는 "나흘 정도 잠겨있으면 55% 손실, 더 오래 잠겨있으면 90%정도 손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물이 빠진 마을 바로 앞에 자리한 논도 상황이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침수 때 벼를 뒤덮었던 부유물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침수된 집 정리에 바쁜 주민들이 논에 손쓸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강인규 나주시장은 "다행히 침수된 주택의 물은 모두 빠졌지만 정리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고 외부의 도움도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