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최고의 맛 한우, 그중 으뜸은 ‘횡성’

최현승 기자
2025.03.11 09:49

엄격한 관리로 순수 혈통 유지, 이력 추적 시스템이 품질 보증

[편집자주] ‘보성 녹차, 영광 굴비, 횡성 한우고기….’ 지역마다 오랜 역사를 품고 이어져 내려온 식재료가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원산지의 이름을 상표권으로 인정해주는 ‘지리적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일선의 지자체는 지리적 표시제를 지역의 특화된 브랜드로 만들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지역 특산품은 관광객을 모으고 지역 경제를 살린다. 우리 지역 경제를 살리는 농산물이나 특산물은 어떤 게 있는지 머니투데이 <더리더>가 살펴본다.
▲횡성한우/사진제공=횡성군

“우리나라에서는 소고기를 가장 좋은 맛으로 여겨, 이를 먹지 못하면 살 수 없는 것처럼 여깁니다. 비록 금지 명령이 내려져도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1683년(숙종 9년) 1월 28일, 소 전염병으로 개체 수가 크게 줄었음에도 백성들이 소 잡기를 멈추지 않자, 송시열은 숙종에게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이렇게 탄식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예부터 소고기를 음식 중 최고의 맛으로 여겼다. 농경 국가였던 조선에서 소는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자원이었기에 함부로 잡는 것을 엄히 금지했다.

그러나 조상들의 소고기 사랑은 멈출 줄 몰랐다. 실제로 승정원일기 1885년 3월 24일자 기사에 따르면 하루에 도축되는 소가 무려 1000여마리에 달한다고 기록돼 있다.

국어사전을 살펴보면 소고기 부위의 명칭이 무려 120가지가 넘는다. 문화인류학자 마거릿 미드는 “육식이 주식인 영국·미국은 40개 부위, 보디족은 51개 부위를 먹는 데 비해 한민족은 120여 개 부위를 먹는다”며 한국인을 소고기 부위를 가장 세밀하게 분류하는 민족으로 평가했다.

소고기를 부위별로 세세하게 나눠 먹듯, 우리는 ‘한우’와 ‘소고기’를 구분해 즐겼다. 더 나아가 ‘한우도 다 같은 한우가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우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 또한 점점 더 세분화됐다.

특히 횡성한우는 지역별 한우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횡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역시 한우다. 2025년 1월 기준 횡성군 인구는 약 4만6000명인데, 소는 그보다 많은 5만1000두를 넘어선다. 사람보다 소가 많은 이곳은 명실상부한 한우의 고장이라 할 만하다

◇개량부터 품질관리까지, 횡성한우의 명품화 전략

한우의 브랜드화는 1995년 지방자치제의 시행과 함께 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횡성한우 명품화 사업은 1995년부터 시작됐다”며 “당시 전국적으로 지역 먹거리 브랜드화 사업 붐이 일었는데, 민선 1기 지자체장들이 임기를 시작할 때였다”고 말했다.

군은 한우를 알리기 위해 품질 개선부터 인프라 건설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96년에는 육질 개선을 위해 한우 거세를 최초로 지원하기 시작했고, 2003년 3월에는 한우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과 소고기를 현장에서 직접 골라 바로 먹을 수 있는 ‘횡성 우천프라자’를 개장했다.

2004년에는 제1회 횡성한우축제를 개최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아 2006년에는 축산물 1호로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됐다.

횡성한우가 명성을 쌓은 또 다른 이유는 지리적 이점이다. 횡성은 서울과 강릉, 양평, 원주, 춘천, 충청도를 잇는 중심지로 예부터 상업이 발달했다. 이러한 지리적 조건 덕분에 횡성우시장은 4대 우시장으로 꼽힐 정도로 규모가 컸고, 한우 거래와 소비가 왕성했다.

교통의 이점은 현대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 군 관계자는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운동 당시, 수입산 소고기 소비가 줄어들며 각 지역 한우 브랜드의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횡성한우는 인구가 많은 수도권과 가까워 신선한 소고기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품질과 맛을 빠르게 알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횡성한우의 명성은 단지 브랜드 마케팅에 그치지 않는다. 군은 한우의 순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횡성기초등록우 이상의 한우만 사용하며, 정액 인공수정과 출생 신고 등 이력 추적 시스템을 통해 한우의 품질을 보증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횡성한우는 육질이 부드럽고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건강에도 좋은 고단백 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2일 '제20회 횡성한우축제'가 강원 횡성군 섬강 둔치에서 개막한 가운데 횡성한우구이터가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사진=뉴시스

◇“농가 맞춤형 지원으로 횡성한우 명성 이어갈 것”

군은 올해 한우 농가 경영 안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룟값은 2022년 말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반면, 한우 가격은 지난 2년간 회복되지 않아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군은 농가 경영비 절감을 위해 한우 농가에 사료, 건초 및 미네랄 블럭 구입비를 지원하고, 노후한 한우 축사의 지붕 교체도 돕고 있다.

횡성한우 개량 정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내년 미국산 쇠고기 무관세 수입 등에 대비해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군은 1++ 중 도체중 및 등심 단면적이 전국 평균 이상 개체에 한해 장려금을 지원하고 양질의 조사료 구입비도 보조한다.

김명기 횡성군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확대, 축사 지붕 교체비 지원, 악취 저감 사업 추진 등 쾌적한 축사 환경을 만들겠다”며 “7년 연속 대한민국 소비자 신뢰 대표브랜드 대상을 수상한 횡성한우 개량 지속화로 명성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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