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면 뿌려줘" 부모 당부에도…자식들은 아직 "추모할 곳 필요해"

정인지 기자, 유효송 기자
2025.10.22 17:03

[산분장, 낯선 이별]② 내년 이용 가능한 공영 산분장, 전국 네곳 그쳐

연간 사망자수 전망/그래픽=이지혜

#서울에 사는 70대 A씨는 전라남도에서 4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를 파묘하고 근처 사설 봉안당으로 이장했다. 올해가 윤달이라 풍수지리학적으로 이장에 적합하다는 듣기도 했고, 90대인 노모도 쇠약해져 향후 합장을 고민하고 있다. A씨는 "고령으로 벌초가 어려워 파묘하긴 했지만 산분장처럼 고인을 기릴 곳이 없는 형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세대가 좀더 지나면 산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묘지시설에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이 허용됐지만 막상 산분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아 각 지자체들이 산분장지 마련에 주춤하고 있다. 산분장은 수목장, 잔디장 등 기존 자연장과 달리 특정 장소를 점유하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제사 등 추모 의식을 중요시하는 한국인의 정서에 이른 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산분장지가 마련되지 않으면, 수요가 있더라도 이용할 방법이 없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자체 "자연장도 대체 선택지일 뿐...봉안수요 가장 높아"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진행한 '산분장지 조성 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는 충북 청주시, 전북 무주군, 서울시 세곳 뿐이다. 당초 신청 지자체는 청주 한 곳이었지만 참여 독려를 통해 두곳이 더 늘었다. 복지부는 총 사업비의 70%, 최대 1억원까지 국비를 지원한다.

내년 6월에 마련될 청주시 목련공원 산분장지가 1400㎡(424평)으로 가장 크다. 서울시는 올해 12월까지 용미1묘지(추모의 숲) 내에 500㎡(151평) 규모의 어린이 전용 산분장지를, 무주군은 무주 추모의집 내 234㎡(71평)를 내년 12월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이 외에 강원도 홍천에서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산분장지를 마련하고 있다.

복지부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국민 23%가 산분장을 희망한다고 봤지만, 막상 서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립묘지에는 성인 외에 어린이 유골을 별도 산골하는 유택동산(나비정원)도 있다"며 "어린이 장례의 경우 사산아나 태어나자마자 아픈 아이인 경우가 많아 산분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복지부가 산분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성인 산분장지 마련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산분장이라고 하면 영화에서처럼 깊은 산속에 뿌리는 형태가 연상되지만, 산분도 엄연히 묘지시설에서 이뤄져야 하다보니 잔디밭에 매립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목장, 잔디장은 표지석 등으로 매립 장소가 표시되지만 산분은 여러 고인의 유골이 섞인다. 때문에 산분장은 기수 제한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유가족에겐 단점이 될 수 있다.

김현정디자이너 /사진=김현정디자이너

청주시 관계자는 "아직까지 봉안 수요가 가장 높지만 포화상태고, 추가설치가 어렵다보니 자연장은 대체재로 선택하는 편"이라며 "산분장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실제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경험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앞으로 유럽처럼 유족들이 추모하며 산책할 수 있는 공원 형태로 산분장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부산은 아예 공영 자연장이 없다. 부산은 2009년 추모공원을 운영하면서 자연장 부지도 확보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16년째 착공을 못하고 있다. 자연장은 유골이 흙으로 스며든다는 점, 조문객이 늘어나면 교통이 복잡해진다는 점 등이 이유다. 부산시는 최근 장사시설 부족으로 봉안당을 증축하면서 해양장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해양장은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바다에서 치러져야 하는 만큼 비용 등도 관건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시민설문을 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자연장 희망률이 높게 나오지만, 장례를 치르는 것은 자식이다보니 희망 수요와 실제에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30년 뒤 연간 사망자 2배로 급증...봉안당 노후화도 문제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하지만 매년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특정한 장소를 점유하는 장례 형태는 지속되긴 어렵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8569명으로 10년전인 2015년 27만5895명 대비 30%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 수(중위기준)는 2038년에 50만명, 2045년에 60만명, 2052년에 7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봉안당의 경우 30년간 보관하는 경우가 많아 건물 노후화도 우려된다. 전국 국토의 묘지화를 막기 위해 봉안당이 장려됐지만, 이제는 전국 봉안당화를 막기 위해 다른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전체 사망자 중 봉안 비율이 현행 수준인 60%가 유지된다고 해도 앞으로 5년간 114만명, 10년간 244만명의 봉안시설이 필요하다.

무연고자 사망이 빠르게 늘어나는 점도 눈여겨볼 점이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6139명으로 2020년 3136명에서 5년만에 두배가 급증했다.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경우, 연고자가 있지만 고령이나 미성년자 등의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정부 공식 통계는 없지만, 약 70% 이상이 연고자의 인수 거부·기피인 경우로 파악된다. 후세가 돌볼 필요가 없는 장사시설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다.

복지부는 앞으로 화장장 등을 포함한 공공 종합장사시설 개보수에 국비를 신청할 때 산분장지 조성 계획을 함께 제출하도록 해 산분장지부터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국 종합장사시설 약 40곳에 산분장이 순차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예상한다. 박문수 복지부 노인지원과장은 "우리나라는 묘지에서 화장으로 장사방식이 빠르게 바뀌어온 만큼 인식이 개선된다면 산분장도 확산될 여지가 있다"며 "기존의 묘를 정비해 유골을 산분하는 방식도 정책 캠페인으로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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