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에 사는 70대 A씨는 전라남도에서 4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묘를 파묘하고 근처 사설 봉안당으로 이장했다. A씨는 "고령으로 벌초가 어려워 파묘하긴 했지만 산분장처럼 고인을 기릴 곳이 없는 형태는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세대가 좀더 지나면 산분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묘지시설에 유골을 뿌리는 산분장이 허용됐지만 막상 수요가 높지 않아 각 지자체가 산분장지 마련에 주춤한다. 산분장은 수목장, 잔디장 등 기존 자연장과 달리 특정 장소를 점유하는 방식이 아니다 보니 제사 등 추모의식을 중시하는 한국인의 정서론 이른 감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산분장지가 마련되지 않으면 수요가 있더라도 이용할 방법이 없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진행한 '산분장지 조성사업'에 참여한 지자체는 충북 청주시, 전북 무주군, 서울시 3곳뿐이다. 당초 신청 지자체가 청주시 1곳이었지만 참여독려를 통해 2곳이 늘었다. 복지부는 사업비의 70%, 최대 1억원의 국비를 지원한다.
복지부는 설문조사를 토대로 국민 23%가 산분장을 희망한다고 봤지만, 막상 '서울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립묘지엔 성인 외에 어린이 유골을 별도 산골하는 유택동산(나비정원)이 있다"며 "어린이 장례의 경우 사산아나 태어나자마자 아픈 아이인 경우가 많아 산분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산분장이라고 하면 영화에서처럼 깊은 산속에 뿌리는 형태가 연상되지만 산분도 엄연히 묘지시설에서 이뤄져야 하다 보니 잔디밭에 매립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수목장, 잔디장은 표지석으로 매립장소가 표시되지만 산분은 여러 고인의 유골이 섞인다. 이 때문에 산분장은 기수제한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유가족에겐 단점이 될 수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산분장이 자리잡기 위해선 실제 이용자들의 긍정적인 경험과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은 아예 공영 자연장이 없다. 부산시는 최근 장사시설 부족으로 봉안당을 증축하면서 해양장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해양장은 해안선에서 5㎞ 이상 떨어진 바다에서 치러야 하는 만큼 비용 등도 관건이다. 하지만 매년 사망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특정한 장소를 점유하는 장례형태는 지속되기 어렵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사망자 수(중위기준)는 △2038년 50만명 △2045년 60만명 △2052년 70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공공 종합장사시설 개보수에 국비를 신청할 때 산분장지 조성계획을 함께 제출토록 해 산분장지부터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종합장사시설 약 40곳에 산분장이 순차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