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등학교는 멀리 갈래요"…이 선택이 대학 가른다

정인지, 유효송 기자
2025.11.03 05:48

고교학점제·내신 5등급제에 대형 고등학교 선호 뚜렷
강남 중학생 수 11년 만에 최고치...5년새 10% 증가

내신 5등급제 등급별 기준/그래픽=김지영

#서울 학군지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중학교 3학년 딸의 고등학교 선택이 고민이다. 집 근처에도 전교생 수가 800명 내외인 일반 고등학교가 2곳이나 있지만 내신 경쟁이 우려돼 비슷한 규모의 타지역 고등학교를 고민 중이다. A씨는 "자녀가 타지역 진학을 원한다"며 "학원은 오히려 집 근처에 많은데, 대중교통으로 20~30분 멀리 있는 고등학교까지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전국 시행되면서 고등학교 선택이 대학입시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서울에서는 대형 고등학교가 많은 강남구에 학생이 몰려 11년만에 중학생 수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학생수가 적은 기초지자체들은 추가 유출을 막기 위해 앞다퉈 고등학교 입시설명회를 개최한다.

"최상위권, 특목고 여전히 유리...2등급 이하라면 일반고"

2일 입시전문가들은 메디컬을 지망하는 최상위권이라면 특목고·자사고가 여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목고·자사고는 내신 시험이 수능과 난이도가 유사해 이중 공부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변화하면서 기존 2등급(11% 이내) 학생들도 1등급(10%)으로 표기될 확률이 높아졌다.

메디컬 지망이 아닌 상위권이고, 강남을 비롯한 학군지의 경우 이른바 '갓반고(입시결과가 탁월한 일반고)'가 많아 특목고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서울대는 2028학년도부터 서울대는 정시 수능위주전형(지역균형)을 폐지하고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지역균형)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수시 지역균형에 특목고·자사고는 지원할 수 없고,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폐지한 것이 특징이다. 윤윤구 EBS 대표 입시강사는 "수능 최저가 사라지면서 모든 일반고의 상위권이 쓸 수 있게 됐다"며 "해당 전형 경쟁률이 4대1 정도인데 11대1로 폭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기준 2등급 후반~3등급 초반 수준의 학생들은 학교에 따라 5등급제에서 1등급으로 올라갈 수도, 2등급이 될 수도 있어 고민이 큰 성적대다.

윤태영 서울시교육청연구정보원 연구사는 "학생이 진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학기별로 교육과정이 잘 배치됐는지, 과목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을 지를 살펴야 한다"며 "내신을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멀리 있는 학교를 가기보다는 필요한 수업은 거점학교나 온라인학교를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학교 성적은 절대평가고 난도가 낮아 현재 학생의 학습 수준을 평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중학교 과정이 시험범위인 고등학교 1학년 3월모의고사를 미리 풀어보고 등급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남구, 재학생수 1000명 일반고 5곳 달해...중구는 0
연도별 중학생 수/그래픽=윤선정

다만 고교학점제로 학생 수가 많은 지역에는 더 많은 학생이 몰리고, 적은 지역은 유출이 심화되는 현상이 우려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강남구 중학생 수는 1만8035명으로 5년 전 대비 10% 증가했다. 2014년 1만8038명이래 11년만에 최고치다.

서울 전체 중학생 수는 5년 전보다 4.8%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수치다. 5년 전보다 중학생이 늘어난 지역은 강남구를 포함해 대규모 재건축이 이뤄진 △강동구(증가율 10.8%) △송파구(0.7%) △서초구(0.66%) △영등포구(0.4%) 5곳 뿐이다. 반면 감소율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지역은 9곳에 달한다. 중구(17.9%), 성동구(15%), 용산구(14.5%), 노원구(14.3%), 관악구(14%) 등이다.

강남구 내 고등학교는 총 22곳(자사고 등 포함)인데 전체 학생수가 1000명을 넘는 일반고는 △숙명여고 △경기여고 △단대부고 △경기고 △중대부고 5곳이며 자사고를 포함할 경우 8곳으로 늘어난다. 반면 중구는 고등학교 11곳 중 전체 학생수가 1000명을 넘는 대형학교는 자사고인 이화여고 한곳 뿐이다. 일반고는 400명 내외 규모가 많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고등학교는 한반에 26명을 적정인원으로 보고 있어 이에 맞춰 학생을 배정하게 된다"며 "지역마다 학생수 편차가 있고, (지망을 무시하고) 학생들을 균등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전교생 규모가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자체에서는 이 같은 관심에 맞춰 '고입 설명회'를 개최 중이다. 지난달 18일 영등포구가 주관한 '2026학년도 고입설명회'에는 예년보다 3~4배 많은 인원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영등포구에는 자사고, 특목고가 없고 일반계고가 고군분투하고 있어 관내 학교 특성을 설명할 기회를 마련했다"고 했다.

서울 자치구 중 유일하게 교육센터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중랑구는 지난달 31일 '고교 선택 전략 및 핵심 정보' 특강과 '학교별 진학 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중랑구 관계자는 "지난해 600명이 넘게 몰렸는데 올해는 마감 일주일 전부터 500여명의 신청이 들어왔다"며 "최근 1년에 초등학교 한 반정도씩 학생 수가 줄고 있어 적극적으로 관내 진로 진학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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