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는 최근 석주선기념박물관이 소장한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열하일기' 친필 초고본이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됐다고 26일 밝혔다.
'열하일기'는 박지원이 1780년 조선 정조 때 청나라 건륭제 칠순 잔치 축하 사절단에 포함돼 한양을 떠나 연경(베이징), 열하(청더)를 다녀온 156일간의 기행문이다. 청나라의 실상은 물론 여행길에서 마주한 인물과 풍경을 박지원 특유의 필치로 그려냈다.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열하일기' 초고본 4종 8책을 소장하고 있다. 박지원이 친필로 작성한 가장 초기 고본으로 '열하일기' 완성본 이전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국가유산청은 "'열하일기' 친필 초고본은 연암과 후손들에 의해 수정·개작되는 과정을 온전히 살펴볼 수 있으며 조선 후기 대표 실학서로 당대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고려할 때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연행음청(건)'은 정본에는 없는 천주교(서학) 관련 내용이 수록됐으며, '연행음청(곤)'은 '열하일기'의 뼈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초기 고본인 '연행음청록·연행음청기' △서문과 단락을 갖춘 '열하일기(원/형/리/정)' △손자 박규수가 할아버지의 수고본이라고 보증하고 직접 교열한 '열하피서록' 등도 보물로 지정됐다.
특히 '연행음청(곤)'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43일간(1780년 5월10일~6월23일)의 내용이 기록됐다. 청나라로 떠나기 전 '한양 평동 처남 이재성 집에 머물렀다', '송별객이 전별시를 전해줬다', '부채 5자루를 선물로 받았다', '정조에게 인사를 올렸다' 등 기존에 확인되지 않았던 기록이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크다.
박지원의 저작물은 정치적 이유 등으로 간행되지 못하고 필사본 형태로 전해지다가 1932년 박영철에 의해 '연암집'(17권 6책)으로 간행됐다. 현재 석주선기념박물관은 연민 이가원씨(1917~2000)로부터 '열하일기'를 비롯한 연암 저작류 32종 83권을 기증받아 소장하고 있다.
박성순 석주선기념박물관장은 "이번 보물 지정은 우리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학술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한 단국대의 성과"라며 "앞으로 '열하일기' 친필 초고본을 학계에 적극 개방해 연암의 문예성과 실학 연구에 기여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