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지역의 중소 규모 사립대 100개 죽이기로 바뀌어선 안됩니다."
이기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두고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기부금을 10만원까지 세액공제하는 방안도 임기 내 완수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이 회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 인근 식당에서 열린 '2026년 대교협 신임 회장단 간담회'에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대교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해당 정책이 단순히 지방거점국립대(지거국) 10곳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거점 국립대와 지방 중소 사립대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로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거점 국립대 10곳만을 살리자는 정책으로 보지 않는다"며 "지역 균형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 균형발전의 시각에서 보면 10개 대학을 살리기 위해 다른 지역 대학을 희생시킨다는 발상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지역 대학 하나가 사라지면 해당 지역의 소멸 속도는 훨씬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대학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거점 국립대가 지역의 앵커 대학 역할을 하면서 인근 중소 규모 사립·공립대와 협력하고 더 나아가 수도권 연구 중심 대학과도 연결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나라 고등교육 생태계가 건강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지원 예산을 활용한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 그는 "지원금을 받은 거점 국립대가 인공지능(AI) 투자 여력이 부족한 지방 중소 규모 사립대와 협력하면 거점 국립대와 중소 사립대의 동반 성장이 가능하다"며 "거점 국립대가 학점 교류를 보다 개방적으로 운영하는 등 대학 간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대학 기부금 10만원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꼭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전임 회장이 정치권과 정부에 꾸준히 건의해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며 "올해는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향사랑기부금이나 정치자금이 1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는 이유는 공공의 목적에 부합해서다"라며 "대학 기부 역시 국가 미래를 이끌 인재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공공적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대학 기부금이 대형 대학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는 "규모가 큰 대학은 졸업생이 많아 기부금도 더 많이 모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각 대학이 받은 기부금의 일정 비율을 '사회기여 기부금'으로 조성해 지역의 어려운 사립대를 지원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 인상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는 "대학 등록금이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 수준"이라며 "전국 대학이 등록금을 5% 인상하더라도 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은 약 0.075%에 불과하다. 거시적으로 보면 영향이 크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특히 "등록금 인상 상한은 원래 직전 3개년 평균 물가 상승률의 1.5배였는데 현재는 1.2배로 낮아졌다"며 "최근 발의된 법안은 1배까지 낮추자는 내용인데, 이 수치가 어떤 수학적 정당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학도 학생들과 논의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등록금을 결정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이렇게까지 등록금 문제에 깊이 관여해 사학의 길을 꺾을 필요가 있을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강조했다.
2023년 3월부터 한양대 제16대 총장을 맡고 있는 이 회장은 지난 1일 대교협 제30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회장 임기는 2028년 2월29일까지 2년이다. 다만 이 회장의 총장 임기가 내년 2월 종료될 예정이어서 현재로서는 약 1년간 대교협을 이끈 뒤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대교협 회장은 현직 대학 총장만 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