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영재들도 '역사 교육' 필수…서울 과고 1·2학년, 한국사 배운다

황예림 기자
2026.03.10 17:00
2025학년도부터 적용되는 한국사 교육과정/그래픽=최헌정

서울 지역 과학고등학교가 재학생들의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조기졸업으로 일부 학생이 한국사 전 과정을 배우지 못한 채 졸업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앞으로는 과학 영재도 일반고 학생과 마찬가지로 필수 과목인 한국사를 이수한 뒤 대학에 진학하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성과고는 올해 한국사1·2 과목을 1학년 교육과정에 배치했다. 한국사1은 1학기, 한국사2는 2학기에 각각 3학점씩 편성됐다. 이에 따라 한성과고 1학년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50분짜리 한국사 수업을 주 3회 듣게 된다.

한성과고에서 한국사를 1학년 때 배우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사는 전국 모든 고등학생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공통 과목으로, 총 6학점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다. 그동안 한성과고는 한국사를 2·3학년에 배치해 2학년 1·2학기에는 2학점씩, 나머지 2학점은 3학년에 수강하도록 운영했다. 현재 3학년 학생들도 2학년 때 4학점을 이수해 올해는 남은 2학점을 수강해야 한다.

한국사 교육 시점을 앞당긴 것은 공통 과목을 다 이수하지 못한 채 졸업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과고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학생의 약 40%가 조기졸업을 통해 2학년까지만 학교를 다니고 대학에 진학한다. 이로 인해 기존 교육과정에서는 2학년까지 '한국사1'만 이수하고 '한국사2'는 전부 듣지 못한 채 졸업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한국사1은 선사시대부터 근대 개항기까지의 역사를, 한국사2는 일제강점기 이후 근현대사를 주로 다룬다.

교육과정 조정을 통해 한국사 교육을 강화한 건 구로구에 있는 세종과고도 마찬가지다. 세종과고는 2024년까지 한국사1·2를 3학년 과정에 편성했지만 지난해부터 2학년 과정으로 앞당겼다. 올해도 같은 방식이 유지돼 조기졸업 학생들이 한국사를 이수하지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

과학 영재들도 다른 고등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사를 배우고 졸업하게 되면서 역사 교육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로 전국 대부분의 학교는 한국사가 공통 과목으로 지정된 2018학년도부터 1학년에 해당 과목을 배치해 운영해 왔다. 다만 과학고는 수학·과학 중심 교육과정 특성상 교과 편성이 이들 과목 위주로 이뤄지면서 한국사가 뒤로 밀리는 구조였다.

서울시교육청이 역사 교육을 강화한 점도 과고의 교육과정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0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취임 이후 '역사 교육 바로잡기'를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하며 공교육에서의 역사 교육 강화를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7월 올바른 역사관 함양을 위해 '역사교육활성화위원회'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과고는 수학·과학 과목 이수 학점이 많아 한국사를 2·3학년에 편성했으나 조기졸업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못하는 문제가 생겼다"면서 "한국사를 1학년이나 2학년에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학교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교에서도 의견을 받아들여 올해부터 1학년 학생에게 한국사를 가르치기로 교육과정을 조정했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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