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 비중이 10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과학고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선호하는 학생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학점제 시행과 내신 5등급제 도입으로 상위권 학생이 몰린 학교에서의 성적 부담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자녀가 진학하길 바라는 고등학교 유형으로 일반고를 선택한 중학생 학부모는 74.1%였다. 전년(73.1%)보다 1.0%포인트(P) 상승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처음 공개된 2015년 이후 가장 높다. 2015년에는 일반고를 희망한다는 응답이 62.4%에 그쳤다.
과고 지원 의향은 반대로 감소했다. 이번 조사에서 과고 진학을 원한다고 답한 비율은 2.3%로, 2024년 2.9%에서 0.6%P 하락했다. 과고와 영재학교를 '특목고' 항목으로 묶어 조사하다가 학교 유형을 세분화한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9년 당시 3.6%였던 응답률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처음으로 3%선 아래로 떨어졌다.
자사고 선호도 역시 약화됐다. 자사고 진학을 희망한다는 응답은 2024년 7.1%에서 올해 6.4%로 낮아졌다. 2021년(6.1%) 이후 4년 만의 최저치다. 외국어고·국제고를 선택한 비율도 2024년 3.8%에서 2025년 3.3%로 0.5%P 감소했다.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특목고와 자사고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2025학년도 고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부터 전면 시행됐다. 이 체제에서는 상당수 과목이 상대평가로 운영되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이 몰린 학교일수록 내신 경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고교학점제 이후 내신 평가 방식이 기존 9등급에서 5등급 체계로 바뀐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5등급제에서는 1등급 비율이 상위 4%에서 10%로 확대되는 등 1·2등급 비중이 늘어나 일부 학생에게는 유리할 수 있다. 다만 1·2등급 안에 들지 못할 경우 곧바로 3·4등급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5등급 체계에서는 3·4등급이 사실상 중하위권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1등급 경쟁이 치열한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좋은 성적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기존에는 2~3학년 과목 가운데 절대평가가 상당수 포함돼 있었지만,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대부분 상대평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내신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한 자사고나 과고 지원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고가 지녔던 교육적 강점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자사고는 일반고보다 교육과정의 자율성이 커 토론 수업이나 연구형 동아리 활동 등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발하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혔다. 그러나 주요 대학이 정시 선발 비중을 확대하면서 이러한 요소가 입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평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과거에는 서울대학교 등 주요 대학의 수시 학종 기준이 높아 자사고가 학종으로 대학을 가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2022학년도 이후 수능 중심 선발이 확대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특별한 장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가운데 내신 불리함만 부각되면서 일부 지역 자사고는 경쟁률이 사실상 미달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