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협회, 고위간부에 3000만원 뇌물·외유성 해외여행

정인지 기자
2026.03.16 13:22

복지부, 특별감사 진행해 49건 처분 시행...수사 의뢰
국고 3억원 지원 보류...개선 미진할 경우 설립 허가 취소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고위간부의 성폭행, 갑질 의혹이 제기된 한국농아인협회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특별감사를 진행했다. 복지부는 불투명한 예산 운용 등 범죄혐의가 의심돼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16일 복지부는 한국농아인협회 17건, 중앙수어통역센터 6건 등 총 23건의 부적절한 사항을 발견하고 기관경고 13건, 시정 9건, 통보 16건 등 49건의 처분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중앙수어통역센터는 한국농아인협회의 산하기관으로 지역별로 운영되고 있는 수어통역센터를 관리, 감독하는 곳이다.

복지부는 △협회 예산으로 고위간부에게 약 3000만원의 고가 선물 제공 △협회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장애인생활체육회 관련 행사 등에 수어통역사의 참여 금지를 지시해 장애인의 의사소통 지원 방해 △세계농아인대회의 불투명한 예산 운용 등에 범죄혐의가 의심돼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복지부는 또 이사회 운영, 외유성 해외여행 등에 처분을 요구했다.

2024년 1월에 개최한 두 건의 이사회(1월9일, 1월29일)는 선거 무효로 적법한 자격이 없는 이사들이 참석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2020~2021년에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하고 2022년에 전국 단위의 임원·대의원 선거를 치렀다. 대법원은 그러나 선거 규정을 통과시킨 이사회 결의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2023년 선거를 무효처리했다.

2023년에는 세계농아인협회 운영 예비비를 협회 간부들의 태국 치앙마이 여행에 사용했다. 해당 여행에서 현지 장애인 단체와 교류 활동은 없었으며, 일정은 관광지 방문으로만 구성됐다.

최근에는 성 비위 의혹으로 업무배제된 간부가 업무배제 기간 중에 21건의 전자문서를 결재한 사실을 확인했다.

직책보조비도 4300만원이 과도하게 지급됐다. 내부 규정에 따르면 임원(상임이사)에 대해 월 150만 원의 직책보조비를 지급할 수 있다.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정당한 근거 없이 월 300만원으로 임의로 인상해 지급했다. 중앙수어통역센터장은 직책보조비 지급 대상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2024년 4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직책보조비를 지급했다. 초과지급된 직책보조비는 총 4300만원으로 해당 금액을 환수하도록 했다.

협회가 장애인고용장려금을 산하 지역협회에 배분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일부 지역협회에 금액의 일부를 소송비용 명목으로 공제하거나 지급을 보류한 사실을 확인했다.

복지부는 재발 방지 등을 위해 '장애인복지시설 사업안내' 개정안을 마련해 통보했다. △수어통역센터의 설치·운영 주체를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등으로 확대해 특정 단체 중심의 운영 구조 개선 △수어통역센터장 채용, 운영규정 제·개정, 수익금 회계 처리 등 운영 전반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강화 △수어통역센터장의 자격 및 경력 기준을 신설 등이 포함됐다.

복지부는 협회에 대한 국고보조예산 지원 약 3억원 지급을 보류하고 지원 재개 여부는 수사 결과, 처분요구 이행, 협회의 개선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한다.

협회의 개선의지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중앙수어통역센터 업무위탁계약 조기 종료, 한국농아인협회 설립허가 취소 가능성 등도 검토한다.

복지부는 제반 문제들에 대해 장애계, 관계부처, 외부 전문가 등과 단체운영 지침마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올 상반기까지 장애인단체의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운영 지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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