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가 없다고, 규정이 없다고 그대로 둘 수는 없었습니다.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면 먼저 방법을 찾는 게 서울 서초구의 행정입니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서초는 안전·건강·문화·여가 생활 등 모든 항목에서 가장 먼저 답을 내야 하는 대한민국의 표준 도시 같은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집을 나서면 바로 걸을 수 있는 숲길과 수변 공간을 만들고, 길가에 방치된 전기자전거를 치우는 적극 행정을 펼치고 있다. 양재 일대에는 인공지능(AI) 특구와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지구를 묶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미래 성장동력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달부터 시행 중인 전기자전거 즉시 수거는 서초구 적극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다. 전기자전거 관련 민원은 2023년 4100건에서 지난해 5300건으로 늘었다. 서울시 전체 전기자전거 운영 대수도 2022년 5230대에서 지난해 4만1421대로 8배 가까이 증가했다. 킥보드는 견인이 가능했지만 전기자전거는 자전거로 분류돼 즉시 조치 근거가 분명하지 않았다.
전 구청장은 "법률 자문 등을 거쳐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즉시 수거 체계를 만들었다"며 "무분별하게 방치된 전기자전거는 주민의 보행 안전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을 끝까지 찾아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AI 행정서비스를 도입했다. 단순 챗봇을 넘어 민원 예약과 행정 절차를 대행해 주는 AI 행정 서비스다. 도입 이후 3개월간 민원발급 방문 예약, 법률상담 등 하루 평균 120건 이상, 1만3000건의 문의를 처리했다. 정부·지자체에서 '벤치마킹' 모델로 삼은 데 이어 일본 총무성은 '해외 행정 AI 활용' 우수사례로 서초구를 꼽았다. 최근엔 도쿄대학교 연구진이 사례 조사를 위해 방문했다.
전 구청장은 '걷고 머무는 공간' 정비를 행정의 한 축으로 꼽았다. 그는 "주민들이 평소에 안전하고 편하게 걷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은 매우 중요하다"며 "내 생활권 안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결국 행정 효능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초IC에서 한강까지 이어지는 4.5km 길을 '길마중 초록숲길'로 정비해 도심에서도 숲과 흙길을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여의천에는 소원카페와 데크쉼터를 넣었고, 양재천·여의천 합류부와 영동1교 하부에는 26m 집라인과 라운지 공간도 조성했다.
서초의 미래축으로는 양재·우면 AI 특구와 양재1·2동·개포4동 ICT 진흥지구를 묶은 '서초 AICT 벨트'를 제시했다. 서초구는 여기에 5년간 5100억원을 투입해 1조5000억원의 경제효과와 3700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2030년까지 AI·ICT 기업 1000개 유치도 목표로 잡았다. 스타트업에서 유니콘으로 이어지는 첨단 기업 성장사다리를 행정이 받쳐주겠다는 전략이다. 전 구청장은 "양재·개포 일대는 판교와 테헤란로를 잇는 결절 지점에 위치한 최적의 입지"라면서 "현대차·기아, 삼성, LG, KT 등 대기업부터 AI·ICT 기업 500여 곳, 서울AI허브 등이 모여 국가대표 AI 거점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중동 지역 전쟁에 대응한 골목상권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서초구는 비상경제대응 전담반을 꾸리고 중소기업육성기금 50억원, 초스피드 대출 437억5000만원 등 총 487억5000만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운용 중이다. 서초사랑상품권 70억원도 앞당겨 발행했다. 12개 골목상권 상인회와 함께하는 '서초 골목상권 힘내자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신한은행이 한국공정무역재단에 5억원을 출연하고 4억4000만원 규모의 할인쿠폰을 풀어 소비를 상권 매출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전 구청장은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며 "어려운 시기일수록 행정이 한발 먼저 움직여 구민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