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더 이상 개별 사업 몇 개로 풀 수는 없습니다. 교육과 상담, 훈련, 매칭, 사후관리까지 하나의 구조로 묶어야 실제 취업이 가능합니다."
강명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이사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서울의 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지원의 문제가 아니라 연결 구조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50플러스재단은 40세 이상 시민의 일자리와 경력 전환, 노후 준비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시 출연기관이다. 단순히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시민과 취업시장을 잇는 공공 플랫폼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 강 대표의 구상이다.
지난해 50플러스재단에서 실시한 '중장년 1만 명 일자리 수요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40~64세 중장년 350만 명 중 53.7%(187만 명)가 향후 5년 이내 이직·전직·재취업을 준비하거나 계획 중이다. '기회가 되면 시도하고 싶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82.6%(289만 명)에 달한다. 서울의 중장년층 10명 중 8명 이상이 취업시장에서 변화를 겪고 있는 셈이다.
중장년이 일을 원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구직 목적에서 '생계유지'가 82.3%로 가장 높았다. 재취업은 자기 계발이나 사회참여의 부수적인 수단이 아니라 삶을 유지하기 위한 현실적 문제라는 의미다. 희망 임금은 평균 381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수용 가능한 임금은 331만1000원으로 약 50만원 차이가 났다. 중장년층이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시장이 제시하는 조건 사이에 구조적인 간극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 수요 조사도 이와 비슷했다. 50플러스재단에서 앞으로 3년 내 중장년 채용 의향이 있는 4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만~300만원 미만 임금 수준의 정규직·전일제 일자리가 다수를 차지했다. 기업이 중장년 인력에게 기대하는 역량은 책임감, 문제해결능력, 기술 이해와 활용 능력이었다. 강 대표는 "일할 의지가 있는 중장년과 채용 수요가 있는 기업이 모두 존재하지만, 양측을 촘촘히 잇는 매칭 구조와 직무 맞춤형 훈련 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진단을 토대로 올해 재단의 운영 방향을 '사업 확대'보다 '취업이 되는 구조'에 맞췄다. 올해 2월 출범한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중장년취업사관학교는 인재 등록부터 경력 진단, 취업훈련, 기업 연계, 취업 후 적응 지원까지 하나로 통합한 서울시의 중장년 취업 지원 '종합판'이다.
강 대표는 지원 방향이 '단발성' 취업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번의 취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경력 이동과 재취업까지 이어지도록 돕는 구조를 만드는 일, 그것이 서울시 출연 공공기관인 재단이 맡아야 할 다음 단계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강 대표는 "한 번의 취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경력 이동과 재취업까지 이어지도록 지원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재단이 '공공 플랫폼'으로 일자리 상담과 교육에 머무르지 않고, 수요 분석과 훈련, 채용, 사후관리까지 연결하는 인프라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어떤 기관인가.
▶50플러스재단은 40세 이상 시민의 일자리, 경력 전환, 노후 준비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다.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중장년이 노동시장과 다시 연결되고 삶의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기관이다. 지금은 상담과 훈련, 정보 제공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취업과 경력 이동까지 이어지게 하는 공공 플랫폼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중장년 일자리는 서울이 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서울 중장년은 현재 350만 명, 2029년에는 에코세대(80년대생)까지 400만 명으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게 된다. 중장년 일자리는 개인의 재취업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서울의 생산과 소비, 복지와 재정의 지속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중장년층이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면 개인의 소득 공백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복지의 보완책 정도로 볼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서울 중장년 취업시장의 현실은 어떤가.
▶서울 중장년의 82.6%가 향후 5년 안에 이직이나 전직, 재취업 등 경제활동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 약 289만명이다. 이 가운데 187만명은 이미 준비하거나 계획 중이다. 특히 구직 목적에서 생계 유지가 가장 높게 나왔다. 중장년에게 일자리는 선택적 활동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라는 뜻이다.
-현장에서 확인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핵심은 미스매치다. 희망 임금은 평균 381만원인데 실제 수용 가능한 임금은 331만1000원 수준이다. 중장년은 일할 의지가 분명하고 기업도 인력을 필요로 하지만, 원하는 일자리와 제공되는 일자리,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이 정확히 맞물리지 않는다. 교육 몇 개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 이유다. 어떤 역량을 키우고 어떤 기업과 어떻게 연결할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중장년 구직자라도 40~60대 연령별로 원하는 부분이 달라질 것 같다.
▶차이가 뚜렷했다. 40대는 정규직과 전일제, 안정적인 고용 조건을 더 중시했다. 50대는 경력 활용과 전환 가능성을 함께 보면서 수용 범위가 넓어지는 특징이 나타났다. 60대는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단시간 근로 등 보다 유연한 형태를 수용하려는 경향이 높았다. 중장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접근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령과 경력 특성에 맞춘 설계가 필요하다.
-50플러스재단의 중점 전략은 무엇인가.
▶사업을 단순히 늘리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 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첫째가 구조다. 교육, 상담, 매칭,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하나로 묶어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둘째는 기업 수요다.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를 기준으로 훈련을 설계해야 한다. 셋째는 데이터 기반이다. 개별 상담과 경험에 의존한 매칭에는 이미 한계가 있다. 구직자 정보와 기업 수요를 데이터로 축적해 더 정교하게 연결해야 한다. 끝으로 인프라다. 서울 전역 어디에서나 비슷한 수준의 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시설도 중요하다.
-올해 중장년취업사관학교가 출범했다.
▶중장년 취업 지원의 핵심 기반이다. 대표 취업 성공모델인 '청년취업사관학교'의 검증된 운영 경험과 훈련 시스템을 그대로 옮겼다. 기존에는 상담과 교육, 취업 지원이 각각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중장년취업사관학교는 개별 사업으로 분산됐던 중장년 취업 지원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인재 등록부터 경력 진단, 취업훈련, 기업 매칭, 취업 후 적응 지원까지 하나의 체계로 묶는 모델이다. 40~64세 서울 시민이면서 취업 의지가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중장년 채용이 기업한테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선택지 같다.
▶풀어야 할 문제다. 기업이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채용 자체보다 채용 이후 적응과 관리까지 떠안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단에서 채용 전 단계만이 아니라 채용 이후까지 함께 책임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 조사에서도 중장년 고용지원금과 유연근무, 건강검진, 자기 계발비 같은 지원을 원하는 수요가 파악됐다. 결국 기업이 중장년 채용을 부담이 아니라 효율적인 인력 확보 수단으로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최근 급격한 AI(인공지능) 도입과 디지털 전환에 위기의식을 느끼는 중장년이 많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취업시장은 AI와 디지털 역량을 기본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기업 조사에서도 AI 개발, 스마트팩토리, 빅데이터 분석 같은 신기술 교육 이수자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다. 중장년에게 부족한 것은 경험보다 단순히 최신 기술과의 접점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업 수요에 맞는 직무 중심 훈련으로 그 간극을 줄이려고 한다. 중장년취업사관학교의 취업훈련 자체를 기업 수요 기반의 AI·디지털 중심으로 설계했다. 경험 위에 기술을 더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경험을 갖춘 중장년에게 기술이 더해지면 가장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될 수 있다.
-현장 수요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
▶현장 수요에 비해 아직 부족한 것은 속도와 접근성이다. 재단은 지난해 1만 명 수요조사와 기업 수요조사, 정책포럼 등을 통해 중장년 일자리 문제를 구조적으로 진단했고,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출범시켰다. 다만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비하면 아직 더 가야 할 길이 있다.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과 인프라가 충분히 넓지 않고, 지원 체계가 서울 전역에서 동일한 수준으로 작동한다고 보기에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지난해 중장년 시민은 6만1796명, 취업컨설팅·직업훈련·잡페어 등 현장 매칭형 사업을 통한 취업 성과는 3208건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성과가 시민 삶의 다음 단계로 이어지도록 만드는 일이다. 50플러스재단은 시민의 경력 이동과 재취업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하는 공공 기반이 돼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지원 연령 기준도 확대해 65세 이상 시니어 일자리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재직 중 이직과 직무 전환을 고민하는 40대와 50대, 은퇴 후 재취업을 준비하는 60대까지 상담부터 훈련, 인재 매칭까지 한 번에 연결되는 생활권 취업 인프라를 서울 전역에 촘촘히 구축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