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이긴 영웅, ‘병마’로부터 지켜낸다

신재은 기자
2026.05.04 09:03

[주목! 서울시의회 조례]10년 이상 근속한 퇴직 소방공무원, 10년간 특수건강진단 지원

[편집자주] 정책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 전 영역에 입법의 영향이 커지면서 지방의회의 위상과 역할도 날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행정과 정책을 감시하는 서울시의회에 더 많은 시선이 가는 이유다. ‘더 나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전국 지방의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의원들이 어떤 조례를 발의하는지 알아본다. 시의회 의원 비율에 맞춰 각 정당이 발의한 조례를 소개한다.
▲지난 3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주택가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앞으로 10년 이상 근무한 서울특별시 퇴직소방공무원은 특수건강진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화재와 재난 등 위험 상황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소방공무원에게 체계적인 사후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내용의 조례가 최근 서울시의회에서 제정됐다.

4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국민의힘·서초구 제4선거구)이 대표 발의한 ‘서울특별시 퇴직소방공무원 특수건강진단 지원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3월 13일 본회의를 통과, 30일 공포됐다. 이 조례로 소방공무원이 퇴직 후 업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후유증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조례를 발의한 최 의장은 “직무 수행 중 축적된 유해 요인이 시간차를 두고 나타날 확률이 높지만, 그동안은 재직소방공무원에게만 건강진단이 지원됐다”며 “퇴직과 동시에 건강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소방공무원 근무여건에 대한 토론회를 주재해보니 이들이 퇴직 후 건강상태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시는 재직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11개 분야 168개 항목의 특수건강진단을 실시, 1인당 50만원의 검진비를 지원한다.

조례는 10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한 시 소속 소방공무원에게 퇴직 후 10년간 특수건강진단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수건강진단이란 ‘소방공무원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에 규정된 특수건강진단과 정밀건강진단으로, △호흡기계 △뇌심혈관계 △근골격계 △조혈기계 △간담도계 검사 등이 있다. 시장은 건강진단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 범위 내에서 전액 또는 일부 지원할 수 있다.

검진을 받고자 하는 퇴직소방공무원은 신청서 및 건강진단 사후 관리 결과 활용 동의서를 제출하면 된다. 다만 같은 해 다른 법령 또는 조례 등에 따라 유사한 건강진단을 받거나 당연퇴직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강 이상소견·PTSD…만성질환 시달리는 소방공무원

▲ 최호정 서울시의회 의장/사진제공=서울시의회

많은 소방공무원이 극한의 업무 환경으로 인한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각종 재난 현장에서 유해가스 및 분진, 소음, 고열 환경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어서다. 소방공무원은 야간 근무교대와 긴급 출동 등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높은 업무환경에 놓여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진행된 소방공무원 특수건강진단에서 건강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상소견 발생률은 2021년 77%에서 2025년 79.9%로 매년 75%를 상회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혈액검사 이상소견 △난청 등 직무 관련 질환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퇴직 이후까지 연계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퇴직소방공무원 건강검진 지원에 관한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방의회가 먼저 나섰다. 경북도를 시작으로 광주광역시, 충북도, 충남도 등 9곳의 지방의회가 ‘퇴직소방공무원 특수건강진단 지원 조례’를 제•개정했다.

현장에선 소방공무원의 정신건강 관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방공무원은 사건 사고 현장에서 마주하는 경험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경우가 많다. 소방청의 ‘소방공무원 마음건강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소방공무원 6만1087명 중 PTSD를 겪는 이들은 4375명(7.2%)이었다.

자살 위험군에 해당하거나 우울증을 겪는 소방공무원도 각각 3141명(5.2%), 3937명(6.5%)이나 됐다. 수면 장애는 1만6921명(27.9%)에 달했다. 소방 노조는 정부 차원에서 전문 치유 시설과 장기적인 보호 조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명문화를 주장하고 있다.

최 의장은 “시민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를 지키는 소방공무원의 안전 또한 서울시의회가 면밀히 챙기겠다”라며 “토론회 등을 통해 소방공무원의 목소리를 공론화해 개선의 발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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