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 폐지 논의가 나왔을 때 굉장히 큰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성평등한 사회가 실현돼서 더 이상 여가부가 필요없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성평등가족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성평등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원 장관은 성평등부의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하며 △여성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 △청년층의 극심한 젠더 갈등 완화 △고용평등 공시제 입법 등을 하반기 주요 추진 과제로 꼽았다.
최근 광주에서 여고생 흉기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지속되는 것에 대해 원 장관은 "교제폭력·스토킹·디지털성범죄 등의 심각성을 매우 깊이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선제 대응과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강화할 방안을 법무부·대검찰청·경찰청 등과 함께 마련 중"이라며 "조만간 대외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비동의간음죄 도입 의지도 재확인했다. 원 장관은 "성평등부가 참여하는 법무부의 젠더폭력 관련 협의체 회의에서 비동의간음죄를 비롯해 여러 입법 사안들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지난해 9월 장관으로 지명된 뒤 인사청문회에서 비동의간음죄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녀 청년의 성차별 인식 격차에 대해서는 "지난해 5차례 진행된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보니 여성들은 젠더폭력과 임금격차 같은 구조적 차별을, 남성들은 병역 부담과 성역할 기대에 따른 어려움을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젠더 갈등은) 경쟁 사회의 불안감이 표출된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현상"이라며 "해결도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청년공존공감위원회를 통한 공론화를 세 차례 정도 더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청년공존공감위는 성평등 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청년들이 정책 형성 과정에 참여하도록 만든 협의체다.
고용평등 공시제는 올해 하반기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성평등한 고용을 실현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며 "산업계와 노동계 모두 부담을 느끼는 만큼 제도의 의미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촉법소년(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향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소년법과 소년보호처분을 제대로 알기에 두 달은 짧은 시간이었다"면서도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국민들은 촉법소년이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오해를 확실히 해소했다"고 평가했다. '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는 올해 두 달간 공론화를 거쳐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