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도, 사람들도, 분위기도 완벽합니다. 모든 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신디스와 음쿠쿠 주한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
서울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이 시민이 함께 기억하고 즐기는 새로운 보훈문화의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6·25전쟁 참전용사와 참전국의 헌신을 기리는 공간에 시민참여 행사와 월드컵 응원까지 더해지면서 엄숙한 추모를 넘어 축제의 장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25일 광화문광장 감사의정원 일대에서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별리그 3차전 공동응원전이 열렸다. 붉은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과 남아공 국기를 든 외국인들이 대형 전광판을 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말 남아공에서 온 10대 테자양은 "정말 아름다운 곳에서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다. 이곳에 남아공의 헌신을 기억하는 공간이 있어 더 기쁘다"며 웃었다.
이날 응원전은 축구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남아공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대한민국을 도운 참전국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남아공은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싸워준 고마운 나라"라며 "오늘은 선의의 경쟁자로 만나지만 승패를 넘어 서로를 응원하고 우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신디스와 음쿠쿠 주한남아공대사와 경기를 관람했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시민들에게도 감사의정원은 응원과 기억이 만나는 장소가 됐다. 경기상고 3학년 이나이양은 "말로만 들었던 광화문광장 응원의 분위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거리응원 열기 사이로 참전국 응원행사와 참전국 타투스티커, 감사메시지 작성 이벤트가 이어졌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권만수씨는 "감사의정원도 볼 겸 일부러 찾아왔다"며 "역사적인 의미를 되새기면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좋았다"고 설명했다. 광주광역시에서 가족과 함께 온 이인혜씨도 "함께 지켜낸 자유와 평화를 즐기는 축제 같다"며 "아이들에게도 6·25전쟁 역사를 자연스럽게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감사의정원은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도운 22개 유엔 참전국과 대한민국 총 23개국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지난달 완공됐다. 지상에는 높이 6.25m의 석재조형물 '감사의빛 23'이, 지하에는 참전용사의 희생과 전후 대한민국의 성장을 보여주는 전시공간 '프리덤홀'이 마련됐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감사의정원에서 열린 '6·25전쟁 제76주년 서울시 기념식'을 시작으로 '호국보훈의 달 기념주간'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 기념주간을 계기로 감사의정원을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일상에서 기억하는 대표 보훈문화 공간으로 가꿀 계획이다. 기념식과 전시, 체험프로그램에 더해 야외도서관, 잔디마당 상영회 등 시민참여형 콘텐츠를 이어갈 예정이다.
오 시장은 6·25전쟁 서울시 기념식에서 "보훈이라고 해서 무겁고 엄숙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며 "영웅들을 향한 존중과 예우는 숭고하게 다하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는 축제처럼 즐겨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가족, 친구들과 함께 감사의정원이 뿜어내는 긍정과 자부심의 빛을 느껴보시길 바란다"며 "서울을 언제나 영웅을 기억하는 도시, 늘 영웅에게 감사할 줄 아는 품격 있는 도시로 지켜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