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관이 형성되는 청소년기에도 남녀의 인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여학생은 대체로 남학생보다 사회참여 의식이 높고 일부 사안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인식 격차는 청소년들의 남녀 또래문화가 다르다는 점 때문으로 파악된다.
27일 성평등가족부가 발간한 '2026년 청소년 통계' 중 지난해 초4~6학년 및 중·고등학생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의 사회참여 필요성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80.4%였다. '그렇다'고 답한 여학생은 83.9%, 남학생은 77.1%로 6.8%P(포인트) 격차다.
'모든 인간은 성별과 상관없이 모든 면에서 평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질문에도 여학생은 76.6%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지만, 남학생은 66.4%에 그쳤다.
여성가족연구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가장 두드러지는 남녀의 인식 격차는 '성차별·폭력'에 대한 민감도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이 가장 많은 지역인 경기도의 10대 청소년 성평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차별·혐오·폭력'이 심각하다고 인식한 집단순위는 여자 고등학생(2.97점), 여자 중학생(2.93점), 남자 고등학생(2.77점), 남자 중학생(2.75점) 순이었다. 반면 남성에 대한 고정관념·차별·혐오·폭력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남녀 모두 '2.81~2.9점' 사이로 편차가 크지 않았다.
'온라인상에서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 표현이나 농담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여자 중학생(3.32점), 여자 고등학생(3.28점), 남자 중학생(3.05점), 남자 고등학생(3.04점) 순으로 인식격차가 벌어졌다. '온라인상 나타나는 남성에 대한 성차별적 표현이나 농담이 심각하다'는 인식도 여자 중학생이 3.03점으로 가장 높았다.
송리라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원은 "여학생은 현재와 미래 모두 여성에게 불평등하고 구조적 불평등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며 "남학생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변화가 느리고 인식이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송 연구원은 "여학생은 안정적인 또래관계가 성평등적 태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반면 남학생은 더 많은 친구가 있었음에도 가치, 태도를 따라야 하는 또래 압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온라인 문화의 한 축으로 여성혐오가 자리잡으면서 혐오 발화가 남성성 인정의 도구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청소년 인식 조사의 경우 연구 윤리 등의 문제로 예민한 사회 주제를 다루기 어렵고 솔직한 답변을 얻기 힘들다는 한계 때문에 명확한 분석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임희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일부 조사 항목에서 10대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정부의 정책을 요구하는 등 남녀의 인식 차이는 분명히 있다"면서도 "그 수준이 연령, 지역, 대도시·농촌, 경제 수준 등을 뛰어넘을 만큼 뚜렷한지는 세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현장에서도 같은 이유로 남녀 인식 격차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교육의 한계를 호소한다. 각 교육청은 미디어 리터러시, 성인지 감수성 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교육 전과 후의 변화를 통계적으로 살펴보기 어려워서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인터넷 상에서는 10대들의 극단적인 표현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막상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에서는 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른들이 남녀갈등·인식격차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며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