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부의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 움직임에 대해 "국가안보의 백년대계인 장교 양성체계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각 군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전문성과 정체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정부가 육·해·공군사관학교 통합을 서둘러 추진하는 모습이 우려스럽다"며 "장교 양성체계는 국가안보의 백년대계"라고 밝혔다.
그는 "충분한 검토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명분으로만 추진할 일이 아니다"라며 "합동성 강화라는 표면적 이유로 각 군이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전문성과 정체성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세계 주요 군사강국들도 합동작전을 중시하면서 사관학교는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 역시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를 각각 운영하면서도 합동참모체계와 합동교육을 통해 연합작전 능력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동성은 학교를 하나로 합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며 "종합예술이 중요하지만, 미대·음대·체대를 합치지 않는 이유"라고 비유했다.
오 시장은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육군사관학교 이전 및 태릉CC 주택공급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만약 이번 통합이 태릉CC 주택공급을 위해 육군사관학교를 이전하는 것을 또 하나의 목적으로 한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의 의사"라며 "태릉CC 개발이든, 육군사관학교 이전이든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주민 생활환경과 교통, 교육, 문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검토하고 주민 공감과 동의를 얻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오 시장은 주택공급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안보 자산 훼손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주택공급의 중요성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면서 "80년간 축적된 장교 양성체계와 국군의 역사적 자산은 한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태릉과 화랑대는 대한민국 국군의 전통이 축적된 상징적 공간이자 서울의 중요한 안보 자산"이라며 "정부가 안보의 보루인 육사도 주택 숫자 늘리는 데 활용하려는 심산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언급했다.
오 시장은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미래세대에게도 책임 있는 결정이 아니다"라며 "정책 당사자인 사관생도들과 현역 장병들의 의견도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통합이 아니라 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이라며 "초급간부 지원율 감소, 우수 인재 유출, 복무 여건과 처우 문제 등으로 흔들리는 군의 사기를 회복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이어 "군의 사기가 살아야 안보가 살아난다"며 "국가안보의 근간인 장교 양성체계를 흔드는 것보다 우리 군의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적 개혁이 먼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