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추가로 이뤄지게 됐다. 성평등가족부가 두 달간의 공론화 끝에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한살 낮추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너무 미약하다"며 추가 논의를 지시하면서다. 정부는 연령을 최대 두살 범위에서 얼마나 낮출지 등을 놓고 국민 의견을 다시 수렴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성평등부의 촉법소년 연령 기준 공론화 결과를 보고 받은 뒤 "부분적으로 한살만 낮추자는 것은 너무 미약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성평등부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한살 낮추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긴 낮춰야겠다"며 "(강력 범죄 등에 한해) 부분적으로 낮출지, 모두 낮출지, (연령은) 한살 낮출지, 두살 낮출지 이 범위 내에서 다음에 한 번 더 토론해 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 우리 국민 의견도 한번 수렴해 보자.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해보자"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를 둘러싼 공론화 절차가 재차 진행되게 됐다. 성평등부도 이번 결론을 내리기 위해 지난 3~4월 두 달간 전문가·시민 등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성평등부의 결론은 시민참여단 숙의토론회 결과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성평등부가 시민참여단 212명을 대상으로 숙의토론을 진행한 후 실시한 조사에서 시민 76.9%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6.7%는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었고 30.2%는 모든 범죄에 대해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현행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17.9%에 그쳤다.
시민참여단과 달리 전문가로 구성된 '사회적 대화 협의체'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현행 연령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촉법소년도 최대 2년간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고 형사처벌이 낙인효과를 일으켜 재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된 '2022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도 전문가보다 시민 의견을 존중했다"며 "전문가 의견도 소중하지만 시민참여단의 숙의 결과를 존중하는 것이 이번 결정의 기본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추가 공론화 과정이 이뤄지면 연령을 몇 살 낮춰야 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연령 하향의 범위는) 최대가 두 살인 것 같다"고 가이드라인을 준 만큼 선택지는 '한살 하향'과 '두살 하향'으로 한정될 전망이다.
다만 국민 의견 수렴이 또다시 이뤄져도 연령을 두살 낮추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은 엄벌주의에 힘을 실었지만 두살 하향에는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연령 하향에 찬성한 시민참여단 가운데 55.8%는 현행보다 한살 낮춘 13세 미만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두살 낮춰 12세 미만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은 23.9%, 세살 낮춰야 한다는 의견은 7.9%에 그쳤다.
강력·중대·반복 범죄에 한해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유지할 경우 적용 대상 범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도 추가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가 필요하다. 법조계에서는 AI(인공지능)를 이용한 딥페이크(이미지·음성합성기술) 성범죄나 학교폭력 등을 강력범죄에 포함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무법인 율우 신혜성 변호사는 "촉법소년 연령대에서 늘어나는 성폭력의 대부분은 디지털 성범죄나 경미한 수준의 강제추행"이라며 "(이런 범죄도 중범죄로 볼 경우) 또래 남학생 간 신체 접촉까지 성폭력으로 규정돼 형사처벌 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가 공론화 절차를 어느 부처가 맡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까지는 1차 공론화를 주도한 성평등부에서 추가 공론화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성숙 국무총리가 "다시 한번 토론을 거치고 정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한 만큼 국무총리실 주관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성평등부가 맡는지, 국무총리실이 총괄할지, 법무부가 주관할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실과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