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는 16일 지난해 4월 발생한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공사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 약 14개월간 가동한 '광명시 지하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안상로 위원장(한국재난안전정책연구원장)과 지반·토질·구조 전문가, 변호사 등 12명으로 구성된 사조위가 내놓은 결과는 처참했다. 터널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설계'부터 엉터리였다. 시공사는 부실한 지반 조사를 바탕으로 붕괴 위험이 높은 실제 흙·돌 상태(풍화토~풍화암)를 단단한 암반(풍화암~연암)으로 오판해 터널이 견뎌야 할 하중을 턱없이 낮게 잡았다. 여기에 2아치 터널의 중심축인 '중앙기둥'을 설계하면서 컴퓨터 시뮬레이션(구조 검토)은 튼튼한 '연속 벽체'로 돌려놓고, 실제 시공 도면에는 3m 간격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기둥식'을 적용해 하중 계산을 왜곡했다.
'시공' 과정의 탐욕과 안일함은 사고를 가중시켰다. 터널 양방향 굴착 시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막장 간 간격 규정(20m 이내)을 최대 43m까지 이격시켜 비대칭 하중(편토압)을 극대화했다. 갱구부 가시설을 자를 때는 최소한의 보강 조치도 없이 무단 절단해 스스로 구조적 붕괴를 자초했다.
이를 감시해야 할 '건설사업관리'(감리)는 작동 불능 상태였다. 설계 오류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물론, 터널 막장면의 균열 여부를 확인하는 기초 조사마저 생략했다. 심지어 부실시공으로 금이 가고 있던 중앙기둥을 보호용 부직포로 꽁꽁 싸매두는 바람에 공사 중 기둥이 파괴되고 있는 실시간 징후마저 발견 못했다.
사조위는 14개월간 29차례의 마라톤 회의, 관계자 청문 12회, 드론·라이다(LiDAR)를 활용한 3차원 가상 정밀 시뮬레이션 분석을 거쳐 도출한 현장 밀착형 법 개정안을 이달 말 국토부에 공식 제출한다.
개정안에는 도심지 철도 공사 시 시추 간격을 현행 100m에서 50m 이내로 대폭 좁히고, 아치 터널 중앙기둥의 3D 구조해석 및 응력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막장면을 들여다보는 관찰자의 자격을 중급기술자 이상으로 격상하고, 주요 설계 변경 시 지하안전평가를 의무적으로 재검토하도록 했다.
시는 지하안전법 개정을 통해 △사고 우려 시 관할 지자체장에게 '긴급안전조치명령 요청 권한'을 부여하고 △국토부 지하안전평가 승인 과정에서 지자체장과의 정보 공유 및 의견 수렴을 의무화하며 △중앙사조위 구성 시 지자체 참여를 명문화할 것을 촉구했다.
시는 법 개정 건의와 동시에 시 자체적인 그물망 안전장치 가동에 나섰다.
시는 지난해 말 '광명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지하 싱크홀과 지반 침하를 과학적으로 잡아내기 위해 자체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장비를 도입해 상시 점검 중이다. 3기 신도시 개발과 광역 철도망 사업을 고려해, 이를 전담 제어할 전문 부서인 '지하안전관리팀'을 시청 내에 신설했다.
박승원 시장은 "신안산선 사고와 같은 복합 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토부와 끝까지 협의해 국가 안전 기준 자체를 뜯어고치고, 광명시만의 첨단 지하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