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만원으론 학원도 못 보내요"...갈 길 먼 '양육비 선지급제'

황예림 기자
2026.07.21 15:21

미성년 자녀 1만1631명에 188억원 지급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 1주년을 맞아 제도 성과를 소개하는 프레스투어를 진행했다. 선지급제를 이용 중인 양육자 3명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성평등가족부

"영어학원 하나 보내려 해도 월 25만원이 들어요. 솔직히 양육비 20만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요즘 고등학생 사이에서 제일 유행인 게 마라탕인데, 20만원으로 마라탕을 몇 그릇이나 먹겠어요."

'양육비 선지급 제도'를 이용 중인 양육자 3명은 한목소리로 경제적 어려움을 털어놨다. 양육비 선지급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정작 이들이 입을 모아 강조한 건 월 20만원으로는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현실이었다.

양육비 선지급제 1주년…"20만원 부족" 토로 쏟아져

성평등가족부 산하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원)은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양육비 선지급제 시행 1주년을 맞아 제도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양육비 선지급제는 18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 양육비를 받지 못할 경우 국가가 먼저 지급한 뒤 비양육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회수하는 제도다. 지난해 7월1일 처음 시행된 이후 양육비 선지급제를 이용한 가구는 지난달 말 기준 7372가구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미성년 자녀 1만1631명에게 양육비 188억원이 지원됐다.

이날 양육비 선지급제 이용자 인터뷰 시간에는 월 20만원의 선지급액이 실제 양육비 부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현재 이행원은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의 선지급금을 지원한다.

이혼한 딸을 갑작스럽게 떠나보낸 뒤 16세 손녀를 홀로 키우고 있는 70대 A씨는 '제도 운영 과정에서 가장 보완이 필요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행원에서 선지급을 받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줘 감사했다"면서도 "금액이 너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수학 학원과 영어 학원비가 각각 25만원이라 학원 하나도 보내기 어렵다"며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큰 도움이 되는 수준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15세와 11세 자녀를 키우는 40대 B씨도 "두 아이를 키워 40만원을 받지만 제 돈을 보태야 겨우 학원 하나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B씨는 "큰 아이가 일본어에 관심이 많은데 학원에 보내기는 어려워 한 달에 네 번 화상으로 진행되는 10만원짜리 프로그램 정도만 시키고 있다"며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른바 '투잡'을 뛰고 있지만 학원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양육비 선지급금 제도 개요./그래픽=김지영
독일은 연령별로 차등 지급-국내는 '최저 양육비' 기준 삼아…10% 회수율 확보 관건

이용자들이 지급액 확대를 요구하는 이유는 선지급금이 실제 양육에 필요한 비용과 큰 차이가 있어서다. 성평등가족부의 '2024년 한부모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성년 자녀를 둔 한부모가 자녀 1명당 지급받은 월평균 양육비는 88만2000원이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도 자녀 1명당 평균 33만5000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비 선지급제를 1980년부터 도입한 독일은 자녀가 성장할수록 교육비 등 양육비 부담이 커지는 점을 고려해 연령별로 지급액을 달리한다. 법제처 세계법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기준 독일의 양육비 선지급액은 △0~5세 227유로(약 38만원) △6~11세 299유로(약 50만원) △12~17세 394유로(약 66만원)다. 지원 대상은 18세 미만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으로, 지급 기간에도 별도 제한이 없다.

지급액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행원은 선지급금 외에도 다른 복지 제도가 함께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안은진 이행원 이행지원본부장은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한부모가정에는 월 23만원의 한부모양육비가 지급되고 있으며 아동수당도 별도로 지원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선지급액은 서울가정법원의 양육비 산정 기준표상 부모 합산소득이 가장 낮은 구간의 최저 양육비 수준을 고려해 책정됐다. 국가가 비양육자로부터 선지급한 양육비를 회수하지 못할 위험까지 부담하는 제도인 만큼 최소한의 양육을 보장하는 수준에서 지급액이 설계됐다.

결국 지급액을 인상하려면 선지급한 양육비를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행원은 회수 성과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지난해 7~12월 선지급한 77억3000만원에 대한 회수 절차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지난 19일 기준 회수율은 약 10%에 머물고 있다.

안 본부장은 "올해가 회수 단계를 시작한 첫해라 아직 충분한 어느 정도 회수가 가능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데이터 충분히 축적되면 현실적으로 검토해 중장기 목표치를 설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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