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아니라 학생의 관점에서 이 문제(배재고등학교 야구부 사태)를 바라봐야 합니다. 학생의 목소리를 듣는 '세대 간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교실 내 혐오문화 해법으로 세대 간 대화를 제시했다. 혐오표현이 초래하는 법적 문제를 스스로 깨닫도록 사례 중심의 민주시민교육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정 교육감은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임기 2기 비전 선포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배재고 '5·18 조롱 응원' 사건으로 불거진 교실 내 역사 왜곡과 혐오표현 문제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정 교육감은 "민주화 경험이나 특정 세대의 사회적 경험이 다음 세대에 그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사건을 보면서 문제를 지나치게 성인 중심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시민교육은 학생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듣는 것에서 출발해야 효과적"이라며 "요즘은 세대 간 대화를 특히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역사 현장 체험도 주요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 교육감은 "서울뿐 아니라 중요한 역사 현장을 직접 찾아 학생들이 체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공간적 경계를 넘어 전국적 시야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 다른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재형 서울시교육청 공약추진위원장은 민주시민교육을 사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보다 구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학생들이 혐오표현이 왜 문제인지, 차별표현이 어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며 "실생활에서 혐오표현을 사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이해시키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모의재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사 현장 체험과 모의재판 참여 등을 포함한 혐오표현 대책은 다음 달 발표 예정인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에 담길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배재고 사태 이후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종합계획을 마련 중이다.
정 교육감은 대중교통비 지원 공약과 관련해선 "모든 학생에게 교통비를 무제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통학거리가 먼 학생들의 등·하교 교통비를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의도고 사례를 보니 학생들이 여러 지역에서 작은 버스를 타고 등교하더라"며 "대중교통이 아닌 준스쿨버스를 이용하는 학생들도 있어 이런 부분까지 고려하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체험학습비 지원에 대해서는 "3박4일이나 해외 체험학습까지 지원하기는 어렵고 일일형 체험학습에 한해 모든 학생에게 보편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올해 2학기 시행을 희망하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핵심 공약인 3~5세 유아 무상교육도 추경(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에 따라 시행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정 교육감은 "3세 무상교육을 올해 가을부터 시작하는 것이 목표지만 추경이 확정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며 "추경이 확정되면 올해 가을부터 시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내년 봄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 과제가 남아 있지만 임기 내 3~5세 무상교육을 완성하는 것이 기본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육감은 대중교통비 지원과 유아 무상교육 등을 실현하려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다"며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권 보호 대책으로는 교사를 위한 '소송 대리제'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정 교육감은 "현재 마련한 교권 보호 대책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교사가 소송에 휘말렸을 때의 대응"이라며 "소송이 제기되면 교사들이 심적으로 힘들어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하기 어려워진다. 자동차종합보험처럼 (서울시교육청이) 소송을 대리해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