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복지제도의 수급 대상과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인 '기준 중위소득'이 내년 6.7% 오른다. 역대 최고 인상률이다.
보건복지부는 28일 제8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를 열고 내년도 4인 가구 기준으로 기준 중위소득을 692만9885원으로 확정했다. 올해 649만4738원에서 6.70% 인상된 금액이다. 1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도 17만2000원 오른 273만6042원으로 정해졌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14개 부처, 80여개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과 급여 수준을 결정하는 기준이다. 6.70%는 기준 중위소득 결정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로, 종전 최고치인 2026년도 증가율(6.51%)을 넘어선 수준이다.
중생보는 최근 빈곤 심화와 양극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역대 최대 수준의 인상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생계급여의 경우 1인 가구 최대 지급액은 약 5만5000원, 4인 가구 최대 지급액은 약 14만원 인상된다.
내년도 급여별 선정 기준은 올해와 동일하게 중위소득 대비 생계급여 32%,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8%, 교육급여 50%다. 의료·주거·교육급여의 가구별 선정 기준 역시 2027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반영해 정했다. 주거급여는 임차 가구의 기준임대료를 올해 대비 급지·가구원 수별 1만2000~5만원 인상하고 교육급여는 교육활동지원비를 올해 대비 평균 4.7% 인상하기로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하위소득 계층의 적자 규모가 커지고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등 어려운 국민의 생활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6.70% 인상한 건 가장 어려운 국민의 생활을 더욱 두텁게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기준 중위소득 인상으로 어려운 분들의 삶을 두텁게 보장하는 동시에 올해 중 수립될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부양의무자 제도 개선 등 더 폭넓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향도 검토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중생보는 이날 내년도부터 2029년까지 적용될 새로운 기준 중위소득 산정 방식도 확정했다. 이번에 결정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도 개편된 산정 방식에 따라 산출됐다.
개편안의 핵심은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을 산정할 때 소비자물가지수와 GDP를 반영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정할 때 올해 기준 중위소득에 국가데이터처가 매년 발표하는 가계금융복지조사(가금복) 중위소득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을 곱하되, 소비자물가지수와 GDP 성장률을 활용해 보정한다.
그동안에도 기준 중위소득은 가금복 중위소득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을 곱해 산정했지만 중생보는 해마다 별도의 기준으로 증가율을 조정했다. 어떤 해에는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의 약 70%만 반영했고 또 다른 해에는 물가상승률을 추가로 고려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새로운 산정 방식이 적용되면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실제 국민의 소득 수준에 한층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준 중위소득이 현실화되면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된다. 기준 중위소득은 주요 복지사업의 수급 기준이 되는 만큼 국민의 소득 수준보다 낮게 형성되면 지원이 필요한 계층이 대상에서 제외될 우려가 있다.
다만 이번 개편은 65세 이상 노인에게 적용되는 기초연금 제도에는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복지부는 현재 '소득 하위 70%'인 기초연금 선정 기준을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기준 중위소득의 100%'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산정 방식이 달라지면서 이 비율을 100%보다 낮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준 중위소득이 높아질 경우 100% 이하에 해당하는 대상이 늘어나 정부의 재정 부담이 증가할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