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나 시위'를 중증장애인의 공공일자리로 제도화하는 서울시 조례안이 추진된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권리중심 일자리사업'에 집회·시위 등을 포함하는 내용의 조례개정을 준비하면서다.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안정적인 생계를 지원하자는 취지지만 교통·시설운영을 방해하거나 폭력·침입을 수반한 위법행위까지 임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이달 10일 민주당 시의원 80명 전원은 제2호 당론 조례로 '서울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 지원 조례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를 제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란 중증장애인이 노동자로 고용돼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을 홍보하고 그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장애인 인식개선, 문화·예술 활성화와 권익옹호 활동을 수행하는 캠페인 형식의 공공일자리를 뜻한다. 또 서울시장이 일자리 개발과 보급, 참여자 규모와 선정, 전담인력과 위탁기관 운영 등을 포함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예산범위에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지급과 1년 이상 계속고용을 지원하고 전담인력을 근로자 5명당 1명 수준으로 배치하도록 노력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 조례에는 권리중심 일자리에 관한 정의나 지원근거가 없다. 해당 사업은 2020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가 발달·지체·뇌병변장애 등 기존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최중증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해달라고 시에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시는 사업운영 과정에서 집회·시위참여가 직무활동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늘었다고 판단했다. 시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활동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1만7228건 가운데 집회·시위·캠페인이 8691건으로 50.4%를 차지했다. 시는 집회·캠페인 편중과 민간 취업연계 부족 등을 이유로 2023년말 사업을 종료하고 2024년부터 카페·병원·교육기관·문화예술분야 등을 중심으로 한 장애유형 맞춤형 특화 일자리로 전환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대표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권리중심 일자리를 직접 연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출근길 지하철 시위는 권리중심 일자리 참여자들이 참가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조례의 정의에 들어간 캠페인은 집회나 시위를 포함한 더 큰 정치적 행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조례개정이 곧 집회나 시위에 대한 지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상훈 시의회 민주당 대표의원은 "조례를 개정해도 바로 예산이 편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장 방침에 따라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례상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는 권익옹호 캠페인의 범위가 넓게 해석될 경우 집회·시위참여 시간을 근무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등 과거와 같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는 원내대표단과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이같은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집회·시위방식이 아닌 다양한 장애인 일자리가 운영되는 상황에서 조례개정이 권리중심 일자리사업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