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촬영물 등 불법사이트 운영자 처벌을 강화하고 사이트에 광고게재를 전면 금지하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운영자를 검거해도 삭제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합법적 해킹 제도 도입을 검토한다.
20일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서울 정부청사에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방안'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삭제 지원을 넘어 불법사이트 그 자체를 무력화하는 근본적 대응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출범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 통합지원단'은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지난 6년간 수집한 3만4628개의 불법사이트와 최근 5년간 검거된 27건의 불법사이트 운영자 수사자료를 심층 분석했다. 그 결과 3만4628개 중 6683개 사이트(19.3%)가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여전히 접속이 가능했다. 또 3822개는 별도의 우회 절차 없이 국내망에서도 접속이 가능했다.
접속 가능한 사이트 6683개 중 한국어로 운영(300개)되거나, 타언어지만 '한국음란물(Koreanporn)' 등 한국 관련 카테고리가 있는 사이트는 1316개로 확인됐다. 이 사이트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은 215만개로 추정된다. 특히 이름(별칭), 직업, 거주지역, 연령, SNS(소셜미디어) 계정, 연락처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와 함께 유출됐다. 디지털성범죄는 10·20대가 전체 피해자의 77.6%(8258명) 차지해 저연령층의 피해가 심각하다.
국내망으로 접속되는 사이트 중 1674개의 사이트에는 도박․성매매 등 배너 광고 4만686개가 게재돼 또 다른 불법으로 유인하는 구조다. 불법 배너 광고는 각 사이트에 평균 34.7개, 최대 300개까지 게재돼 있었다. 판례 및 수사자료를 통해 추정한 배너 단가를 고려할 때 불법사이트 한 개당 최소 약 연 2억원의 범죄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서 검거한 126개 불법사이트 중 수익이 확인된 117개 사이트의 총 수익 규모는 약 304억원에 이른다. 또 불법성이 확인돼 국내망에서 접속차단이 된 뒤에도 검거까지 3~7년간 운영이 지속됐다.
불법촬영물 유통이 조직적·기업화된 범죄 생태계가 되고 있는 이유다. 웹 구조와 도메인, 콘텐츠의 기술적 흔적을 추적한 결과 385개의 동일 운영자 그룹을 식별했고 이 중 7개 그룹은 20개 이상, 최대 26개의 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는 앞으로 불법사이트 개설 행위를 도박장 개설죄와 유사하게 독립범죄화해 방조범이 아닌 정범으로 강력히 처벌하는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검토한다. 현행법상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또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해 불법사이트 운영자 검거를 통한 원본 삭제 등 근본적 해결을 위해 수사력 집중한다. 불법사이트 홍보 채널 및 연계된 도박사이트까지 추적해 불법 사이트 운영 총책을 대상으로 한 인지 수사를 추진한다.
성폭력방지법을 개정해 불법촬영물 삭제요청에 지속 불응하면 성평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 차단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미러사이트, 유사도메인 사용 등 동일·유사사이트는 기존 심의로 간주해 신속 차단한다. QUIC, ECH 등 새로운 암호화 통신 기술에 대응해 새로운 차단 기술 도입을 위한 타당성 검토 및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디지털성범죄 피해를 신속하게 중단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의 사이트 직접 접속을 통한 수사단서 수집 및 원본 데이터 삭제도 허용할 방침이다. 국가기관의 합법적 해킹을 허용하는 것이다. 호주에서는 2021년 수사기관이 데이터 삭제, 계정 장악 등 범죄 인프라를 식별·교란해 범죄행위를 예방·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신설한 바 있다. 원본 서버 위치를 알 수 없거나 피의자가 확인되지 않으면 영장에 의해 집행되고 해외로 특정되는 경우 해당국가의 법 집행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불법사이트의 수익화를 막기 위해 광고금지 제도를 도입한다. 일반광고시 명단을 공표하고 광고 중단 미조치시 과태료·과징금을 부과한다. 도박, 저작권침해 등 불법사이트 광고는 긴급 차단한다.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는 거래정지한다. 특정금융정보법상 '강화된 고객확인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해외 서버 기반 불법사이트 제재를 위해서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한국인 피해 신고 접수를 위한 전달체계를 마련하고 불법사이트의 해외 호스팅-CDN 사업자에게는 관계부처 공동(성평등부, 경찰청, 방미통위)으로 서비스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다.
원 장관은 "앞으로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술을 악용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서도 기술적 조치 의무화, 생성도구 출시 제한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