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냉매가 '불쏘시개'…소방청, 불법 혼합냉매 화재 원인 규명

김승한 기자
2026.09.02 12:00
에어컨 혼합 냉매 배관 절단시 화재 발생 상황. /사진제공=소방청

소방청은 온라인 등을 통해 유통되는 불법 혼합 에어컨 냉매가 실외기 내부에서 자연발화성 물질을 생성해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관계 부처와 수입·유통 차단 등 공동 대응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문제가 된 제품은 생산이 중단된 구형 냉매(R-22) 용기에 냉매 용도로 사용이 금지된 R-40(클로로메테인)을 혼합한 뒤 정상 제품인 것처럼 'R-22'로 표시해 판매하는 불법 혼합냉매다. R-22 생산이 중단된 이후 가격이 오르자 온라인 쇼핑몰과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저가 제품이 유통되고 있지만, 외관만으로는 정품과 구별하기 어렵다.

소방청이 최근 5년간 에어컨 냉매가 원인으로 의심되는 화재를 분석한 결과 총 36건이 발생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1건, 2023년 2건, 2024년 6건, 지난해 13건, 올해는 7월까지 14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다른 원인으로 분류됐다가 재조명된 사례도 11건에 달했다.

화재 발생 원인은 철거나 냉매 충전 작업 중이 17건(47.2%)으로 가장 많았고, 에어컨 작동 중 발생한 화재가 13건(36.1%), 미가동 상태 4건(11.1%), 원인 미상 2건(5.6%) 순으로 집계됐다.

소방청은 이례적인 화재 양상에 주목해 국립소방연구원과 서울·경기 화재감정기관, 경남소방본부 등과 공동 조사를 진행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활용한 정밀 추적조사 결과, 화재가 발생한 실외기 내부에서 자연발화성 위험물질인 '트리메틸알루미늄'이 검출됐다.

조사 결과 불법 혼합냉매에 포함된 클로로메테인이 실외기 내부의 알루미늄 부품과 반응하면서 트리메틸알루미늄을 생성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냉매를 처음 주입할 때는 정상 작동하지만, 사용 과정에서 위험물질이 생성되고 이후 철거나 재충전을 위해 배관을 절단할 때 공기나 수분과 접촉하면서 자연발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불법 혼합냉매로 인한 인명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경남 진주의 한 주택 화재 현장에서는 화재조사관이 실외기 냉매 인입부에서 튄 불꽃으로 양손에 2도 화상을 입었다. 지난 6월 인천 강화에서는 에어컨 냉매를 주입하던 70대 남성이 폭발 사고로 크게 다쳤으며, 올해 6월 목포와 지난해 4월 서울에서도 관련 발화·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소비자원 등 관계기관과 불법 혼합냉매의 수입과 온라인 유통 차단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비자 경보 발령 등 후속 조치도 함께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립소방연구원은 감식·감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불법 혼합냉매 대응 현장조사 안전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화재조사관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소방청은 정식 통관과 품질 검사를 거친 냉매는 안전하며, 검증되지 않은 저가 불법 혼합냉매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한 냉매는 사용을 피하고, 품질 인증 제품과 정식 등록 업체를 이용할 것을 당부했다.

주영국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불법 혼합냉매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사용자가 위험성을 인지하기 쉽지 않다"며 "관계 부처와 함께 화재 발생 현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추가 위험이 확인되면 국민에게 신속히 알리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