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확산한다던 '동장 주민추천제'...지금은 평택·광명만 남았다

김승한 기자
2026.09.29 14:55

주민 갈등·지원자 감소 등 상당수 지자체 중단
평택 11곳서 14명 임용…광명 작년 시범 도입

/그래픽=김지영 디자인 기자

주민이 직접 읍·면·동장 후보자를 평가하고 추천하는 '읍·면·동장 주민추천제'가 한때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했지만 현재는 평택과 광명에서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주민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지원자 부족과 주민 갈등, 단체장 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등으로 상당수 지자체가 제도를 중단했다.

29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주민자치 강화를 위한 종합계획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읍·면·동장 주민추천제를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는 경기 평택시와 광명시다.

읍·면·동장 주민추천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던 읍·면·동장 임명권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제도다. 공모 등을 통해 지원한 후보자가 주민에게 공약과 지역 운영계획 등을 설명하면 주민평가단이 현장 또는 온라인 투표를 통해 후보자를 평가·추천하는 방식이다.

주민추천제는 2014년 전남광주 광산구가 처음 도입한 이후 세종시와 서울 금천구, 전남 순천시 낙안면, 경북 의성군 안계면, 경기 수원시 등으로 확산했다. 하지만 상당수 지역에서 제도가 장기간 이어지지는 못했다.

광산구는 정치적 악용과 주민 분열 등의 문제가 나타나면서 2017년 이후 기존 임명제 방식으로 돌아갔다. 세종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제도를 시행하고 전체 읍·면·동으로 확대했지만, 시장 교체 이후 '내부 공모제'로 변경되면서 사실상 폐지됐다.

금천구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민간인 동장을 개방형으로 임용했지만 행정과의 협업 문제 등이 나타났고 임용 기간 만료 이후 사실상 중단됐다. 순천시 낙안면에서도 2019년 민간인 면장을 개방형으로 임용했지만 주민과 갈등을 겪다 이듬해 5월 중도 사퇴했다.

의성군 안계면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민간인 면장을 개방형으로 임용했지만 정치적 악용과 행정과의 협업 문제 등이 지적되면서 임용 기간 만료 후 사실상 폐지됐다. 수원시 역시 2019년 주민추천제를 도입했지만 공직자 사기 저하와 지원자 감소 등을 이유로 2021년 사업을 종료했다.

반면 평택시는 2021년 7월 주민추천제를 도입해 현재까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25개 읍·면·동 가운데 11곳에서 총 14명이 주민 추천을 통해 임용됐다. 주민 만족도는 71%를 기록했지만, 평택 역시 지원자 부족 문제는 제도 운영의 한계로 지적됐다.

광명시는 지난해 12월 광명6동을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동장 주민추천제를 시행하고 있다. 주민이 후보자를 직접 평가하는 디지털 투표와 숙의 과정을 강화한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진은 여러 지자체가 주민추천제를 시도했음에도 제도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제도적 기반 부족'을 꼽았다. 특히 주민추천제가 상위 법령이 아닌 개별 지자체의 조례나 지침 등에 의존할 경우 단체장이나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사업이 축소·중단될 수 있어 제도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 지방행정 연구원은 "주민이 지역 행정의 책임자를 직접 평가하고 추천한다는 취지는 의미가 있지만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기반이 충분하지 않으면 단체장이나 정책 방향이 바뀔 때마다 지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주민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지원자 부족이나 행정과의 갈등 등 그동안 나타난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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