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족은 소득 따지는데…18년째 소득요건 없는 다문화가족법

황예림 기자
2026.11.02 16:30
다문화가족의 월 평균 가구소득 추이/그래픽=이지혜

공공산후조리원 우선 이용 등의 근거가 되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18년째 소득 요건이 생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을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 한부모가족지원법과 대조된다. 다문화가족의 소득 수준이 최근 10여년 사이 크게 높아진 만큼 사회적 지원도 현실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성평등가족부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지원법은 2008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지원 대상에 소득 기준을 둔 적이 없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이 우리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소득 기준이 없는 구조는 성평등부 소관의 또 다른 가족지원법인 한부모가족지원법과 대비된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법률상 지원 대상을 소득을 요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준은 성평등가족부령으로 정하는데, 현재는 기준 중위소득 65% 이하 가구만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부모의 연령이 24세 이하인 청소년 한부모가족은 기준 중위소득 72% 이하까지 인정된다.

두 법에 차이가 생긴 이유는 제정 목적이 달라서다. 한부모가족지원법은 아동양육비와 생활보조금 등을 지급하는 복지급여 성격이 강하다. 반면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국제결혼이 급증하던 시기 결혼이민자의 한국어 교육과 자녀의 학교 적응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사회통합 법에 가깝다. 소득에 따른 선별 지원보다 정착 지원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제는 다문화가족지원법에 소득 기준이 없는데도 이를 근거로 각종 우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은 우선 입소 대상과 이용료 감면 기준을 정할 때 보통 모자보건법 시행령을 준용한다. 시행령은 다문화가족지원법상 다문화가족 산모를 '이용료 감면 및 저소득 취약계층 우선 이용 대상'으로 규정한다. 2011년 개정된 영유아보육법 역시 다문화가족지원법상 다문화가족 자녀를 국공립어린이집 우선 입소 대상으로 명시했다.

이로 인해 다문화가족은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형 안심 산후조리원의 경우 일반 이용료는 13박14일 기준 390만원이지만 다문화가족은 125만원만 부담하면 된다. 입소 순위도 2순위로 우대받는다. 경기 포천산후조리원 역시 일반 이용료는 14일 기준 168만원이지만 다문화가족은 절반인 84만원만 내면 이용할 수 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다문화가족의 경제적 여건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은 커진다. 성평등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가구소득이 500만원 이상인 다문화가족은 2024년 22.8%로 집계됐다. 2015년 7.7%에서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가장 높은 소득 구간인 월 600만원 이상 가구 비중도 같은 기간 3.5%에서 10.4%로 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다문화가족과 달리 한부모가족이 공공산후조리원 등에서 동일한 혜택을 받기 위해선 한부모가족지원법상 지원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사실상 저소득층만 공공산후조리원 우선 이용이나 이용료 감면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올해 기준 2인 가구 한부모가족이 국공립어린이집 우선 순위가 되려면 소득인정액이 월 272만9540원 이하여야 한다.

전문가는 다문화가족의 소득 분포가 과거보다 다양해진 만큼 사회적 지원 방식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지역별로 다문화가족의 규모와 소득 수준이 다른 만큼 일률적인 기준보다는 지자체가 지역 여건을 반영해 지원 기준을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건수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이주민 지원 정책은 2006년 정부 종합대책을 시작으로 20년 가까이 이어져 이제는 정책 전반을 점검할 시점이 됐다"라며 "이주민이라는 별도 범주만을 기준으로 지원하기보다 소득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 체계 안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다만 "소득만으로 지원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예를 들어 농어촌의 다문화가족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은 반면 서울은 소득 수준이 높아도 이주여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무엇을 지원 기준으로 삼을지 보다 정교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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