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들 만난 문재인 "정권교체시 조세정의 실현"

박소연 기자
2015.02.10 16:14

[the300](상보)문재인 당대표 타운홀 미팅 "박근혜정부 증세는 이중의 배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취임 후 첫 '민생 행보'에 나선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카페에서 '샐러리맨들과의 타운홀 미팅'을 갖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는 '13월의 세금폭탄' 논란을 불러온 연말정산에 대한 '유리 지갑' 직장인들의 성난 민심을 듣고 '증세없는 복지'는 실현 불가능한 만큼 법인세 정상화 등의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1

"제가 올해 딸이 태어납니다. 제가 서른 여덟살인데 애를 안 낳으려고 했어요. 국민소득이 3만불이라는데 딸이 이 땅에서 한 생명, 인간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내가 매일 내는 세금이 딸이 나중에 어려움이 처했을 때 버팀목이 돼줄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습니다. 조세정의와 소득재분배만 제대로 확보된다면 월급의 50%, 아니 70%를 떼 가도 좋습니다. 난 유한한 생명이니 미래세대를 위해 즐겁게 세금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애를 낳아도 되나 몇 년을 고민해야 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게 하는 게 정상적인 시스템은 아닌 것 같습니다."

10일 낮 서울 홍대의 한 카페에서 열린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샐러리맨들의 타운홀 미팅에서 한 직장인의 발언에 장내가 숙연해졌다. 문재인 대표는 "턱없이 낮은 대기업의 조세부담을 끌어올려 전체 복지수준을 중복지 수준으로 만들겠다"며 "정권교체가 되면 우리가 그렇게(조세형평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직장인 20명과 함께 박근혜정부의 연말정산 등 '13월의 세금폭탄' 문제와 관련해 샐러리맨들이 체감하는 세금부담을 청취하는 자리에서 "조세정의를 바로잡겠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도시락 미팅'은 문 대표가 당 대표로서 첫 행보로 민생현장을 택했다는 데서 주목된다.

문재인 대표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세금 더 부담하라고 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고 하신 말씀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통계청 발표를 보면 최근 2년간 가계소득이 늘어난 속도보다 세부담 속도가 2배가량 빠르다고 한다. 박근혜정부 들어 담배세금 올리고 연말정산 이름으로 가난한 봉급쟁이 세금 크게 올린 건 증세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은 첫째로 증세의 배신이고 둘째로는 그냥 증세뿐 아니라 부자감세라는 형태로 대기업들에게 법인세를 낮추는 등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오늘 여러분의 이야기를 잘 듣고 서민증세, 가난한 봉급쟁이의 유리지갑을 터는 일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한 직장인은 현 정부의 조세철학 부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회사원은 "과거 약 한 달 치 또는 반 달 치 월급을 1월달에 국가로부터 환급받았는데 한 달 치 월급을 더 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며 "대한민국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저생계비용은 국가에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기본공제액마저 줄인 것, 저출산 노령화가 가장 큰 경제문제라면서 자녀교육비 공제나 다자녀공제, 출산공제를 다 없앤 것은 철학의 부재와 정책의 비일관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자녀를 셋 둔 40대 직장인은 "월급명세서에서 세금총액을 볼 때 이 돈을 부모님께 고스란히 갖다드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국가에서 내 세금을 공정히 복지에 쓰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금년의 세금 문제는 단순히 과다의 문제가 아니라 법인소득과 개인소득 형평의 문제"라고 말했다.

'13월의 세금폭탄'을 미리 막지 못한 야당의 책임을 묻는 의견도 나왔다. 한 직장인은 "야당이 세법개정안을 너무 쉽게 합의해준 게 아닌가, 야당의 정책적 대안의 부재, 견제의 부제가 이번 연말정산 사태를 초재하지 않았나, 야당은 그 당시 뭐 했는가"라고 질문했다.

문재인 대표는 "당시 기재위 의원으로서 '13월의 세금폭탄을 막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 당은 오랜 기간 반대했고 장외투쟁까지 했지만 국정을 발목잡는다는 비난과 압박을 받았고 결국 의석수가 부족해 막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정부는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인 분들은 불이익이 없다는 등 주장했는데 결과적으로 국민과 국회를 속인 꼴"이라며 "앞으로 우리 당은 독자적으로 세금추계까지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춰 진정한 대안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시작된 이날 타운홀 미팅은 한시간 가량의 진지한 토론 후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표는 미팅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민생 현장과 함께하는 당대표가 되고 싶다. 여의도를 벗어나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정치를 할 것"이라며 "이것이 우리 당을 살려내는 길이고, 조만간 당 지지도로 객관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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