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선거'와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은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개선하기 위해 후보자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자에게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예비선거제도를 허용하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조합장선거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돈 선거 근절 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 11일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한 뒤 상반기 중에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도 고질적인 금품수수 문제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입후보예정자가 조합원에게 돈이 담긴 양말을 선물하거나 냉장고 안에 돈을 넣어두고 오는 등의 방법을 통해 표를 매수하는 행위가 이뤄진 것이다.
유혜원 선관위 행정사무관은 "입후보자로부터 금전이나 물품 등을 받은 자에게 제공받은 금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으나 선관위는 이번 동시조합장선거에서 과태료를 엄격하게 부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제공받은 금액·물품 등을 선관위에 반환하고 자수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단서규정에 따라 자수자에 대한 과태료 면제 방침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유 사무관은 "이같은 방침으로 위법행위의 신고·제보율이 48.2%에서 68.5%까지 올라왔지만 돈을 사전에 주고받지 않는 문화 정착을 위해선 자수자 과태료 면제방침을 계속 시행할 수는 없다"며 "향후 조합장선거에서는 50배 과태료를 엄격히 부과해 돈 선거의 불법성에 대한 인식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사무관은 또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로 했던 기부행위제한기간을 상시제한으로 확대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품 등을 수수한 조합원의 자격을 강제박탈하고 해당 조합에 대한 재정지원을 제한하는 방안도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깜깜이 선거'에 대한 개선 방안도 제기됐다. 올해 처음 시행된 전국 농·축·수협 동시조합장 선거는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약해 정책선거가 불가능하고 현직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이는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보자의 TV토론회 및 연설회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또 선거운동 기간이 후보 등록일부터 선거일 전까지 14일로 매우 짧다.
이와 관련, 이호중 좋은농협만들기전국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공직선거법과 같이 선거기간 개시일 전 60일부터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는 예비선거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4일 만에 자신의 정책 등을 모두 알리기 힘든 만큼 현직 조합장이 아닌 새로운 후보자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농민단체나 조합 대의원협의회, 마을 영농회가 후보자를 초청해 정견을 듣거나 언론기관의 토론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같은 토론회가 '제3자의 개입'이라는 지적에 대해 "조합원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위한 공적활동이지 선거운동 개입이라거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농협중앙회 등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현행 돈선거, 지연·혈연 위주의 조직선거 풍토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주장과 같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에는 조합장선거 문제와 관련, 선거운동 규제를 완화하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대한 법 개정안'이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돼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이 개정안은 예비선거제도와 언론사 토론회를 가능토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법안소위에 회부된 뒤 논의 자체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