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국회의원들이 직무연관성이 있는 주식을 보유한 채 법안 심사 등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을 계속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지신탁된 주식들이 매각이 되지 않고 있는데도 후속 조치에 대한 규정이 없어 상임위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도 매각이 되지 않을 경우 상임위를 재조정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머니투데이 the300(더 300)이 국회 공보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보유주식을 백지신탁한 7명 의원들의 주식이 모두 매각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지신탁한 의원은 새누리당 정우택(정무위원회), 윤명희(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주영순(환경노동위원회), 박덕흠(기획재정위원회) 의원,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승용(안전행정위원회), 이상직(정무위원회), 김영환(정무위원회) 등이다. 각 상임위 업무와 관련된 주식을 보유한 상태로 법안 심사 등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주승용 의원은 지난 2008년부터, 나머지 의원들은 2012년 19대 국회 개원 후 관련 주식을 백지신탁했다.
기재위 소속의 박덕흠 의원은 원하종합건설(50억여원), 혜영건설(62억여원), 용일토건(16억여원) 등 총 129억여원 어치의 건설업체 주식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쌀을 판매해 물의를 일으킨 윤명희 의원은 지난 2012년 농해수위에 배정받으면서 (주)한국라이스텍(7억3500만원)과 (주)웰라이스(2450만원) 등 쌀 관련 기업 주식을 백지신탁중이다.
주영순 의원은 (주)에이치앤철강(5억5500만원), 뉴스틸주식회사(1억원), (주)목표골프클럼(3600만원), 이상직 의원은 (주)반도산업(5억5000만원), 김영환 의원은 (주)아트메디칼(2억7800만원), 정우택 의원은 수도흥업(5900만원), 대티즌(1억7850만원), 주승용 의원은 (주)화성산업 주식 8000만원어치를 각각 백지신탁 중이다.
이들 백지신탁된 주식 가운데 실제로 매각이 이뤄진 것은 한 건도 없다. 대부분 비상장기업 주식으로 매각이 쉽지 않은 탓이다. 현행법상 수탁기관은 백지신탁된 주식을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처분하도록 돼 있다. 해당 기간 내 처분이 어려운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30일 이내 기간연장이 가능하다. 연장횟수에 제한이 없다보니 매각이 안된 상태로 계속 매각 시한만 연장되고 있는 것이다.
맡긴 주식이 팔리지 않다보니 공직자들의 직무관련성을 피하기 위한 주식백지신탁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관련 주식을 보유한 채로 이해관계가 있는 업무를 계속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우택 이상직 김영환 의원은 정무위 소속으로, 정 의원은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고, 이상직 의원은 법안을 심사를 도맡는 법안소위 멤버다. 주영순 윤명희 의원도 각각 환노위, 농해수위 법안소위 멤버다. 박덕흠 의원이 속한 기재위는 기업들에 민감한 세재 등을 다룬다. 안전행정위원회 소속의 주승용 의원은 7년 전 백지신탁 이후 여러차례 상임위가 바뀌면서 현재는 직무관련성 여부를 알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4년 마다 선거가 있는 국회의원들의 경우 여차하면 임기 내내 직무연관성이 있는 상임위에서 합법적으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주는 셈이 된다. 실제로 주승용 의원은 지난 2008년 부터 7년 째, 이상직, 윤명희 의원은 19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12년 7월부터 2년 8개월째 백지신탁 중이다. 주영순 의원도 백지신탁 기간이 2012년 11월부터 2년 4개월째다. 백지신탁된 주식은 보유 주식 총액이 3000만원 이하로 떨어지거나 의원 임기 만료 또는 의원직 상실시 신탁계약 해지를 청구해 주식을 돌려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