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연설, 너무나갔다, 포퓰리즘, 적극지지"…유승민을 보는 눈

김태은 이하늘 이상배 임동욱 송정훈
2015.04.08 18:35

[the300][유승민 대표연설 분석-각계 반응](종합)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에서 자신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15.4.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의당에서 나온 연설 같다. 너무 나간 것 아니냐” (새누리당)

“한국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한 반응이다. 여야가 뒤바뀐 것 아닌지 하는 착각마저 든다.

그 정도로 여야 모두에게 ‘충격’적인 연설이었다. 재계와 노동계, 중소기업들도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 “야당서 박수 더 많이 치더라”

이날 유 원내대표의 대표연설 직후 박완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새누리당의 놀라운 변화, 유승민 대표의 합의의 정치 제안에 공감한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연설을 통해) 세월호 인양에 대한 의지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개선을 정부에 촉구한 것을 환영한다”며 “박근혜 대통령 공약가계부의 실패선언, ‘증세 없는 복지’의 허구 고백은 집권여당 대표로서 용기 있는 진단”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박근혜정부의 조세정책, 단기부양책, 부동산정책 등 잘못된 실책에 대한 비판과 야당과 함께하자는 제안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 원내대표의 진단은 옳았지만, 처방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유은혜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유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은 한국 보수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보여준 명연설이었다”고 평가한 뒤 “오늘 연설이 정책으로 실천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호의를 표했다.

유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을 끝난 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유 원내대표에게 다다가 “정의당과도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이에 유 원내대표는 “우리 당으로 오시라”고 웃으며 답했다.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여당보다) 야당 의석에서 박수가 더 많이 나오더라”며 “야당이 더 좋아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새정치연합, ‘진보적 보수’ 대항마는?

여당의 반응은 갈렸다. 일각에서는 우려섞인 반응들이 나왔다. 새누리당의 기존 이념적 지향과 전통적 지지세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대구·경북(TK) 출신 한 재선 의원은 “나도 중도에 가까운 성향인데, 내가 보기에도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너무 나간 면이 있다”며 “특히 재벌 총수들을 법대로 하겠다는 부분이 가장 과격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새누리당 당직자는 “대표연설에 대해서 정의당에서 나온 연설 같다는 반응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그러나 반면 여당 다른 한켠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연설에 공감하며 호응을 보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의 한 국회의원은 “원내대표라면 여야 정치권과 국민들의 반응을 환기시킬 수 있는 메시지를 주는 연설을 할 필요가 있다”며 “유 원내대표의 연설은 그런 점에서 적절했다”고 말했다.

다른 TK 출신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보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을 높이 평가하며 “유 원내대표의 연설 내용이 앞으로 새누리당의 바이블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야당으로선 새누리당이 유 원내대표가 치켜올린 ‘진보적 보수’의 기치를 앞세워 중도를 잠식해 들어올 경우 총선 및 대선 전략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한 고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8일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유 원내대표의 메시지와 어떻게 차별화를 시도할지가 문제다. 한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문 대표로선 유 원내대표처럼 파격적으로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재계, 유승민 국회 연설에 “전형적 포퓰리즘 발언” 당혹

재계는 여당 원내대표의 ‘파격적인’ 경제 정책 제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정치인의 편가르기’, ‘포퓰리즘적 발언’ 이라며 격앙된 모습이다.

이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용을 접한 대기업 및 주요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다만 여당 등 정치권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의 이날 연설은 포퓰리즘적 발언”이라며 “정책은 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추진돼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여론에 따라 선언적으로 한마디씩 던지는 방식이 되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와 여당이 계속 대기업을 압박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데 기업 입장에서 매우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도 세금을 내고 책임을 다해야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설득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문제의 경우 세입세출 구조 및 여러 조세 및 재정정책을 따져 전략을 수립한 다음 근거를 가지고 기업을 설득해야 하는데, ‘대기업이 돈 많으니까 더 내라’는 식의 통보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다른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라며 “과연 법인세 인상, 하청단기 인상, 정규직 전환 강화로 일자리가 창출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은 글로벌 경쟁 시대로 기업의 이동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법인세를 올리면 바로 기업이 나간다”며 “외국 기업이 한국에 안 들어오는 이유도 제도적 문제, 바로 세금과 노동시장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하청단가를 인상해 우리 중소기업의 단가가 높아지게 되면 결과적으로 해외 중소기업을 통한 ‘글로벌 소싱’이 이뤄지게 된다”며 “또 정규직 전환을 강제할 경우 인건비가 상승하게 돼 노동시장 유연성이 떨어지고 기업경쟁력도 약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기업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이날 발언을 ‘원론적 이야기’라며 애써 그 의미를 대외적으로 키우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감지됐지만, 여당 내 재벌정책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입장 표명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A그룹 관계자는 “유 원내대표의 발언은 원론적인 이야기를 다시한번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이 발언이 특정인과 특정기업과 연결돼 확대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B그룹 관계자는 “사내유보금 과세, 기업 증세, 임금 인상 등 그동안 정부·정치권을 중심으로 타진됐던 아이템들은 기업 입장에서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며 “과연 국민을 진정으로 위한 정책은 무엇인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中企업계 '고무'

중소기업계가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하청업체 납품단가 인상 발언과 관련, 일제히 반색하고 나섰다. 여권 원내 대표가 해묵은 과제인 납품단가 인상 방침을 밝혔다는 점에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중소기업계 전반적으로 대기업 납품 단가가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이로 인해 그 동안 중소기업계에서 적정한 납품 단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기차게 해왔다는 점에서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인 납품단가 보장 방안과 관련해서는 “원자재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등을 적극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해 5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61.7%가 현재 납품단가에 대해 적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조사 결과보다 7.7%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납품단가가 적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치열한 가격경쟁’(37.3%)과 ‘원자재가격 상승분의 부분반영’(34.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대기업 협력업체들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삼성전자 1차 납품업체 A사 대표 역시 “대부분 대기업인 원청업체와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적정 납품 단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 때문에 그 만큼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결국 직원 임금 인상과 투자 등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장비를 납품하는 B사 임원은 “대기업이 좀 더 큰 시각으로 산업 생태계를 키워야 스스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원내대표 발언은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LG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C사 임원은 “납품 단가인상을 포함해 다른 거래조건을 함께 개선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납품 단가 인상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는 D사 임원은 “이번 발표가 여권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대기업의 반발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민노총 "말은 좋은데..."

민주노총은 8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관련, “발언내용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유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하청단가 인상 △상시적 업무 종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완화 △고용안정성 강화 등을 언급한 데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박 대변인은 “하지만 최경환 부총리도 임금인상, 최저임금 인상 얘기를 했지만 정책적으로 담보되지 않는 것이었다”며 “그래서 새누리당이 말하는 것과 정책적으로 실행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혹여나 노사정위원회 논의가 결렬됐고, 4월 재보선도 오는 상황을 염두에 둔 하나의 립서비스나 정치쇼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거둘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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