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당의 승리를 원하십니까. 우리 당이 달라지길 바라십니까. 그렇다면 누구입니까. 누구입니까 여러분"
지난 2·8 전당대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 경선에 나선 문재인 후보는 후보연설 시작부터 당원들을 향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문 대표는 연설 내내 "승리하는 후보가 누구냐"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문 후보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고 연설은 거침이 없었다. 문 후보의 연설이 현장표를 움직였다는 평가가 흘러나왔다. 분열과 패배에 익숙했던 당원들에게 '승리하는 정당'은 희망의 메시지였다.
당 내에서는 "문 후보가 대선후보 때 이 날 같이만 연설했으면 청와대 주인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뒤늦은 탄식도 새어나왔다.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30일 당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문 대표의 연설은 색이 바랬다. 승리는 커녕 전패(全敗)의 멍에를 뒤집어썼다. 4·29 재보선 결과가 확정된 이날 새벽, '3패 정권'(경제실패, 인사실패, 부정부패 정권)을 심판해달라던 문 대표의 호소는 '4패 정당'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문 대표는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통감한 듯 특유의 한 일(一)자 입모양을 연신 지어보였다. 문 대표는 이날 "(새정치연합이) 부족했다. 특히 제가 부족해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깊이 성찰하고 절체절명의 각오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재보선 전패 결과는 새정치연합의 '전략적 패착'으로 귀결된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초기 '두툼한 지갑론' 등을 앞세워 서민 호주머니 챙기기에 주안점을 뒀다가 '성완종 리스트'로 정국이 혼란스러워지자 '정권심판론'으로 급선회했다. 서민 경제는 온데간데 없고 '비난'만 부각됐다.
이완구 총리의 사퇴 이후로 표적이 사라지자 '새로운 특검' 카드를 꺼내든 것도 패착이었다. 지난해 초 자신들의 동의로 국회를 통과한 '상설특검법'을 써먹지도 못하고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유권자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이 같은 갈지(之)자 대응은 새누리당이 역공을 펴는 빌미를 제공했다. 새누리당은 의혹만 무성한 성완종 특별사면 문제를 물고늘어졌고, 정부도 여기에 맞장구쳤다.
이에 대한 대응도 명쾌하지 못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이 성완종 특별사면의 책임과 관련 "이명박·이상득에게 물어보라"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의심을 해소시키기기는 커녕 논란을 재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문재인 체제 이후 새정치연합의 타깃은 중보·보수층으로 요약된다. 문 대표가 당선 후 첫 공식일정으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도 그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성과를 맛봤다. 당 지지도와 문 대표 자신의 대선 지지도는 연쇄상승 효과를 누렸다.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정권을 찾아오기 위해 중도보수층 끌어안기는 숙명과도 같다. DJ정부의 탄생 배경에 DJP 연합이 있었고, 참여정부 출범 이면엔 MJ(정몽준 전 의원)와의 협상이 있었다.
성완종 파문은 야당에 호재였지만 과도한 공세 대응은 독이 됐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이번 사건을 일찌감치 '친박게이트'로 규정했지만, 의욕만 앞선 친박게이트 대책위는 제대로 된 팩트 하나 내놓지 못했다.
자립할 수 없는 진보진영은 매번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성완종 파문은 검찰에 맡겨두고 재보선 이슈를 서민경제에 맞췄다면 재보선 결과는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