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에게 새누리당은 어떤 존재입니까.
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은 4.29 재보선에서 '우리가 세력에선 밀릴지 몰라도 진정성에선 우위에 있다'고 일말의 승산을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현실은 0대 4의 패배입니다. (☞관련기사:문재인 대표님, 진정성이란 무엇입니까)
◇'나쁜당 프레임', 野 눈 가리는 나쁜 습관
문 대표가 그 진정성으로 꼭 이기고자 했던 상대가 새누리당이지요. 문 대표의 메시지엔 '새누리당=나쁘다'는 도식이 두드러집니다. 성완종 참여정부 특별사면 논란, 공무원연금개혁 진통, 세월호특별법과 시행령 논란에서 그랬습니다. 새누리당을 "나쁜 사람들"로 표현하는 건 문 대표만 아니라 당 지도급 중진의원들의 공통현상이기도 하네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 당에 '꼬리표'를 붙이고, 특히 상대가 여당이면 '정권의 실패'에 분노투표를 독려하는 차원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 대표를 포함한 야당의 대부분 구성원들은 진심으로 '새누리당은 나쁘다,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요. 새누리당을 이른바 '군사정권의 후예'이자 '기득권 집합체' '부정부패의 몸통'으로 보는 오랜 시각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당에 운동권 출신 구성원이 많은 것도 한 이유라고 하네요. 2003년 한나라당 의원총회,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발언할 정도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이던 모습도 기억하실 겁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나쁜당 프레임'은 새정치연합에 지극히 위험합니다. 첫째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찍었던 국민들, 새정치연합 지지자보다 많은 국민을 '나쁜' 유권자로 만들어버립니다. 새정치연합의 외연에 스스로 벽을 치는 꼴입니다.
둘째 현실을 냉정히 보는 눈을 잃게 됩니다. 정치에 옳고그름을 뚜렷이 규정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우리가 새누리당보다 낫다'가 아니라 '우리가 옳고, 우리가 더 정의롭다'는 선악 개념을 유권자에게 제시합니다. 이러면 개혁이나 혁신은 말장난에 그칩니다. 모든 구성원이 절박함을 갖고 선거에 임할 동기부여도 불가능합니다.
◇새누리, 국회에서 가장 유능한 정당…장점 배워야
지난 재보선도 그랬습니다. 심판론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새누리당이 나쁜 정당이고 심판의 대상이란 주장을 유권자들이 외면한 결과입니다. 문 대표는 혹시 '새누리당 정권은 나쁘다. 나와 우리 당이 옳다. 국민이 새누리당을 심판하는 것은 자명하다'는 생각에 갇혀있던 것은 아닙니까.
문 대표는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계산하지 말고 가자"고 자주 언급한다지요. 동감입니다. 그때그때 유불리에 연연하지 말자는 의미일 겁니다. 하지만 그 소신의 바탕이 '우리가 옳으니 결국 역사가 바로 평가할 것' 하는 식의 확신이라면 위험천만입니다. 미국드라마 '하우스오브카드'에서나 볼 법한 무자비한 정치기술을 문 대표의 왼팔 오른팔에 장착할 순 없겠지요. 그렇다고 선악이나 옳고그름의 기준만으로 정치행위를 결정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지금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확신보다, 새누리당의 장점과 경쟁력이 무엇인지 철저히 '계산'하는 일입니다. 그러자면 '새누리당=나쁜 정당'이란 생각을 버리는 게 급해 보입니다. 새누리당은 나쁜 정당이 아니라 새정치연합과 '다른' 정당이고, 새정치연합보다 능력있는 정당, 그래서 꼭 극복해야 하는 라이벌이자 정치 파트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