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법원 판결마저 무시하나"-독립유공자 유족의 절규

박다해 기자
2015.08.12 17:57

[the300][미완의 광복⑤] 피탈재산 회복 특별법 적극 나선 김용훈씨 "죽을 때까지 투쟁해야"

독립운동가 김세동 지사의 후손 김용훈씨/ 사진제공=본인

"대한민국은 왜 법원의 판결마저 무시합니까"

12일 독립운동가 김세동 지사의 후손인 김용훈씨(60)는 목소리에는 분노와 실망이 동시에 묻어났다.

김씨는 지난 16대 국회 때부터 '독립유공자 피탈재산의 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 조속제정 촉구모임을 구성, 특별법 입법을 위해 관련 증빙자료를 확보하는 등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그의 조부인 김세동 지사는 강원도 태백 인근에서 독립운동 공급용 무기를 만들고 군자금을 모금한 경북 안동 출신의 독립운동가다. 같은 '의성 김씨'가문인 일송 김동삼 선생이 우당 이회영 선생 등과 함께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할 때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다. 김세동 지사는 1993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일본은 1923년 임야조사사업을 실시하면서 김세동 지사의 아버지인 김병락 선생 명의의 토지를 국유지로 귀속시켰다. 강원도 삼척 인근의 토지는 그의 조상인 학봉 김성일 선생이 임진왜란 때 공을 세워 왕으로부터 하사받은 토지다.

김용훈씨는 "일제는 해당 토지가 독립운동 군자금의 기반이 된다고 판단, 임야조사사업을 명목으로 사실상 강탈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왕이 해당 토지를 의성 김씨 가문에 하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패(왕이 토지를 하사할 때 소유권을 명시한 문서)와 교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국유지로 포함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병락 선생은 뺏긴 토지를 되찾기 위해 사패와 교서를 제출하지만 조선총독부는 이를 허위라고 주장하며 도리어 김병락 선생을 안동지방검찰청에 고발한다. 그러나 안동지방검찰청은 김병락 선생의 문서가 진본(眞本)임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일본 토지조사위원회는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임야를 빼앗는다.

독립운동가 김세동 지사의 후손 김용훈씨/ 사진제공=본인

김용훈씨는 "이미 우리 가문의 땅이라고 판결이 난 사항을 일제가 강제로 뺏어갔다는 내용의 자료가 국가기록원, 국립중앙도서관, 국사편찬위원회에 남아있는데도 국가보훈처는 복사본이 아닌 원본을 제출하라고만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애초에 보훈처는 (독립유공자의 뺏긴 재산을) 돌려주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자료가 명백히 있는데도 갖은 핑계를 대며 피해가고 있다"며 "뺏어야 하는 것은 뺏으면서 돌려줘야할 것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사실 독립유공자 후손 가운데 김씨처럼 증빙 자료가 남아있어 국가와 소송을 하는 경우는 운이 좋은 축에 속한다. 당시 기록이 남아있는 경우 자체가 드문데다 당장 생계를 꾸려가는데만 집중하기도 힘들 정도로 어렵게 살아가는 후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목표는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위해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것이다. 김씨는 "독립유공자 후손은 90%가 리어카를 끌고다닌다는 말이 있다"며 "특별법이 통과되면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특별법 제정촉구모임에는 당시 문서 자료가 비교적 명확히 남아있는 편인 정인호 지사의 후손 정진한씨, 김필락 지사의 후손 김시명씨 등이 함께하고 있다. 특별법은 지난 17·18대 국회에서 모두 발의됐으나 통과하지 못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같은 내용의 법을 다시 발의했다.

김씨는 특별법이 또다시 발의된 데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못내 씁쓸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소송을 하니 판사는 국회에서 진도가 어떻게 나가냐고 물어요. 사법부도 눈치보는거에요. 헌법을 보면 우리나라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나와있는데 정부가 해야할 일을 안하고 있는거에요. 우리는? 죽을 때까지 투쟁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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