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이기주의에 멀어지는 전자증권법

정영일 기자
2015.08.26 05:53

[the300-런치리포트]["19대 국회, 이 법만은"①-전자증권법(2)]

[편집자주] 19대 국회가 막바지에 다다랐습니다. 머니투데이 더300과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는 우리의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법안임에도 우선순위에 밀리거나 이해충돌로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을 선정 '19대국회, 이 법만은' 시리즈를 런치리포트로 기획합니다.

전자증권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은 현재 두 종류가 마련돼 있다. 첫번째는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증권 등 전자등록에 관한 법률안'이다. 두번째는 금융위원회가 이종걸 의원안에 따라 지난 6월 입법예고한 정부안이다.

두 법안 사이에는 △공사채등록제도 폐지 여부 △전자증권 전환시 실물주권 회부 여부 △전자등록기관에 대한 감독권 등 몇가지 세부적인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종걸 의원은 현재 "정부안을 모두 받겠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선언한 상태다.

유일한 쟁점은 전자등록기관의 설립방식이다. 전자증권제도는 크게 전자등록기관과 계좌관리기관으로 구성된다. 전자등록기관은 전자증권의 발행과 유통의 전 과정을 기록하며 계좌관리기관은 발행인과 권리자가 전자등록기관에 접근하는 창구 역할을 한다.

전자등록기관은 전자적으로 발행된 증권을 관리하는 법적 장부를 작성·관리하고 권리행사 대행 등 전자증권 관련 제반 업무를 수행하는 전자증권제도의 중심운영기관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전자증권판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 허가제: 규제 족쇄 풀어 효율성 제고

이종걸 의원안은 전자등록기관의 설립에 관해 '허가주의'를 채택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회사가 신청을 하면 금융위과 법무부가 전자등록회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주는 방식이다.

자본금 500억원 이상의 주식회사가 신청 대상이다. 주식회사인만큼 기관장의 선임이나 정관변경 등 주요 경영사항도 모두 주주총회에서 결정이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현재 한국거래소가 7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최대주주다.

허가주의를 채택할 경우 이론상 복수의 전자등록회사가 가능하다.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바탕으로 경쟁을 유도해 경영효율성을 도모하고 자본시장 인프라 산업으로서의 서비스 경쟁력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스탠다드도 보다 부합한다. OECD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는 허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최근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전자등록기관 역시 국내에 한정된 체계가 아니라 국제적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내 전자등록기관이 적극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해나가는 동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예탁결제산업이 권역별 통합 등을 통해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국제적 흐름에 올라타겠다는 것이다.

권재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까운 시일 내에 아시아 지역내 통합강화를 대비해 금융투자업 뿐만 아니라 후선업무인 인프라산업의 개혁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며 "예탁 결제라는 본연의 업무의 안전성을 견지하면서도 사업의 확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특허제 : 공적 규제통해 시장신뢰 확보

정부안은 기존 한국예탁결제원만을 전자등록기관으로 법에 명시하는 '특허주의'를 도입했다. 전자등록기관은 특수법인의 성격을 띄며 기관장의 선임이나 정관 변경 등 경영상의 주요결정도 금융위원회의 임명이나 승인에 의해 진행된다.

증권 시장의 백오피스(back office)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법적 독점을 인정해주고 대신 공적 규제와 감시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경쟁논리를 도입하면 이익추구에만 매몰돼 위험관리나 네트워크 확보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위기 등 비상상황에서 리스크가 시장 전체로 퍼지는 사고를 막아야 하는 백오피스 기능에 소홀해질 수 있다. 또 사업 독점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네트워크 산업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추구한다.

복수의 전자등록회사를 운영할 경우 시스템 중복투자나 제도 운영의 비효율이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됐다. 반면 경쟁환경 차단으로 인해 서비스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은 "허가제로 갈 경우 자본시장법상 예탁제도 역시 복수로 해야하는 등 자본시장의 설계를 모두 다시 해야해 특허제로 법안을 낸 상태"라며 "국회에서 심도깊은 논의가 이뤄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자연독점 산업, 허가제·특허제 논리의 이면

한가지 고려할 것은 예탁결제 산업의 특성이다. 예탁결제산업은 자연독점 산업이다. 효율적이고 견실한 예탁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는 많은 고정비용이 투입되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하나 추가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은 매우 적다.

허가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당장 복수의 증권등록기관이 난립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도 마찬가지다. 주요국 대다수에서 허가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복수의 전자등록기관이 운영되고 있는 국가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 원리 도입을 통해 경쟁력을 도모한다거나 과도한 경쟁으로 리스크 관리에 소홀해질 것이라는 양측의 논리 모두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산하기관에 대한 감독권 확보를 위해 특허제를 주장한다거나 허가제 도입의 진짜 목적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조직 이기주의를 제외하면 제3의 대안이 가능하다. 허가제를 도입하면서 전자등록기관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강화하거나 특허제를 채택하면서 보다 경영 자율성을 부여하는 식의 중립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종걸 의원안에는 전자등록기관에 대한 금융감독원장의 검사권과 보고 요구권 등이 규정돼 있고, 정부안에는 금융위원회의 검사권과 보고요구권이 포함돼 있다. 정부안에는 전자등록기관의 경영 자율성 관련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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