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사실상 감사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감사에 나선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견제 없는 권력으로 전횡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여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찬현 감사원장은 최근 새누리당 지도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감사원장이 최근 그동안 감사 사각 지대에 있던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감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면서 "이들은 사실상 견제 없는 권력을 누려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만 하더라더라도 국회가 탄핵 권한을 갖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일단 선출되면 탄핵도 못하고 주민소환제도 형식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면서 "일종의 자치독재가 이뤄지고 있어 제어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자치단체장들이 자치단체를 어떻게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지를 여러 각도에서 들여다볼 예정이다. 자치단체에 대한 집중 감사를 통해 단체장에 대한 견제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그동안 각종 지방 축제 같은 전시성 사업들을 쏟아내는 등 '자기 정치'에 치중하면서 지방 재정을 악화시키고, 지방 행정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면서도 의회 등의 견제시스템이 미비해 사실상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는 게 감사원과 여권의 판단이다.
감사원도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감사에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 간 감사원이 실시한 기관운영감사를 받은 기초지자체는 전국 226개 중 4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81개 기초지자체는 감사원 감사를 지난 10년간 단 1번도 받지 않았다. 기초지자체가 감사원의 기관운영감사를 50년에 1번 꼴로 받는 셈이어서 '사실상' 감사원이 지자체에 대한 감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감사원이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감사에 나설 경우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의 경우 잠재적인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시, 군, 구 등의 기초단체장들은 내년 총선의 잠재후보군들로 볼 수 있다. 감사원의 지자체장 감사가 선거를 의식한 '정치 감사'로 읽힐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