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 전면실시 20년이 됐지만 지방세 수입이 세입 예산의 50%가 넘는 지자체는 서울 단 한 곳에 불과할 만큼 지방재정은 열악한 상황이다. 급기야 정부가 재정상태가 열악한 지자체에 파산을 선고하고 재건을 돕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지자체 파산제도' 지방재정법 개정안 제출
정부는 지난 20일 '지자체 파산제도'를 뼈대로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 지자체를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하고 관리인을 파견해 재정 위기를 돕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에 따르면 △3년간 재정건전화계획을 시행하고도 재정악화가 해소되지 않은 경우 △지자체 공무원 인건비를 30일 이상 지급하지 못한 경우 △상환일이 도래한 채무의 원금 또는 이자를 60일 이상 지급하지 못한 경우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긴급재정관리단체는 행자부 장관이 직권으로 지정할수 있고 지자체장이 신청할 수도 있다.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행자부는 긴급재정관리인을 파견한다. 기업체 파산시 법원이 지정하는 '법정관리인'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지자체장이 입안하는 긴급개정관리계획을 검토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하지만 긴급재정관리단체로 지정되면 해당 지자체의 예산편성권은 제한된다. 본예산과 추가경정예산 등을 긴급재정관리계획에 따라 수립해야 하며 이 경우에도 긴급재정관리인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
◇악화일로 '지방재정', 자체수입으로 인건비 미해결 기초단체 78곳
중앙정부가 지자체 재정에 개입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자체 재정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 지방세 수입만으로 재정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은 대다수 지자체가 동일하다. 올해의 경우 예산대비 지방세 수입이 세입예산의 10%도 안되는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98곳에 이른다.
이 때문에 공무원 인건비를 자체수입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적지 않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지난 9월 발간한 '인건비 미해결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여건 개선방안'에 따르면 지난해 자체수입(지방세와 세외수입)으로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한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78곳에 달했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정부에서 내려주는 교부세와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중앙정부의 처분만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반쪽짜리 지방자치로 불리는 이유이다.
국회 관계자는 "금기처럼 돼 있는 지방교부세율을 인상하거나 지방세 수입을 위한 비목 개선 등 지방재원 확보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재정당국의 큰 결단이 있어야만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