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三金) 시대'를 풍미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22일 오전 8시50분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거동이 불편한 김 전 총리는 차에서 내려 부축을 받은 채 휠체어에 올라타 빈소로 향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 김수한 김영삼기념사업회 이사장이 김 전 총리를 맞았다.
김 전 총리는 "하여간 신뢰의 (상징인) 분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못할 것, 어려울 것, 다른사람 못하는 일을 하신 분"이라고 김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또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라는 말이 참 떠오른다"며 허탈한 심경을 토로했다.
김 전 총리는 김현철씨에게 "운명하실 때 특별히 말씀하신 것은 없었는가"라고 물었고 김현씨는 "사실 한 동안 말씀하시기 좀 어려우셨다. 너무 급격하게 빨리 패혈증때문에 빨리 돌아가시는 바람에 저도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김 전 총리는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중 잊혀지지 않는 것은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였다"며 "유형 무형으로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내 신념을 꺾지 못하고, 역사는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그런 신념을 말씀 하신 것"이라고 회고했다.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기수 실장과 악수를 한 이후에는 "긴 세월 일편단심 잘 모셨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무성 대표가 "총리님하고 각하(김 전 대통령)가 60년 되신 것 같다"고 말하자 김 전 총리는 "기복도 많았지만 60년"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가 해준 것은 뭐 아무것도 없지만 단지 내 양심하고 비해서 국회에서 제명할 때 난 반대했었다"며 "한 사람뿐이요. 다 찬성을했었다. 근데 박 대통령(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걸 아셨는데 나한텐 아무말도 뭐라고 안했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가 "5·16 전에는 모르셨습니까. 서로 조우 없으셨습니까"라고 묻자 김 전 총리는 "5·16전에는 뵐일 없었어요. 근데 한 번 농반진반으로 같이 허십시다 내 한번 그러니까 조용히 웃고 아무 반응하지 않더라고"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멸치'도 대화 주제가 됐다. 김 전 총리가 "여야가 나눠져 있는데 멸치를 (김 전 대통령이) 매년 보내주셔"라고 말문을 열자 서청원 최고위원이 "정치인 중에서 (김 전 대통령의) 멸치 안 얻어먹은 사람 없을 것입니다"고 맞장구를 쳤다.
김현철씨는 "총리님도 멸치를 드셔보셨습니까"라고 물었고 김 전 총리는 "매년 보내줘서 잘 먹었다. 정치적인 찬반 제껴놓고 인간적으로 멸치 한 창 잡힐 때니 먹어보라고 그리 보내신 것"이라고 회상했다. 김 전 총리는 "그 멸치 김정일이한테도 간 거 아니요"라고 되물었고 김현철씨는 "쌀은 보내도 멸치까진 안 갔을 것입니다"고 답했다.
김 전 총리의 건강을 걱정하는 얘기도 오갔다. 김 전 총리는 '식사는 잘 하시냐'는 질문에 대해 "밥먹으니까 이렇게 살아있다"고, '오래 사셔야 된다'는 말에 대해서는 "그게 마음대로 됩니까. 이 나이되면 오래사는 것도 사회의 짐이요. 그러니까 적당한 때, 불러주시길 바래"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그래도 테레비(TV) 영상에 매일 여기 계신 여러분이 나오면 안심이 된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김 전 총리는 빈소에 도착한지 약 50분 동안 이같이 환담을 나눈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슬퍼요"라고 짧게 답했다. '마지막 3김'은 오전 9시45분 서울대병원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