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꽃을 든 야당과 먹고 살 권리

김성휘 기자
2015.12.09 08:13

[the300]평화적 시위 자평, 한편에선 "장사 안된다"

5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 사거리에서 제2차 민중총궐기 대회 행렬이 대학로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날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빈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 4만여명(주최 측 추산, 경찰 추산 1만4000명)은 지난 1차 총궐기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위중한 상태인 농민 백남기(69)씨의 쾌유와 함께 경찰의 살인진압 규탄, 공안탄압 중단, 노동개악 저지, 국정화 교과서 반대 등을 주장했다. 2015.12.5/뉴스1

"장사 안된다!…딴 데 가서 해라"

토요일인 지난 5일, 평소엔 걷지 못하는 자동차도로 아스팔트 위를 걸었다.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과 민주회복 민생살리기 범국민대회’(2차 민중집회)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을 지켜보느라 집회의 전반을 두루 겪지는 못했다. 그래선지 가장 인상적인 것은 '꽃을 든 야당'이었다. 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저마다 장미 또는 카네이션 한송이를 들고 행진이 끝날 때까지 놓지 않았다. 시민사회, 종교계가 꽃을 이용해 주도한 비폭력·평화유지에 야당도 동참한 것이다.

이들은 또 걷는 동안 폴리스라인 가장자리에 일렬로 서서 경찰과 참가자들 사이에 완충지대를 만들었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무교동, 종각을 거쳐 대학로까지 약 3.5㎞를 걷는 동안 불필요한 충돌이 없던 덴 분명히 그 영향이 있다. 사소한 다툼이야 있었지만 물대포니 차벽이니 했던 1차집회(11월14일)의 충돌에 견주면 애교 정도다.

그렇다고 이날 집회가 무결점일까. 문 대표 등 선두대열은 오후 6시가 가까워지면서 종로5가에서 좌회전했다. 대학로를 향해 이화동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종로 큰길보다 좁은 길, 자연히 거리에 늘어서서 집회를 지켜보는 시민들과 거리도 가까워졌다.

이때 담배를 피워 문 남성이 "장사 안 돼 죽겠다"고 소리쳤다. 그 주변에 선 사람들도 동조했다. 대열은 거의 뛰다시피 빠르게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특별히 대단한 욕설도 아니어서 여기에 대꾸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장사 안된다는 외침은 한참 귓가에 맴돌았다. 누군가는 먹고살기 어려워서 거리로 나오지만 이것 때문에 다른 누군가의 먹고살기가 지장을 받는 아이러니가 펼쳐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과 시민들의 충돌을 막기 인간띠를 만들어 평화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2015.12.5/뉴스1

주말 오후, 대규모 시위 행렬이 가게 앞을 지난다면 손님들이 편하게 드나들기란 어렵다. 더구나 이날 참가자는 경찰추산 1만4000명, 주최측 계산 5만여명으로 적지않았다. 행진대열의 선두는 오후 4시40분 서울광장을 출발했는데 대학로에 도착한 6시10분경 마지막 일행이 그때서야 서울광장을 출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진 구간에 있는 식당, 술집이라면 토요일 저녁시간 타격은 불보듯 뻔했다.

물론 대학로 가게들의 장사가 안되는 게 이날 집회때문만은 아니다. 비교대상에 따라 이 몇 시간의 '피해'를 사소하다 여길 수 있다. 그렇대도 먹고사는 문제를 호소한 건 광장을 메운 참가자들과 다르지 않아보였다. 집회의 자유를 당연히 보장하되 이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이들에게 마냥 성숙한 시민의식과 인내를 요구할 수만은 없다.

긴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평화집회여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단 평화적이기만 하면 무조건 괜찮으냐는 질문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꽃을 드는 것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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