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장기계획 이야기하는 정치인 왜 없을까

김태은 기자
2015.12.09 10:29

[the300][미래를 찾는 긴 여정-리버럴리스트의 매니페스토](14)국가발전의 기본구도-배경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국회미래연구원법 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진술인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 변미리 서울연구원 센터장, 김동환 중앙대 교수, 권기헌 성균관대 교수. 2015.3.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남경필 경기지사가 정치권을 향해 "기업이었으면 벌써 망했다"고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지만 기업을 들여다보다가 정치권을 살펴볼 때 가장 당황스러운 점은 20~30년 단위의 장기 계획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래를 이야기하는 정치인이 없다.

광복과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 반열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국가는 4차에 걸친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실행했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국가 최고의 목표였던 시절 정부 주도로 추진된 최초의 국가 장기 종합계획이었으며 어떻게 하면 국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지'를 제시한 미래 비전이었다.

경제성장에 대한 5년 단위의 계획은 박정희정부 이후 전두환·노태우정부에서는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1982~1986, 1987~1991)으로 이어졌고 김영삼정부에서도 신경제 5개년계획(1992~1997)이 추진됐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20년 단위의 국가 전략이 또다시 등장한 것은 참여정부 들어서다. '비전 2030'으로 이름붙인 보고서는 2030년까지 성장과 복지의 동반성장을 위한 50대 과제를 제시하고 세계 일류국가 도약과 '삶의 질' 세계 10위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비전 2030'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성장 위주로 짜여진 경제정책 방향을 복지 분야로 확대했다는 점이다. 복지 분야 재정의 비중을 2005년 25.2%에서 2030년 약 40%까지 높여야 한다며 당시로선 파격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로드맵은 뺀 공허한 청사진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국민적 반발을 우려해 증세를 제쳐놓으면서 향후 복지 논쟁에서 증세에 관한 논란의 불씨를 남겨놓은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비전 2030'은 참여정부 이후 들어선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각각 '동반성장'과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등 주요 국가아젠다로 이어졌다. 5년제 단임 정부의 제한된 임기를 뛰어넘어 국가가 당면하게 될 시대적 과제를 발굴해 이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우기엔 모자람이 없다.

국회가 중장기 국가전략을 만드는 국회 싱크탱크 '국회미래연구원'을 설립하겠다고 나선 취지도 같은 맥락이다. 5년마다 들어서는 정권에 따라 국가의 장기적 발전 방향이 연속성을 담보받지 못하는 상황을 더이상 방관할 경우 우리나라의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공의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5년마다 바뀌지만 입법부인 국회는 여야가 지속적으로 미래 비전을 논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됐다.

그러나 국회미래연구원 설립에 관심을 두는 국회의원은 많지 않다. 국회가 국가의 장기적 정책 비전을 고려해 어떤 입법 활동을 해야 할 지를 고민하는 국회의원도 찾기 힘들다. 국민들 눈에는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 배지를 단 그 순간부터 오로지 다음 선거에서 다시 배지를 달 궁리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최근 정치권을 보면 역사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과거 재평가를 정쟁거리로 삼으며 과거에만 골몰하는 퇴행적인 모습 뿐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을 바로 보고 산업화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자손 대대로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갈 지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엔 어찌 그리 소홀한 지, 미래에 대한 관심엔 어찌 그리 인색한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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