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가 주체가 돼 미래를 준비하는 장기 전략을 세우는 사례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 선진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중 우리 국회가 가장 주목하는 국가는 핀란드다.
핀란드는 의회 소속의 미래연구 싱크탱크 뿐 아니라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미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다. 핀란드의회 16개 상임위 중 미래위원회를 두고 정부와 민간 연구기관들과 함께 핀란드의 미래전략을 연구할 뿐 아니라 이를 정치적 의사결정의 토대로 반영케 하고 있다.
1993년 임시위원회로 설립된 후 2000년에 상임위원회로 전환됐다. 다른 상임위와 달리 법안을 심의하거나 예산안을 심사하지는 않지만 다른 모든 상임위 소관의 정책을 다루며 미래 문제와 관련해 권고 혹은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미래위원회는 특히 미래 전략에 관한 결정 과정에서 대화와 정보 공유를 매우 중요시한다. 정책결정자는 물론 국민적 차원의 합의를 도출하는 사회통합에 특히 중점을 둔다. 이같은 기능 때문에 미래위원회는 차기 총리를 배출하는 위원회로 인식된다.
우리 국회에서도 핀란드의 미래위원회처럼 상임위원회 형태로 의회가 적극적으로 미래 전략을 위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국가의 장기 종합 계획을 다루는 조직으로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크다. 이런 점에서는 상임위원회 형태보다는 의회 소속의 싱크탱크 형태의 모델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핀란드 역시 미래위원회와 별도로 의회 소속의 싱크탱크인 시트라(Sitra), 즉 핀란드의회 혁신기금을 두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업 활성화를 위한 연구 등에 프로젝트 기금을 운용하고, 국가미래 전략과 관련한 초당적·중립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의회 소속 싱크탱크로 가장 유명한 것은 미국 연방의회가 1968년 설립한 우드로윌슨센터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정책대안을 의회는 물론 정부와 정책결정자들에게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미국 연방의회는 1984년에는 국제 분쟁과 관련한 미국의 중장기 전략을 연구하는 미국평화연구소(USIP)를 설립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의회가 설립한 스코틀랜드 미래포럼도 각국 의회의 눈길을 끄는 모델이다. 의회 임기(4년)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시각과 창의적인 미래전략 아이디어 제공을 목적으로 2005년에 설립된 기구다. 의회의 의원들은 물론 정책결정자·재계·학계 및 일반인들에게 당장의 현안을 넘어 미래에 직면하게 될 도전과 기회 예측을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국회미래연구원 설립은 연구원 이사회를 여당 추천 인사 4인과 야당 추천 인사 4인, 국회의장 추천 인사 1인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 측에서는 여당 몫인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인사는 결국 여당 측 인사로 여겨져 여당 편향적 운영에 대한 우려가 크다. 국회미래연구원이 결국 여당의 정책이나 노선을 뒷받침하는 정권의 나팔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중장기 미래 과제를 고민하고자 하는 기구에 대해 5년 단위로 바뀔 수 있는 여야의 편향성 우려 때문에 설립이 불투명하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다. 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 같은 우려를 불식하고 국회가 진정 미래를 위한 준비에 나서기 위해서는 행정부, 의회, 사법부를 비롯 사회의 전 분야의 대표자와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 범국민적인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