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경제활성화法 처리 재압박…鄭의장 '거부'

이상배, 김성휘 기자
2015.12.16 16:43

[the300] (종합) 靑 "지금 위기 아냐"…긴급재정경제명령 주장 '일축'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제정안 등 경제활성화 핵심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국회에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들 법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심사기일 지정)할 수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 "미래세대에 죄 짓지 말라"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2016년 경제정책방향'을 채택하기 위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지금 1430여일 동안 묶여 있는 서비스법이 만약 1000일 전에 해결됐다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우리 미래세대에 더 이상 죄를 짓지 말고 지금이라도 실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개혁 5법, 서비스법 등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핵심입법이 지연되고 있어 후속 개혁 추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국회와 정치권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국민경제가 회생하는 데 무엇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정치권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다. 정치개혁을 먼데서 찾지 말고 가까이 바로 국민들을 위한 자리에서 찾고, 국민들을 위한 소신과 신념에서 찾아가기 바란다"며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을 제쳐두고 무슨 정치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바라는 일들을 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출발점"이라며 "부디 올해가 가기 전에 일자리를 바라는 청년들의 요구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박 대통령은 "기업부채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기업활력제고법, 일명 원샷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줘야 한다"며 "공급과잉 업종을 사전에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업종 전체가 위기에 빠지게 되고 그것은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흥국의 불안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위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수출과 내수, 제조업와 서비스업 간 균형있는 성장이 매우 중요하고 생산가능인구 감소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출산율 제고 정책과 함께 이민정책을 시대에 맞게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 외국인 인력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도 했다.

내년 경기 전망과 관련, 박 대통령은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앞으로의 대내외 경제여건도 만만치 않다"며 "세계경제의 성장둔화와 경쟁국들의 환율 상승, 후발 경쟁국과의 기술격차 축소 등으로 수출여건은 여전히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내수도 추가경정 예산과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곧 종료됨에 따라서 내년 초에는 소비가 정체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며 "미국 금리인상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를 마치며 "가치는 고난이라는 포장에 쌓여 있다고 한다"며 "동 트기 전에 새벽이 가장 캄캄하듯 (지금이 가장 어려울 때라고 생각하고) 신념을 갖고 반드시 뚫고 나가 경제재도약을 이뤄보자"고 당부했다.

◇ "국가비상사태? 동의할 수 없다"

한편 정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제법안 관련)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느냐, 동의할 수 없다"며 여권의 직권상정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정 의장은 "어제 청와대에서 (현기환 정무수석이) 왔길래 제가 그렇게 (직권상정)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했다.

이어 "가능한 한 여야가 올해 내 의견 접근을 해 타협을 이뤄내고 원만하게 의결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여야에 충분히 전했고 밤낮 가리지 말고 열심히 논의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합의가 이뤄져 원만히 임시국회에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나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서는 오는 31일까지 처리되지 않으면 '입법비상사태'로 볼 수 있다며 여야 합의 불발시 직권상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로 현행 유지하는 안을 상정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한편 여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최악의 경우 핵심법안 입법을 위해 '긴급재정경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청와대는 이를 일축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헌법상 대통령에게 주어진 국가긴급권 가운데 하나인 긴급재정경제명령은 내우외환, 천재지변 등 중대한 위기시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대통령이 직접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사전에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사후에는 국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도 이날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지금이 (경제)위기라는 건 결코 아니다"라며 "대내외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노력해 성과를 거뒀다는 게 정확한 진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금이 내우외환 등 긴급재정경제명령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안 수석은 "박 대통령이 최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은 공급과잉으로 세계 전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철강, 해운 등은 선제적 구조조정을 않으면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는 의미였다"며 "이 경우 성장잠재력 훼손, 대량실업에 대한 위기의식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곧 있을 미국 금리인상, 신흥국 침체 등 국제 리스크 요인들이 있고 국내 노동시장 측면에선 정년연장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일자리가 줄 수 밖에 없어 고용절벽이 우려된다"며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려면 빨리 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위기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데 대해 안 수석은 "시나리오 별로 미리 준비한 정책 매뉴얼을 갖추자는 의미"라며 "이미 여러 리스크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에 입각해 경제정책을 만들었고, 수정할 상황이 생기면 새롭게 수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민정책을 시대에 맞게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과 관련, 안 수석은 "이민정책은 오늘 논의된 것은 없다"며 "저출산 고령화 문제로 모든 국가가 검토하는 것을 우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정도지, 아직 본격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수도권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안 수석은 "경기 동부·북부는 공장 증설에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오히려 역차별이 있지 않는 지 우려를 검토하자는 차원"이라며 "오늘 회의에선 지역간 균형을 고려하면서 완화를 검토하기로 여러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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