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해법, 총선 전 긴급예산 편성해야"

심재현 기자
2016.01.25 05:40

[the300]열쇠쥔 정치권 '땜질' 처방만…치킨게임 배경에 총선딜레마

만 3∼5세 무상보육 프로그램인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보육대란이 현실화됐지만 정치권에서는 뚜렷한 해결 의지를 찾기 어렵다. 중앙정부와 일선 교육청, 여야 정치권이 맞물린 이 '치킨게임'의 배경에는 선거정국이 있다.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4·13 총선까지 긴급예산을 편성해 우선 고비를 넘기고 선거 이후 근본적인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따른 보육대란은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일이다. 국회는 지난해 말 새해 예산안 협상에서 누리과정 예산 부담 주체와 지원액을 놓고 충돌하다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로 편성하지 않은 채 목적예비비로 3000억원을 우회 지원하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한해 4조원가량이 지출되는 누리과정 예산을 3000억원 규모의 예비비로 땜질 처방했을 때부터 여야가 누리과정과 보육대란을 총선 이슈로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에도 누리과정 예산 5064억원을 목적예비비 형태로 우회 지원했고 2013년에는 '특성화고교 장학금' 명목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우회 지원했다.

실제로 총선이 8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누리과정 사태는 여야 협상의 후순위로 밀려난 분위기다. 지난 20일부터 누리과정 지원금이 끊긴 현장은 혼란 자체지만 일부 야권 성향 교육감의 몽니로 밀어붙이는 여당과 박 대통령의 공약을 물고늘어지는 야당의 표정에선 다급함을 느낄 수 없다.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울산과 세종, 경북 등 11개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일부를 편성했고 경기도 역시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일부 교육청이 여전히 중앙정부의 돈이 아니면 받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누리과정은 기본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고 보육은 중앙정부가 당연히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국회가 선거에만 정신이 팔려 직무를 유기한 결정판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오는 26일 오전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와 최근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 교육부로부터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지만 합의점 모색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 행보라는 의구심이 짙다.

헛바퀴만 도는 사태의 해결을 위해 타협의 테이블을 총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 총선까지 4개월분 예산을 우선 배정해 '발등의 불'을 끄는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은 "부모와 교사의 불안 해소가 급선무인 만큼 향후 근본대책에 합의하기로 하고 우선 최소 3개월 동안의 누리과정 지원예산을 시도 교육청이 편성해 대란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새해 예산안에 편성된 목적예비비 3000억원이 거론된다. 이 재원은 본래 재래식 변기교체, 찜통교실 해소 등 교육환경 개선 사업에 우선 쓴 뒤 남으면 누리과정 예산으로 돌려서 사용할 수 있지만 교육환경 개선 예산이 각 교육청의 예산에 편성돼 있는 만큼 곧바로 누리과정 예산으로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정부가 시도 교육청의 예산 편성이 먼저라며 돈주머니를 틀어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도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목적예비비 5064억원을 2월 안에 교부하겠다고 했지만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뒤집으면서 5월에야 지원금이 교부됐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와 예비비 집행에 대해 협의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교육청이 협의 중인 사항"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4일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으로 임금 체불 위기를 겪고 있는 유치원 등에 2개월 인건비 등 62억5000만원을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 등 일부 지역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국회가 총선 정국에 급급할 게 아니라 현실적인 민생 해법 마련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유권자 입장에서도 이런 문제에 몸 던지는 후보와 정당에 표를 행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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