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19대 국회, 남은 과제는

진상현 이상배 심재현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6.03.09 08:39

[the300](종합)

선진화법·수협법·신해철법, 끝나지 않은 19대국회 입법

19대 국회 종료가 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법안을 다루는 국회 상임위원회도 파장 분위기다. 4월에는 총선까지 예정돼 있어 법안을 제대로 논의하기가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상임위별로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논의가 시급한 법안들이 남아있고, 정부에서도 핵심 법안들에 대한 처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막바지까지 법안 심사가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8일 국회 등에 따르면 19대 국회 막바지 최대 쟁점 법안 중 하나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다. 새누리당은 소수야당이 반대할 경우 다수당이라도 법안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며 19대 국회 내내 개정을 요구해 왔다. 정의화 의장도 개정에 적극적이다. 개정안은 크게 세가지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수가 본회의 부의를 요구하는 경우를 추가한 것이 골자다. 권성동안은 본회의에 부의돼 상정만 남기고 있으나 열쇠를 쥔 정 의장이 '여당 독재 법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 의장은 대신 본인이 직접 대표발의한 중재안을 밀고 있다. 정 의장안은 직권상정 조항을 건드리는 대신 신속처리안건 제도의 적용 기준과 소요기간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개정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상정 조항'을 함께 손질할 경우 논의는 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세번째는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권성동안과 정의장안을 합친 내용이다. 조원진안은 현재 야당의 요구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돼 있지만 5월 중순이면 기한이 끝나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하지만 총선 이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의화 의장이 제안했던 국회 개혁안이 담긴 국회법 개정안도 다음 본회의 때는 처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지난 본회의에 때 처리가 예상됐으나 야당이 막판에 반대하면서 다음 본회의때 처리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개정안은 △8월 임시국회 명문화, 3·5월 폐회 기간중 상임위 개최 등 상시 국회 강화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에 따른 관련 법안 신속 논의 시스템 도입 △대정부 질의 시간 변경 △상임위원회 청문회 제도 활성화 △국회 청원심사 실효성 제고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국회의 민원조사 요구권 등이 담겼다. 새누리당이 상임위 청문회 제도 활성화 등 일부 내용에 반대하고 있어서 법안이 상정될 경우 일부 내용을 조정한 수정안을 제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 중장기 과제를 행정부와 별도로 독립연구할 입법부 싱크탱크 '국회미래연구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운영위에서 추가로 논의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 넘어야할 산이 만만치 않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수협법 개정안도 처리가 시급하다. 개정안은 수협의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해 수협은행을 수협중앙회 자회사로 설립하는 내용이다. 오는 12월 바젤Ⅲ 규정 도입을 위해서는 법안 개정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게 수협 입장이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공교육정상화촉진법 심사가 관심이다. 교문위는 지난달 25일 법안소위에서 공교육정상화촉진법을 두고 7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결격 사유에 성범죄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 정안 등 비쟁점법안 50여건도 심사하지 못하고 미뤄둔 상태다.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은 방과후학교에서 다음 학기에 배울 내용을 예습하는 이른바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담고 있다. 정부·여당과 야당은 공교육 범위에서 이뤄지는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을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냐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탄소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탄소법)'은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으나 다른 법안 처리와 연계되면서 본회의에 상정이 되지 못했다. 탄소법은 전북에 '탄소밸리'를 조성하고 탄소산업의 메카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물적 지원 및 산업 육성 방안을 담았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 차원으로 범위를 확대해 탄소소재 융복합 기술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한다는 취지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 개정안)'도 법사위 파행으로 본회의까지 가지 못했다. 법안은 의료 사고가 났을 때 피해자나 가족이 한국의료분쟁조종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면 피신청인(의사·병원)의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의료사고 분쟁조정에 곧바로 들어갈 수 있도록(자동개시) 하는 내용이다. 가수 신해철씨의 의료사고 사망을 계기로 발의가 돼 '신해철법'으로 불린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인공제회법 일부개정안'은 과학기술인의 사기진작과 복지증진을 위해 정부의 연구개발(R&D)로 발생하는 기술료 일부를 공제회에 출연하고, 과학기술발전장려금의 적립액을 회원의 연간 임금 총액의 2.5% 이하에서 4.5% 이하로 확대하는게 골자다. 법사위에선 정부 기술료 수입을 공제회에 직접 지원하는 것이 '세입·세출은 모두 예산에 계상해야 한다'는 예산총계주의 원칙에 반한다는 이유로 처리가 보류됐다.

이 밖에 학생 △인구 감소로 위기를 맞은 대학의 정원 감축과 통·폐합 등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대학구조개혁법안 △기재위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정보위의 사이버테러방지법 △증권거래소의 지주회사화를 내용으로 하는 정무위의 자본시장법·금융투자업법 개정안 △환노위의 노동4법 등 박근혜 대통령이 처리를 요구하는 있는 법안들도 마지막까지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라스트 11'…벼랑 끝에 선 朴대통령 역점법안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역점 처리 대상으로 제시해온 법안은 총 19개. 이 가운데 테러방지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제정안 등 8개가 이미 처리됐다. 나머지 11개는 야당의 반발에 가로막혀 아직 국회 상임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사이버테러방지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제정안과 노동개혁 4법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대야 협상의 마지막 '지렛대'였던 선거구 획정안마저 2일 국회 본회의 통과와 함께 사라졌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본회의 개최조차 여의치 않다. 대국민 여론전을 통한 압박만이 박 대통령에게 남은 사실상 유일한 카드다.

◇"서비스법, 의료공공성 훼손 문구 없다"

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로 서비스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고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고용률 70%를 달성한 선진국 중 서비스산업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는 없다"며 국회에 서비스법 처리를 거듭 촉구했다.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법은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를 구성해 5년마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서비스법이 앞으로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추진의 발판이 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이날 "정부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 등 의료 공공성의 근간을 건드릴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그동안 충분히 설명했다"며 "법안 어디에도 의료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는 문구는 없다"고 반박했다.

사이버테러방지법은 당초 테러방지법과 한묶음으로 거론됐으나 테러방지법이 우선 논의되면서 뒷전으로 밀렸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사이버테러방지법은 아직 국회 정보위원회에 상정조차 돼지 않았다. 국가정보원 산하에 사이버안전센터를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법안에 대해 야당은 테러방지법과 마찬가지로 국정원의 권한이 과도하게 확대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학의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내용의 대학구조개혁법 제정안은 지역구에 대학을 둔 의원들의 유보적인 태도 탓에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야당은 대학 법인 해산시 남은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귀속시킬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문제 삼고 있다. 이에 여당은 대학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항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 '부산 본점' 논란, 의견 접근

자본시장·금융투자업법 개정안의 경우 대기업의 미등기임원인 총수도 보수를 의무 공개토록 하는 부분은 2일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한국거래소(KRX)를 지주회사로 전화하는 부분은 아직 국회 정무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다. 부산을 KRX 본점 소재지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 여당 의원들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 의원들이 부딪쳤다. 그러나 최근 여야가 '부산'이란 문구를 '파생상품중심지'로 대체하는 쪽으로 의견 접근을 이루면서 19대 국회 내 처리의 청신호가 커졌다.

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제출토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페이고(Pay-as-you-go)법'은 야당에서 의원의 입법활동을 제약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신계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고의 법제화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의회의 입법권이 충분히 보장돼야 하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규제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은 현재 정무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기업의 활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만 규제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과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야당은 반드시 필요한 규제까지 사라질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끝까지 포기 안 해"

노동개혁 4법은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으로 이뤄진 패키지다. 박근혜정부의 최대 역점과제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의 강한 반발에 가로막혀 있다.

핵심 쟁점은 파견법이다. 금형·주조·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뿌리산업 종사자, 55세 이상, 고소득 관리·전문직에 대해 파견 범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여당은 고령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파견근로를 양산할 수 있다며 처리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나머지에 대해선 여야가 상당수준 의견 접근을 이뤘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장 단축,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 확대, 산재보험법은 출·퇴근시 사고 등으로의 보상 범위 확대가 주된 내용이다. 노동개혁 4법 패키지와 별도로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으로까지 산재보험을 확대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도 함께 발이 묶여 있다. 이미 민간보험사에 단체가입을 한 보험설계사는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제동이 걸렸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사이버테러방지법과 서비스법 뿐 아니라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개혁 4법 등 주요 법안들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만약 2월 임시국회 중 처리가 무산된다면 곧바로 총선 국면에 돌입함에 따라 19대 국회 내 처리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이 경우 20대 국회에서 법안 발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당장 법안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낼 카드가 없다는 게 청와대의 고민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역점법안의 2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여론전을 비롯해 방법을 최대한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19대 국회 법안처리율 43%, 김영란법·태완이법 등 반향

43.3%. 8일 현재 19대 국회의 법안처리 성적표(가결·부결·폐기·대안반영폐기·철회)다. 1만7748건의 법안이 접수돼 7682건이 처리됐다. 뒤집어 말하면 1만건이 넘는 법안이 낮잠을 자고 있다는 얘기다. 17·18대 국회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이다. 최악의 국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안 발의 기록으로 보면 19대 국회는 역대 최고다. 17대 국회의 같은 기간 7449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18대 국회 전체기간 동안 발의된 법안(1만3913건)도 넘어선 지 오래다.

하지만 넘치는 입법 의욕이 오히려 법안처리를 발목 잡았다는 분석이다. 같은 기간 법안처리율은 17대 국회 56.8%, 18대 국회 53.5%보다 10%포인트 이상 낮다.

법안 발의 건수가 의정 평가의 기준이 되면서 무더기 의원 입법이 쏟아진 탓이 적잖다. 19대 국회 들어 의원들이 제출한 법안은 1만5429건에 달한다. 이 중 현실성이 부족하거나 문구만 바꾼 재탕·삼탕 법안도 적잖다.

발의 주체별로 보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의 처리율은 69.5%(1092건 발의 중 759건 처리)인 반면, 의원 입법 처리율은 절반 수준인 36.9%에 그친다.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그나마 체계를 갖춰 제출되는 정부 입법안에 비해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은 3건 중 1건만 처리된 셈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2만건 가까운 법안을 일일이 심사하기에는 현실적인 시간 제약 등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간 정쟁으로 국회 파행이 일상이 되면서 법안만 제출하고 제대로 심의를 못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3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정보위원회는 법안처리율이 한자릿수에 그친다. 발의법안 32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이 3건에 불과하다. 지난달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과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거쳐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 외에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2건이 처리법안의 전부다. 사이버테러방지법 등 29건의 법안이 정보위 소속 의원 11명의 손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358건의 법안이 접수된 운영위도 처리율이 10%대에 머문다. 필리버스터를 규정한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1612건의 법안 중 432건(26.8%)만 통과시켰다.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허용을 담은 공교육정상화법과 대학구조조정법이 쟁점이다.

19대 국회의 성과도 적잖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이 대표적이다. 공직자의 부정을 막으려는 취지의 이 법은 적용대상이 언론과 사립학교로 확대되며 논란을 낳았지만 사회부패 개선에 획을 그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형사소송법)도 빼놓을 수 없는 법안이다. 1999년 5월 대구에서 김태완군(사망 당시 6세)이 황산테러로 투병 중 숨진 사건이 영구미제로 남게 될 위기에 처하자 발의됐다가 지난해 7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역대 국회가 미뤘던 공무원연금 개혁도 19대 국회의 결실로 꼽힌다. 공무원이 받는 연금 지급률을 20년에 걸쳐 현행 1.90%에서 1.70%로 내리고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인 기여율은 5년에 걸쳐 7.0%에서 9.0%로 높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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