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무상교육·누리과정…4년새 무색해진 공짜시리즈

심재현 기자
2016.03.17 05:51

[the300][런치리포트-20대 총선 공약 톺아보기② 제자리 맴도는 교육대책](2)

▲19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내놓은 교육분야 주요 공약

무상보육과 무상교육은 2012년 19대 총선의 핵심 교육 공약 중 하나였다.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한 해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학교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에 거취를 걸었다 실패해 사퇴한 뒤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모두 '무상 시리즈'를 총선전의 전면에 세웠다. 4년이 흐른 지금, 정치권은 얼마나 약속을 지켰을까.

기대를 모았던 '고교 무상교육'은 한걸음도 나가지 못한 상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모두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정치권 합의 가능성으로만 보면 현실화될 여지가 충분했던 방안이다.

총선 8개월 뒤 치러진 대선 당시 한나라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의무교육과정에 속하지 않는 고교 교육과정을 전면 무상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에 따르면 고교 교육과정은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무상으로 바뀌고 2017년 전면 무상교육이 도입될 계획이었다.

시도조차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교육부는 '2015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고교 무상교육 시행을 위한 국고 지원예산 2420억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 예산심사 과정에서 전액 삭감되자 교육부는 2016년 예산안에는 관련 예산안을 아예 넣지도 않았다. 재정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검토하겠다는 게 현재 교육부의 입장이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공약에서는 고교 무상교육을 아예 뺐다. 더민주는 20대 총선 공약으로 다시 한 번 고교 무상교육을 내걸었지만 정부·여당을 설득할 의지를 찾아보긴 쉽지 않다.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내놓은 교육분야 주요 공약

만 3~5세 무상보육을 골자로 한 누리과정 공약도 비슷한 처지다. 교육부가 2015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 2조1545억원을 요청했지만 전액 삭감됐다. 이후 정부가 교육청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도록 시행령만 고치는 바람에 전국교육감과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둘러싼 갈등이 해마다 반복되면서 누리과정 예산이 정치적 흥정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새누리당이 제시했던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공약은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 덕을 본 사례로 꼽힌다. 당시 3.9%였던 학자금 대출금리를 2.9%로 낮추기로 한 게 2013년 이뤄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7%로 다시 인하됐다. 다만 기준금리가 당시 3.25%에서 현재 1.5%까지 떨어진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흡한 조치라는 지적도 적잖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19대 국회의 저조한 공약 이행 성적표가 예견됐던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모두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공략할 장밋빛 청사진에 급급해 예산추계나 재원조달방안, 공약 이행절차 등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등한시했다.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용 미끼 공약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표만 빼먹고 재원 문제를 들어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은 유권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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