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성난 대구…"국민들 바보로 아나" "유승민 인성 문제"

대구=박소연 기자
2016.03.23 22:23

[the300]유승민 자진탈당 앞둔 '운명의 날', 주민들 새누리당 공천파동 거센 비판…"다 바꿔야 한다" "관심없다" 회의론도

/사진=박소연 기자

"당연히 유승민 해줘야죠. 박근혜가 이 나라 주인입니까? 무소속 나와도 뽑힌다고 생각합니다. 워낙 대구가 보수적이지만 제가 볼 때는 그래도 뽑힌다고 보는데 모르죠. 전 75% 정도는 된다고 보는데."(김모씨·48)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예고된 23일, 대구 동구시민들은새누리당 공천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는 여론을 의식해 유 의원에 대한 공천을 떠넘겨왔다.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는 24일 이후엔 당적 변경이 불가능해 이날 중 유 의원이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할 것이 유력해진 상황.

대구 시민들은 대체로 벼랑 끝에 내몰린 유 의원에 대한 강한 '동정심'을 드러냈다. 특히 많은 이들은 당이 유 의원을 공천배제(컷오프)하는 것도 아니고 결정을 미뤄 자진탈당을 유도하는 것이 비겁하며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공천 파동'은 지난해 '배신의 정치' 파문으로 유 의원에게 등을 돌린 일부 주민들의 마음마저 바꿔놓은 듯했다.

대구 동구 방촌동 상가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50대)은 "주변 사람들 얘기는 한마디로 공당이 이래선 안 된다. 오히려 당에서 결정을 내렸으면 이 정도까진 아니죠. 해주면 해주고 안 해주면 안 해주는 거지 장난하는 거 아니잖아요. 결정을 해줘야지, 국민들 바보로 생각하잖아요 다 보고 있는데. 초등학교 1학년 학생만도 못하게 정치를 하고 있으니…"라고 혀를 찼다.

그는 "제가 볼 때는 유승민도 좀 심하게 말한 건 맞아. 근데 객관적으로 증세 없는 복지 있을 수 있습니까? 지금 70년대 80년대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고등학교까지 다 나왔는데 얼토당토 않은 이야기는 아니잖아요"라고 했다.

동구 방촌동에 거주하는 택시기사 최모씨(66)는 "대구사람들은 동정심이 많다. 서울이나 이런 사람들은 한 번 아니다 하면 딱 해버리는데 대구는 넘어가는 게 있어요. 독하지를 못해. 매몰차지를 못해요"라며 "맨 처음엔 (유승민 의원을) 아주 나쁘게 봤는데 지금 당에서 계속 이러니까"라며 말끝을 흐렸다.

/사진=박소연 기자

대구가 전통적인 새누리당 강세 지역인 만큼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정모씨(66)는 "유승민 무소속 나오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반반"이라며 "근데 대구는 좀 보수적 아닙니까. 유승민 좋다는 사람은 많아도 막상 찍으러 가면 옆에 딴 데 찍는다니까"라고 말했다.

거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대구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라고 무조건 뽑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대구의 비박(비박근혜)계 중진 의원들이 대거 컷오프된 데 대한 반감도 감지됐다. 특히 새누리당을 지지했는데도 불구하고 타 지역에 비해 발전이 뒤쳐진 데 대한 불만을 강하게 제기했다.

동구 용계동 거리에서 만난 이모씨(75)는 "대구에 새누리당이라고 해서 허수아비 세워놔도 다 되는 거 아니요. 대구가 어떤 도시냐, 전라도 조재천씨 당선된 곳입니다. 야당 도시예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쩌다 최근 22년 대구 경북 사람이 정권 잡았는데 남는 거 뭐 있어요. 대구 현재 전국에 17개 광역 지방자치 중에 16등입니다. 사람 보고 찍어야 됩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촌동 주택가에서 만난 중년 남성(50대) 역시 "대구 시민들도 대구 사람들 위해 일할 사람은 전라도라도 해줘야 안 되겠느냐 이런 생각 많이 갖고 있어요. 대구가 심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대구 동구 용계동에 위치한 유승민 의원 선거사무소. /사진=박소연 기자

그러나 유 의원 또한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만큼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았다. 김모씨(70)는 "나는 전부 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 새누리당 다 찍어줬는데 대구가 낙후돼가고 있잖아. 젊은 사람들 다 빠져나가고"라며 "수성구 김부겸이하고 김문수는 아마 김부겸이 될 거야. 근데 여기선 새 인물이 안 나올걸? 그게 문제지"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유 의원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주민들도 여전히 눈에 띄었다. 방촌 시장에서 만난 중년 여성(40대)은 "난 지지 안 한다. 난 유승민 인성에 문제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치는 모르겠고, 사람이 도리를 모르면 그게 사람이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동년배 여성은 "이재만이도 똑같은 거 아니라요? 그래도 유승민이 해줘야 안 되겠나. 자기 소신이지"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이날 대구 동구 일대에서 만난 주민들 열에 여섯은 이번 총선에 대한 질문에 "관심 없다. 나 살기 바쁘다"고 말했다. 평일 낮임을 감안해도 20~30대 젊은이들을 만나긴 쉽지 않았다. 어렵게 만난 청년층 대다수는 이번 총선에 대한 질문에 "누가 누군지도 몰라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새누리당의 '유승민 공천 파동'에 강한 반발과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대구 동구을 유권자들 사이에 동시에 엿보이는 가운데 이들의 표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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