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승민 탈당 다음날 대구 민심…"탈당해도" vs "무조건 1번"

대구=박소연 기자
2016.03.25 06:01

[the300]동구을·수성갑·수성을 민심은 '변화', 표심 연결은 '미지수'

대구 동구 용계동에 위치한 유승민 선거사무소. /사진=박소연 기자

"유승민이 새누리당 후보랑 붙여놔도 비슷할 겁니다. 대구도 많이 깨우쳤잖아. 조금은 안 나아졌겠나"

"그래도 보수층들이 새누리당 찍을 거야. 나이드신 분들은 그래도 무조건 1번 찍게 돼있다고."

대구 동구을 3선 현역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한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24일, 대구의 민심은 엇갈렸다. 대구 동구을은 지난해 7월 유 의원의 '배신의 정치' 파동 이후 친박(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 대결의 최전선으로 떠오른 지역. 유 의원이 결국 20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반 강제적으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대구 표심을 향한 세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졌다.

대구는 전통적인 보수 지역으로 별 예외 없이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지만 이번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이변이 속출하며 '격전지'로 떠올랐다. '진박 전쟁'은 대구 동구을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대구 동구갑의 류성걸·북구갑의 권은희 의원이 공천배제(컷오프) 되면서 대구를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며 새누리당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또한 비박계로 분류되는 주호영 의원은 수성구을이 여성우선 추천지역으로 지정돼 컷오프됐다. 새누리당은 주 의원의 재의 요구를 반려했으나 법원은 주 의원이 새누리당을 상대로 낸 효력정치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진박 논란'이 대구에서 세 번째 도전하는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미칠 영향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날 대구 동구을과 수성을, 수성갑 세 지역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새누리당 공천 방식에 강한 실망과 반감을 나타냈다. '새누리당 몰표'가 대구의 지역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비(非)새누리당 후보들을 향한 표심으로 연결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대구 동구 방촌시장에서 만난 정모씨(58)는 "저는 유승민씨 무소속 나오면 찍을 겁니다"라며 "이번엔 '한나라당' 공천이 너무 짜증난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 느껴서 유승민씨 같은 경우는 무소속으로도 가능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구에선 아직도 새누리당을 한나라당으로 지칭하는 사람이 많다.

과일장수 최모씨(60)는 "내 보기엔 이번엔 박근혜도 걸리고 유승민도 걸리고 해서 반반 같애"라며 "예전엔 새누리당이 70% 나왔잖아요. 근데 이번엔 내도 못 정하겠어"라고 했다. 그는 "너무 몰표를 주니까 대구 발전이 더디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지요. 전라도 충청도보다도 훨씬 못하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역 인근 김부겸 더민주 의원과 김문수 새누리당 의원의 선거사무소가 맞붙어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주목되는 점은 김부겸 더민주 의원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것이었다. 김부겸 의원 지지자들은 대구가 과거와 달리 '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뽑는다고 강조했다.

수성구 주민 배모씨(67)는 "김부겸씨는 당연히 될 겁니다. 김부겸은 흠결 없지 뭐. 대구사람 뭐다 캐도 새누리당 두번 찍어줬음 됐지"라며 "대구는 국회의원 열 몇 명 있어봐야 등신이다 등신. 이번에 대구 물포럼 하는데 국회에 예산 신청했더니 다 깎여버린 거 홍의락이라고 북구 민주당 의원이 삭감된 거 받아왔다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성갑 지역에서 주로 택시운전을 하는 중년 남성(50대)은 "범어역에서 손님 태워서 한번씩 이야기하는 거 보면 이번엔 가망이 있대요. 김부겸은 2, 3선 떨어진 사람이기 때문에 수성갑 사정을 안단 말입니다. 근데 김문수는 사정 아무 것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들어오면 어쩌냔 말이오. 야당이면 어떤데 야당이면"이라고 했다.

반면 김부겸 의원이나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이기기 어려울 거란 의견도 있었다. 범어역 인근에서 만난 이모씨(60·여)는 "김문수씨가 안 되겠어요 결국에는?"이라며 "김부겸씨가 괜찮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왠지 대구엔 아직까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그런 게 있어서 새누리당을 밀어주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씨는 "초반에 일을 너무 몬했잖아요 야당이 발목잡고 세월호 사건 이런 것 때문에. 후반부는 할 수 있도록 (대통령을) 밀어줄 것 같아요. 몬했는 게 박근혜 대통령이 몬한 게 아니라고 저나 우리 친구들 다들 그렇게 생각하거든요"라고 덧붙였다.

범어역 인근에서 만난 박모씨(60)는 "이북에서 너무 핵실험 많이 하니까네 나이 많은 사람들은 김부겸이 안 될 것 같애. 내 주변에는 한 명도 없어"라며 "유승민이는 안 되겠나. 그래도 유승민이는 오래 했잖아"라고 말했다. 수성구 거리에서 만난 중년 남성(50대)는 "지금은 전부 유승민이 찍는다고 난리지만 막판에 보면 전부 한나라당 찍는다"며 "대구 동구을이 더 보수적이야 노인이 많고. 동구을 쪽은 새누리당이라카면 된다"고 장담했다.

대구 수성구을 지역구에 위치한 목련시장. /사진=박소연 기자

아직 새누리당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수성을 주민들은 선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며 난감한 표정이었다. 수성구 지산동 목련시장에서 만난 유모씨(45)는 "방금 김무성씨가 추인 안 한다던데. 이인선씨가 또 뭐 안된다 그래가지고. 주호영씨가 안 되겠어요?"라고 물었다.

수성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모씨(58)는 "탈당하면 어떻노 여기 분위기는. 어쨌든 주 의원이 큰 대가 없이 해왔기 때문에 주 의원이 유리 안 하겠나"라며 "지역성이 대구다 보니까 투표일 다가올 수록 변할 수는 있는데 시간상으로는 이인선 후보가 중·남구서 열심히 하다가 전략공천으로 튕겨와가 어렵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연일 매스컴에 '격전지'로 등장하는 대구이지만 외부의 관심에 정작 시큰둥한 반응도 상당수였다. 특히 젊은 층은 정치에 대한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대구 동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모씨(43)는 "전 아무 것도 몰라요. 살기 어려운데 대통령 바뀌고 국회의원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진다는 게 한 개도 안 됐기 때문에 관심도 없어요"라며 "정치인들 자기네 풀칠하려고 하는 거지 서민층 위한 건 아무 것도 없어요. 있는 사람들은 찍겠지 없는 사람들은 다들 저하고 거의 생각이 같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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