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9곳, 접전지 수두룩…단일화 수준이 승패 가른다
이번 총선에서도 49곳의 서울 지역구 중 다수가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돼 전체 선거의 판세를 가를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각종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지역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결국은 야권 후보 단일화 수준에 따라 여야의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여론조사 발표 20여곳 중 9곳이 5~6%P 이내=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전체 48개 지역구 중 새누리당이 16석을 얻는데 그쳤고,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30석, 통합진보당(해산됨)이 2석을 얻었다. 승패로만 보면 야당이 압승을 거둔 셈이지만 접전지역이 많아 여야 모두 마지막까지 가슴을 졸여야 했다. 성동을, 동대문갑, 중랑을, 노원을, 은평을, 서대문을, 양천갑·을, 강서을 등 9개 지역에서 3%포인트(P) 차 이내에서 승부가 갈렸다. 여론 동향, 후보 경쟁력 등에 따라 얼마든지 승부가 바뀔 수 있는 차이다.
실제로 최근 한달 내에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20여개의 지역구 중 1,2위 후보간 격차가 5-6%p를 넘지 않는 접전 지역이 용산, 광진을, 성북갑, 노원병, 서대문갑, 서대문을, 강서갑, 구로갑, 강동을 등 9곳에 달했다. 용산은 조선일보 3월28일자 조사에서 진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34.7%로 새누리당 황춘자 후보(30.9%)를 단 3.8%p 앞섰다. 같은 조사에서 강서갑은 구상찬 새누리당 후보가 28.5%, 금태섭 더민주 후보가 24.7%로 박빙의 수치를 나타냈다.
광진을은 조선일보 3월31일자 조사에서 정준길 새누리당 후보가 33.5%의 지지율로 33.7%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초접전을 펼쳤고, SBS 29일 발표 조사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후보로 나선 노원병에서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가 33.4%로 안 후보(38.7%)를 바짝 추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갑에서는 KBS와 연합뉴스의 지난 23일 조사에서 이성헌 새누리당 후보가 39.2%로 우상호 더민주 후보(33.7%)를 5.5%P차로 앞섰고, 중앙일보 28일자 조사에서 강동을은 이재영 새누리당 후보(33.1%)와 심재권 더민주 후보(28.8%)가 역시 5%P 이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성북갑에서는 유승희 더민주 후보가 36.3%, 정태근 새누리당 후보가 31.6%였다(조선일보 3월4일자 조사). 구로갑은 한국일보 28일자 조사에서 이인영 더민주 후보(35.0%)와 김승제 새누리당 후보(34.7%)가 1%P 이내 접전을 보였다. 한국일보 3월30일자 조사에서 서대문을은 4선에 도전하는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가 38.9%, 김영호 더민주 후보가 33.0%였다.
그나마 후보간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지역구는 새누리당이 종로(오세훈), 중구성동(지상욱), 동작을(나경원) 도봉을(김선동)과 전통적인 텃밭인 강남 갑(이종구) 을(김종훈) 병(이은재), 송파 갑(박인숙) 병(김을동), 서초 갑(이혜훈) 을(박성중) 정도이고, 더민주는 동대문을(민병두), 도봉갑(인재근), 마포갑(노웅래), 구로갑(박영선), 중랑갑(서영교) 등이 비교적 확실한 우위에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여야 승패, 단일화 수준 따라 갈릴 듯 =이처럼 접전 지역이 많은 가운데 국민의당의 출현으로 야권이 분열돼 단일화 여부가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령 서대문을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3위를 기록한 이종화 민주당 후보(5.6%)의 표를 우상호 더민주 후보가 흡수하면 1위로 올라선다. 서울의 대부분 지역구에서 야당 후보가 2명 이상 나왔고 국민의당 후보 중 상당수가 10% 안팎의 득표력을 보이는 것을 감안하면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부가 뒤집히는 곳이 속출할 수 있다. 여야가 유세 첫 일정을 모두 서울에서 시작하는 등 '서울 전투'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을 이런 경쟁구도 때문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지지율에서 다소 앞서 있더라도 단일화 여부에 따라 상황이 180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심할 수 없는 입장이고,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자력으로 살아남아야 하고, 단일화를 하더라도 유리하게 구도를 끌어가긴 위해선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지난 3번의 총선을 들여다 보면 승패와 관계 없이 여야의 득표력 차이는 미미했다"면서 "야당이 계속 분열한다면 여당이 압승을 할 수 있고, 단일화 수준에 따라 야당이 승리할 수도 있는 구도"라고 말했다.
안철수 "출근 잘하세요", 이준석 "명함 잘 받아주신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사실상 3파전(국민의당 안철수, 새누리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황창화) 양상 전개가 유력한 서울 노원병 후보들은 31일 지하철역 출근인사로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을 시작했다.
후보들은 노원병이 아파트 중심의 서울 대표 ‘베드타운’이라는 점을 감안, 평일 이른 아침 유권자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지하철역을 첫 홍보지역으로 선정했다.
◇전통적 야당 강세…야권 분열로 與 의석 차지했던 18대와 비슷
바쁜 출근 발걸음 중에도 노원병 시민들은 명함을 나눠주며 한표를 부탁하는 각 당 후보들을 성의껏 응대했다.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는 “우리 동네는 그래도 후보들 명함을 잘 받아 준다.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찢거나 하는 사람은 없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빨간 옷을 입고 있으면 안 받아주시는 분들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 출신 이 후보가 이처럼 앓는 소리를 하는 이유는 노원병이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돼 왔기 때문이다. 18대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출신 홍정욱 전 의원을 제외하면 의석은 모두 야당 몫이었다.
19대 총선에서도 노회찬 정의당 전 의원이 57%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며, 2013년 보궐선거에서 현역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은 무려 6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20대 총선의 구도는 야권 분열로 현재의 여당이 의석을 차지했던 18대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여당 홍정욱 전 의원은 43%의 득표율로 노회찬 전 의원(40%)과 김성환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16%)로 나뉜 야권에 신승을 거뒀다.
야권분열과 3파전이 20대 총선 노원병 당락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되는 이유다. 아울러 각 후보들이 내놓을 지역 공약이 가진 설득력도 타 지역에 비해 여러 모로 낙후된 인프라를 누리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노원병 표심을 상당히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노원병은 현재 △이전이 확정된 4호선 지하철 창동차량기지 부지의 용도 △오르지 않는 집값 △불편한 교통 문제가 최대 지역 현안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높은 인지도…타 지역 후보 지원에 따른 공백
제3당의 대표이자 노원병 현역인 안철수 후보는 본격 선거운동 개시일인 31일 가장 일찍 지역구 일정을 시작했다. 오전 6시30분부터 7호선 수락산역에서 출근 인사를 진행했다.
당 대표라는 타이틀과 인지도를 반영하듯 현장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안 후보는 “잘 다녀오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으며, 지역 주민들도 안 후보를 알아보고 악수를 하고 사진을 함께 찍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안 후보는 지하철역 출근 인사를 마지막으로 지역구 활동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당 대표로서 다른 지역 후보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해서다.
안 후보는 “주민들을 믿고 선거와 대표 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들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아침 출근을 노원에서 시작해 퇴근 일정을 노원에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자리를 비운 안 후보를 대신해 지역구민들과의 스킨십에 나서고 있는 전 야당 지역위원장 출신 이동섭 안 후보 비서실장(국민의당 비례 12번)은 “교통 문제와 환경문제 개선 공약을 공약의 중심에 두고 있다”며 “창동 차량기지에도 코엑스 같은 편의시설이 있어줘야 한다는 점을 주민들도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 이준석, 지하철 급행열차 공약 승부수
이날 생일을 맞은 이준석 새누리당 후보도 오전 7시부터 7호선 마들역에서 출근 인사를 1시간 반 가량 진행했다.
안 후보 못지않은 인지도를 자랑하듯 반갑게 명함을 받아주는 시민과 기념촬영을 요구하는 시민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한 유권자는 이 후보를 알아보고 다시 계단을 걸어 올라가 편의점에서 비타민 음료 한 박스를 사서 이 후보에게 안기고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하철 관련 공약을 20대 총선의 승부수로 던졌다. 이 후보는 “노원을 관통하는 4호선과 7호선 급행열차를 만드는 것이 제 공약의 메인”이라며 “상대 후보들이 똑같은 패턴(창동 차량기지 이전, 뉴타운 공약 등)으로 나온다면 저는 다른 공약(지하철 급행)으로 차별화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지하철 급행열차 설치는) 지역 특성상 출퇴근이 멀 수밖에 없는 노원구민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저의 선거 구호는 ‘하루 20분을 여러분 가족에게 돌려드리겠다’이다. 이 공약이 현실화 되면 노원구의 가치도 많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 황창화 '다크호스'…그럼에도 안철수VS이준석 인식 뚜렷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노원역 입구에서 노원 갑을병 후보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공동 출정식을 단행했다. 노원병 황 후보는 “인지도가 부족한 것이 약점인데, 최근 인터넷과 SNS를 중심으로 황창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양한 선거운동을 통해 지지율 격차를 극복해 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 후보의 선전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이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만난 노원병 유권자들은 20대 총선을 안철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대결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안 후보는 다양한 계층의 신뢰를 받고 있었지만 그동안의 지역구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날카로웠다.
수락산역 근처 은빛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70대 유권자(여성)는 “원래 항상 1번(새누리당)을 찍었었지만 이번엔 아들이 3번(국민의당) 후보를 찍으라고 해서 그렇게 할 생각”이라며 “어느 정도 나이가 있어야 큰 일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계주공 14단지에 거주한다는 30대 이 모씨(여성)는 “현 정부에 불만이 많아서 (안 후보에게) 표를 주긴 줄 생각이지만 안 후보가 지역구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안 후보 못지않은 인지도와 젊은 피라는 장점에 매력을 느끼는 유권자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부족한 경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존재했다.
상계주공 12단지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장 모씨(남성)는 “현재 국회의원들이나 이번에 나온다는 후보들이나 나이가 너무 많다. 우리 같은 세대를 대변하는 젊은 사람이 가서 활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다만,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이 후보가 우리(젊은 세대)와 지역구 목소리를 얼마나 낼 수 있을지 아직 확신은 없다”고 말했다.
자전거로, 도보로 골목길 구석구석 유세..서대문을
벌써 3번째 대결을 맞고 있는 정두언 새누리당 후보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첫 유세날인 31일 떠들썩한 노래와 율동 대신 골목을 누비며 주민들 사이에 스며드는 전략을 세웠다. '한 표'가 아쉬운 마당이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손을 부여잡는 것이 최선이다.
정두언 후보는 출정식도 없이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냈다. 오전 일찍 자전거를 타고 나가 지역구를 둘러보는 일과다. 골목도 많고 언덕길도 많은 지역이라 수행비서도 없이 홀로 19대 총선 때부터 사용했던 전기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을 누빈다. 대뜸 찾아가 악수를 청해도 얼굴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건 이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한 현역 의원의 특권이자 최대 무기다.
야성이 강해 '보수정당의 험지'라 불리는 서대문을을 12년간 수성하고 있을 만큼 지역구 관리에 정평이 난 정 후보라 선거사무소는 그의 행선지를 따로 파악하지 않는다.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 정 후보는 전화통화에서 "동선이 따로 있나, 늘 다니던 길인데"라며 "지역구는 자전거로 2시간이면 다 돈다. 다니면서 주민분들 다 만나야지"라고 했다. 출정식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건 아마추어나 하는 것"이라고 웃었다.
선거유세차량은 후보와 상관없이 돌아다녔다. 심지어 의원과 반대 방향으로 다닌다. 1번 어깨띠를 두른 선거운동원들의 율동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골목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조용한 '봉사'방식을 택했다. 직전까지 당내 공천파동을 심하게 겪은 터라 수도권 내 새누리당 이미지가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보여주듯 정 후보 측 선거사무소 역시 후보 개인기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같은날 오전 11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정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두 블럭 가량 떨어져있는 김영호 더민주 후보의 사무실 앞 네거리에서는 김 후보의 출정식이 열렸다. 두번의 대결에서 점차 표차를 좁혀왔던 터라 '이번에는 이길 차례'라는 활력이 엿보였다. 김 후보도 "저는 19대보다 더 강하고 날렵해져서 돌아왔다"며 결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김 후보의 유세 전략 역시 골목길이다. 선거운동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골목마다 늘어선 점포를 하나하나 찾아들어갔다. 확성기를 이용한 선거운동도 최대한 자제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됐다는 것은 간혹 눈에 띄는 현수막을 보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한 움직임이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유세 위주로 선거를 치르는데 연설을 듣고 지나가던 사람의 마음이 흔들리거나 하는 것은 DJ시절에나 가능했던 얘기"라며 "지금은 1대1로 만나고 악수하는 게 최선"이라고 했다. 출정식과 이날 오후 6시 예정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지원 때나 대대적인 유세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사무소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박모씨(71·여)는 정 후보를 두고 "(국회의원은) 다 못믿겠지만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하는 사람이라 낫다"고 평했다. 그는 "어차피 정치인들은 잘해도 욕먹고 못해도 욕먹는 것 아니냐"며 "욕해도 결국 하나라도 해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다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한 60대 남성은 "김영호 후보는 몇 년 전부터 봐왔다. 아버지(서대문갑 등지에서 6선을 한 김상현 전 의원)랑 같이 개천에 운동도 하러 오고 하더라"며 "사람 참 좋은데 막상 또 투표장 가면 희안하게 계속 찍던 사람이 생각난다"고 멋쩍어했다.
민주당 지지자라는 40대 세차장 사장은 "김영호가 기세가 좋아도 여기가 원래 호남 사람들이 많은데 정두언이 호남 출신이라 향우회 조직들이 물밑에서 엄청 움직인다"며 "조직력이 대단하다. 괜히 3선을 한 양반이 아니다"고 했다.
야권 연대 필요성을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한 50대 남성은 "한쪽이 사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총선에서 두 후보의 공통된 '근심'은 가재울뉴타운 제4구역. 지난해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DMC파크뷰자이에는 4300가구가 새로 유입됐다. 2012년 10월 공급된 가재울뉴타운 3구역(DMC래미안e편한세상)의 3293가구까지 포함하면 총 7539가구다. 표심을 알 길이 없는 표가 최소 1만5000표 많게는 2만표 가까이 된다는 얘기다.
정 후보 측은 4구역에 들어선 아파트 가격이 낮지 않은 편이란 점을 들어 여당 지지성향이 강한 중산층 이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대로 김 후보 측은 입주자들 중 초등학생을 둔 30~40대 학부모층이 많아 야당 성향이 높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DMC파크뷰자이 인근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초등학생 부모들이 많긴 하다"며 "단지 내 위치한 가재울초등학교가 혁신초등학교로 지정되면서 교육때문에 이사를 온 사람도 많다"고 했다. 아파트 분양홍보관 관계자는 "20대 신혼 부부에서부터 30대, 40대, 60대 이상 등 워낙 다양해 뭐라 꼬집어 말하기 어렵다"며 "주로 마포구나 서대문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의외로 은평구에서도 많이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직접 만난 입주민들은 대부분 '부동층'에 가까웠다. 정치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지역구 의원이 누구인지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 경향성을 따지기에도 구성층이 다양했다.
단지 내에서 3살 딸과 함께 산책 중이던 주부 최모씨(37)는 "새누리당에 정 무슨 의원, 민주당쪽에서 김 무슨 후보가 있다느 것 정도 밖에 모른다"며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할 지 세세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마포구에서 올해 이사왔다는 40대 여성도 "의원이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다. 후보자들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걸음을 재촉했다. 한 70대 여성은 "의원은 누구인지 모르지만 나는 새누리당을 찍을 것"이라고 했다.
DMC파크뷰자이 바로 앞에 위치한 재래시장인 모래내시장 상인들은 '뉴타운'바람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도 했다. 생선을 손질하던 시장상인 안모씨(63.여)는 "아파트 들어서면 뭐하나, 요즘 사람들은 다 대형마트로 간다"며 "선거라고 손 백 번 잡아도 우리한테 달라지는 게 뭐가 있나"며 시큰둥했다. 또 다른 시장 상인 역시 "원래 이 지역 살던 토박이들은 아파트가 비싸서 입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못사는 사람은 갈수록 외곽으로 밀려나고 잘 사는 사람들만 아웅다웅하다 가는 시대가 아니냐"고 비판했다.
'혼돈'의 마포갑, "셋 다 좋다…투표함 열어봐야 해"
서울 최대의 격전지 중 하나인 마포갑. 지역 토박이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여당 거물급 후보로 꼽히는 대법관 출신의 안대희 후보간의 맞대결에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강승규 후보까지 나서 선거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마포갑 지역의 표심은 한마디로 '오리무중'이었다. 그간의 여론조사에서는 노 의원이 우세한 결과가 많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지후보와 상관없이 이번 선거는 해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역에서 바닥민심을 오래다진 현역의원과 그리고 여당 공천을 받은 최고위원 출신의 후보에 공천 탈락에 대한 동정론이 적잖은 무소속 후보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31일 오전 8시 공덕로타리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운동원과 지지자들 200여명이 모였다. 부친에 이어 2대째 마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노 의원은 지지정당과 상관없이 유권자들에게 '인지도'와 '스킨십'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었다.
이날 선거 출정식에서 만난 노 의원 지지자라고 밝힌 60대 남성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에서 주민들에게 전화번호를 공개한 사람은 노의원이 유일할 것"이라면서 "아무때나 전화해도 전화를 받는데 스킨십이 좋은 게 노 의원의 장점"이라고 했다. 그는 노 의원과 경쟁하는 안대희 후보에 대해서는 "다른 역할을 하실 수 있는 분이 왜 출마했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대흥동에서 만난 한 50대 남성은 "요새는 정치 이야기하면 싫어한다"면서도 "노 의원은 자주 본다. 멋도 안부리고 있는 모습 그대로 돌아다닌다"고 했다. 공덕시장 상인들도 "노 의원에 대한 인심은 좋은 편"이라고 했다.
안 후보에 대한 마포갑 유권자들의 민심은 복잡했다. 현 정부에서 인정받는 힘 있는 후보가 왔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다른 후보들이 마포 토박이인 것에 비해 '뜨내기가 왔다'는 차가운 반응도 있었다.
공덕시장에서 10년째 분식점을 운영하는 60대 여성은 "셋 다 좋아. (안 후보가) 안 좋지는 않다. 안대희가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안대희가 똑똑한 면에서 나을까 한다. 여당 후보고 대법관도 하고 경력이 좋잖아서 그런걸로 찍어줄지도 모르겠다"면서 시장 민심을 전했다.
안 후보는 이날 오후 공덕동 인근에서 대대적인 출정식을 가졌다. 종로에서 출마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까지 지원유세를 왔다. 앞서 아침 첫 일정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원 유세를 했었다. 강 후보가 선거전 완주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 정치경험이 적은 안 후보를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날 출정식에서도 유세단을 포함해 2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여야 후보와 달리 강 후보는 유세차량도 없이 '뚜벅이' 선거운동 전략을 세웠다. 이날 아침 일찍 출근 인사를 마친 강 후보는 오전에 선거사무소가 있는 공덕동 로터리 인근에서 운동원들과 간략한 '출정식'을 치렀다. 강 후보는 이 자리서도 새누리당 공천 탈락 후 내세우고 있는 슬로건인 '나쁜 정치 심판'을 강조했다. 이후 강 후보는 차량도 없이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상가방문에 나섰다. 강 후보측 관계자는 그간 쌓아왔던 스킨십을 최대한 발의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강 후보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마포갑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공덕동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지난 19대 선거에서도 공천 다 받은줄 알았는데 못 받은거 아니냐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여당 지지자라고 밝힌 60대 남성은 "그동안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을 지지했지만 이번에는 강승규 찍을꺼다"면서 "이번에 공천하는 꼴을 보니,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지만 여론조사 했어야 한다. 경선도 안하니깐 저 사람(강승규 후보)이 저러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공천과정에서 여당 후보가 갈라지고 강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온 상황에 대해서 긴 시간동안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여전히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은 컸다. 대흥동에서 14년째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 여성(50대)은 "살기 어렵다고 난리다. 돈 없다고 난리고, 특별한데 한 두군데 빼고나면 장사 잘되는데가 없어. 국회의원들이 선거때 저래봐야 관심없다. 유명하면 뭐하냐"며 날선 반응이었다. 공덕동에서 만난 60대 여성 역시 "능구렁이들 말고 젊은 사람들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포구민들의 투표 의사는 매우 높았다. 이날 만난 대부분의 마포갑 지역의 유권자들은 개별 후보들에 대한 지지여부와 상관없이 투표 의사를 묻는 질문엔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물경쟁력을 봐야" "진영은 배신자"…요동치는 '용산'
"진영씨 찍어줘야지. 인물 보고 찍어야지."
"나는 새누리당. 진영이 같은 사람은 정치 그만둬야 돼요. 배신자야."
"용산구는 뽑을 사람이 없어요. 여기갔다 저기갔다. 웃기는 거죠."
20대 총선 공식선거운동 기간 첫날인 31일, 최대 격전지 서울 용산구의 민심은 요동쳤다. 용산의 3선 현역의원인 진영 의원이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공천배제)된 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면서 주민들은 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전통적인 여권 텃밭인 강남과 달리 동에 따라 진보·보수 성향이 뒤엉켜있는 용산구에서 진 의원을 대신할 후보는 마땅치 않다는 게 중론이었다. 강용석 전 의원이 용산에 출마 의사를 밝혔지만 새누리당 입당에 실패하면서 '싱거운' 승부가 예상됐다. 지난해 용산구청장 선거에서 5%포인트(p) 차이로 고배를 마신 황춘자 도시컨텐츠연구소 대표가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인지도나 조직력 면에서 현역 의원에 비해 열세였다. 야권에 마땅한 대항마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달 15일 새누리당이 용산을 여성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면서 반전이 일었다. 박근혜정부 초기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파기에 반기를 들고 6개월만에 사퇴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진 의원이 지난달 17일 탈당을 강행하고 3일 뒤 더민주에 전격 입당하는 '반전' 행보를 보이자 민심이 더욱 휘청대고 있다.
이날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남동, 남영동, 후암동, 이태원동에서 만난 주민들은 3선 현역 의원의 당적이 하루아침에 바뀌고 새누리당에 새 후보가 등장한 상황에 갈팡질팡한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새누리당의 황춘자 후보에 대해 반신반의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일꾼'에 대한 욕구를 드러냈다. 여기에 더민주에 입당한 진 의원에 대한 기존 진 의원 지지자들의 실망감까지 더해져서 민심이 복잡한 양상이다.
연령대가 높은 유권자들은 후보가 바뀌어도 1번(새누리당)을 찍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한남역 앞에서 만난 정모씨(60대·여)는 "1번이겠죠 뭐. 그래도 난 당을 보고 찍으니까. 황춘자 생소해도 어떡해. 해야지 뭐. 우리같이 나이먹은 사람은 한 길로 가는 거야"라고 말했다.
남영동에서 만난 이모씨(64·여)는 "진영씨를 계속 뽑았어요. 여당이 잘한다는 건 아닌데 야당은 일을 합리적으로 끌고가기보다 무조건 반대를 하고 본다 그런 느낌도 많이 들어요"라며 "누가 하더라도 똑같을 것이다, 그러니 이왕이면 내가 지지하던 당으로 그냥 밀어주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라고 밝혔다.
진 의원의 지지자였으나 더민주로 옮겨 지지를 철회한 주민들도 있었다. 보광동에 거주하는 김모씨(76)는 "진영이 새누리당에서 27년 동안 산전수전 겪고 행복한 시간 보냈으면 공천 탈락했어도 무소속으로 나가는 건 인정하는데 오늘 나가서 이튿날 더민주당으로 들어가요? 그런 사람은 정치 그만두고 집에 가서 애나 봐야 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인물경쟁력은 학력이나 모든 걸 봤을 때 진영이가 훨씬 낫지만 12년 동안 용산에서 국회의원 하면서 진영이가 한 게 하나도 없어. 우리가 혜택받은 거 10원도 없어. 황춘자 후보 이번에 처음 봤어요. 그래도 1번. 3번 찍었음 찍었지 진영이는 안 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부이촌동에서 만난 박모씨(61)는 "진영이 기초연금으로 대통령과 갈등을 빚었는데 자기만 사퇴해 버려서 정권 초에 모든 걸 꼬이게 하는 단초가 됐다"며 "무소속으로 나와서 자기의 가치를 평가받는 건 맞지만 느닷없이 당을 바꾸는 건 3선 국회의원이 전례가 없거든. 먹던 밥에다 침뱉고 나온 거야"라고 지적했다.
직장인 전모씨(32·여)는 "고민되지만 새누리당 황춘자 의원을 지지할 것 같다"며 "당을 바꾸면서까지, 성격이 완전 다른 당으로 가면서까지 출마한 진영 후보에 대해 신뢰를 상실했다"고 말했다.
극도의 혼선을 빚고 있는 이번 용산 총선에 실망감을 느껴 결정을 보류한 유권자도 상당수였다.
후암동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자기의 신념을 밀고 나갔으면 좋겠는데 불만 갖고 뛰쳐나가고 뛰쳐들어오고 마음에 안 들어요. 정치가 원래 그런 건가"라며 "전 원래 1번이었고 (진 의원을) 존경했는데 공천 배제되니까 아쉽고 안타깝고. 아직까지 전 미정이에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태원에서 장사를 하는 장모씨(50대)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투표 안 해요. 변절자들이 너무 많아가지고. 금방 적이 됐다 금방 동지 됐다 그런 사람들을 뭘 상대를 해. 원래 투표 했는데 이번엔 모르겠다. 뿌리가 없는 놈들이 무슨 지역개발을 한다고 그래"라며 혀를 찼다.
진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태원에서 만난 이모씨(30대 중반)는 "진영 후보한테 할 거예요. 원래 2번이었어요"라며 "박대통령한테 반기를 들고 나와서 뽑는 거예요. 그게 옳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한남동에서 만난 김모씨(80대·여)는 "주변에서 1번 안 찍으면 빨갱이래. 진영 찍으면, 유승민 찍으면 빨갱이래. 아주 그지같애"라며 "배신은 무슨 배신이야, 당이 버린 거지 박근혜면 무조건 편 들어줘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옆에 있던 진모씨(80대·여)는 "1번, 2번 다 찍어봤는데 마음에 안 들어. 3번(국민의당) 찍을 거야"라고 했다.
한남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새 일꾼'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그는 "원래 1번 지지는 아닌데 황춘자 후보는 그중 일을 할 수 있는 추진력이 제일 나은 것 같다. 학벌이나 지식 이런 것보다 어려운 역경을 겪은 사람이 국민과 합심하고 국민의 아픔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날 양 후보는 민심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진 의원은 오전 10시 남영동 선거사무소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제가 용산구를 위해 한 일이 많다. 정치를 바꿔 국민을 위한 정치가 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공원특별법 제정과 경의선 철도 지하화, CC(폐쇄회로)TV 보급률 1위 등 업적을 설명했다.
진 의원은 "오늘 아침에 이촌역에서 출근인사를 하는데 '너무 잘 결정했다', '꼭 이겨야 된다'며 환영해주셔서 힘을 많이 받고 왔다"며 "당적을 바꾼 게 오히려 표에는 플러스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용산이 꼭 여당 텃밭은 아니고 국민의 선택이 일방적이진 않다"고 밝혔다.
황 후보도 이른 아침부터 시간 단위로 쪼개 돌아다니며 유세를 했다. 특히 황 후보는 오전 11시쯤 용산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일일이 손을 맞잡고 "기호 1번 새누리당 황춘자입니다"라고 외치며 '노인' 표심 공략에 집중했다.
황 후보는 "저 자신에게 고조되는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진 의원이) 3선 하며 훌륭한 일을 많이 하셨지만 기대만큼 일을 안 하셨다는 의견이 중론"이라며 "전 신인이지만 공직생활 40년 동안 평생 일만 하며 일꾼으로 검증받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지난 16대 총선에서 0.12%p차로 패한 뒤 17대 6.42%p, 18대 28.64%p, 19대 6.53%p 차이로 야권 후보를 이기며 3선에 성공했다. 뉴타운 열풍이 거셌던 18대 총선을 제외하고 여야가 초박빙세였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조선일보·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황 후보가 지지율 30.9%, 진 의원이 34.7%(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3%p)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서울의 '심장부' 용산의 선택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