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와 지방세의 비율 조정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시·도 지자체의 '숙원사업'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국가재정 상황도 녹록치 않을 뿐더러 지방재정 낭비도 만만찮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같은 목표를 놓고 중앙정부는 예산의 투명한 사용을, 지자체는 지방교부세율 상향조정 등의 재정확충을 각각 주장하며 맞서는 모습이다.
특히 '누리과정'(만3~5세 무상보육)과 관련해서는 '여소야대' 정국이 된 20대 국회에서 정부여당과 야당의 입법충돌도 불가피하다.
지난달 정부는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고 지방재정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인구와 재정력, 징수실적 등을 토대로 시군구에 내려보내는 조정교부금의 배분기준 중 인구의 비중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그만큼 재정력의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법인소득세의 절반을 시도세로 전환한 뒤 기초지자체에 균등배분하는 방식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더 보전해주는 취지로, 도 차원에서 재정격차를 형평화하라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즉각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당장 수원, 고양, 성남 등 경기도 지자체에서는 재정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11일 경기도 내 6개 지방자치단체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사자인 자치단체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한 것은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중앙정부는 원래 약속했던 지방소비세율 인상, 지방교부율 상향 등 전국 모든 지자체의 재정확충 약속을 먼저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2009년 제시한 지방소비세율의 단계적 확대(현행 11%→16%)와 지방교부세율 상향조정(현행 19.24%→20% 이상), 지방세 비과세감면 축소 등이 우선되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한국지방세연구원도 연구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늘어나게 될 지방재정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방교부세 법정교부율이 최소 1.2%~2.9%p(포인트) 인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중장기적으로 복지제도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약 8조~15조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교부율이 5~9%p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세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이다. 더민주는 총선공약으로 △지방소비세 규모 부가가치세의 20% 이상으로 확대 △지방교부세율 상향 및 교부세 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정의당 역시 △지방소비세 전환율 20% 인상 및 배분기준 확대 △지방교부세 법정률 5% 인상 등을 총선공약으로 밝힌 바 있다.
일단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방세 비중 확대 방안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누리과정'예산편성 문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자체별로 긴급편성한 누리과정 예산이 또다시 고갈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의 공감대도 확인된다.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예산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궁극적으로 유보통합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유보통합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방교부세율을 높여서라도 지방교육청이 보건복지부 소관 보육예산을 감당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특별회계를 신설해 누리과정에 이용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지방재정 전반에 대한 입장은 아직 당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누리과정 예산 관련해서는 지방교육교부금을 올려야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